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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iffer May 25. 2023

우리는 러브로부터

Desk

* 더 많은 아티클은 <differ> 홈페이지에서 확인하세요.



프로젝트 듀오 콩과하의 상징은 핑크색 테니스공. 때로 우연한 발견이 운명이 되기도 한다. 테니스는 처음으로 혼성 복식이 적용된 클래식한 스포츠로, 복식일 때 코트가 넓어진다. 또 ‘0’을 ‘러브’라 부른다. 클라이언트를 사랑하게 되지 않으면 작업을 할 수 없다는 콩과하에게 딱 들어맞았다. 김혜빈과 하진구의 테니스 코트는 똑같이 생긴 두 개의 책상이며, 콩과하의 작업은 즐거운 게임의 결과물이다.



구입 시기

2020년 7월. 듀오를 결성하고 스튜디오를 오픈하는 동시에 직접 디자인하고 제작했다.


책상과의 시간

김혜빈 미팅이나 현장 업무 등이 많다 보니 스튜디오에 오는 날, 머무는 시간이 불규칙적이다. 집중해야 할 때는 재택근무를 많이 한다.

하진구 현장에 가기 전이나 갔다 온 뒤, 심지어 주말에도 시간에 상관없이 스튜디오로 출근한다.


책상 앞 루틴

김혜빈 깨끗한 책상 위에 좋아하는 책을 늘어놓고 작업에 필요한 레퍼런스를 살펴본다.

하진구 좋아하는 컵에 내린 커피를 마시고 수시로 립밤을 바른다.


몰입하는 주제

김혜빈 다양한 소재와 버섯. 프로젝트의 성격에 따라 독특한 하드웨어를 ‘직구’ 하기도 한다. 또 버섯의 형태를 특히 좋아한다. 책상 위에 버섯 오브제를 올려두고 보거나 이미지를 찾아본다.

하진구 워커홀릭이라 무엇이든 쉬지 않고 한다. 각종 비용을 포함해 숫자를 맞춰보거나 프로젝트를 위해 발주할 자재 목록을 정리해 두는 등 디자인 외의 크고 작은 업무가 많다.


성장의 원동력

서로에게 영감을 받는다. 프로젝트 듀오 콩과하의 자아가 따로 존재하는 것 같다.





디자이너 김혜빈과 하진구는 첫 직장 ‘더퍼스트펭귄’에서 만났다. 둘이서 팀으로 프로젝트를 하면 그리 어려운 것이 없었다. 각자의 장점을 합치니 아이디어를 내는 것도, 받아들이는 것도, 현장에서 소통을 통해 디자인을 잘 반영하는 것도 물 흐르듯 자연스러웠다. 독립할 시기가 되자 서로를 업무 파트너로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2020년 각자의 이름을 한 글자씩 따 콩과하가 결성되었다. 팀의 성격을 단정 짓고 싶지 않아 ‘프로젝트 듀오’라는 말을 붙였다.



동시에 그들은 서울 신촌에 있는 복합 문화공간 ‘신촌문화관’에 둥지를 틀었다. 공간의 첫 느낌부터 좋았는데, 시간이 흐른 지금은 믿고 의지할 수 있는 공간 운영자들과의 유대감까지 더해져 절대 떠나고 싶지 않은 곳이 되었다. “짐이 점점 늘어나면서 좀 더 넓은 호실로 한 번 옮겼어요. 공간을 근사하게 꾸민다기보다는 일반적이지 않아도 우리가 해보고 싶었던 걸 여기서는 마음껏 해보려고 했어요.



공간을 채운 가구들은 대부분 콩과하가 직접 디자인하고 제작한 것이다. 유광의 보라, 핑크, 민트 등 통통 튀는 컬러와 나무, 스틸, 유리 등 다양한 소재를 과감하게 사용했다. 특히 일렬로 나란히 놓인 두 개의 책상은 가구 디자이너를 꿈꾸기도 했던 하진구가 그간의 지식을 총동원해 완성했다. “저는 디자인할 때 비용, 기능성, 제작 등 현실적인 측면을 우선시하는 편이지만, 저희 책상이니 과감한 시도를 했죠. 유리 상판과 무거운 스틸 소재를 사용하고, 배선 통로나 바퀴 등 디테일을 넣었어요.”





크기와 형태, 컬러까지 모두 똑같은 책상이지만, 쓰는 이에 따라 그 풍경은 완전히 다르다. 김혜빈은 책상 위는 깨끗하게 비워두고 유리 상판 안쪽의 구획마다 물건을 분류해 정리한다. “그때그때 보고 싶은 책을 잔뜩 깔아 놓고 이것저것 펼쳐봐요. 정말 집중해야 할 때는 주로 집에서 일하기도 하고요.” 반면에 하진구는 주말에도 쉬지 않는 워커홀릭답게 책상 위부터 그 주변까지 각종 업무의 흔적이 배어 있다. “사진, 그림, 오브제, 책 등 온갖 물건을 모으고 거기서 영감을 얻어요. 그래서 스튜디오의 모든 곳을 책상처럼 쓰고 있기도 해요.”


마음이 잘 맞는 동료인 줄만 알았는데, 독립해서 공동 대표로 일을 해보니 생각이 다른 지점이 의외로 많이 보였다. 친구이자 사업 파트너로 공과 사의 구별 없이 교류하다 보니 더욱 그럴 수밖에 없었다. “계속해서 맞춰가는 중이에요. 처음에는 특히 말하는 방식이 달라 힘들더라고요. 그래도 점점 서로 많이 노력해 기분이 상하지 않도록 배려하게 됐어요.” 작년에는 ‘디자인 대화 강령’도 정했다. ‘수용적 태도로 임하기’, ‘주눅 들지 말고 당당하게 말하기’ 등의 내용을 싸울 때마다 보면 도움이 된다.





‘디자인 대화 강령’이라는 명칭에서도 알 수 있듯, 두 사람의 의견 차이는 디자인에 대한 깊은 애정과 더 나은 결과물을 향한 열정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닐까? “저희끼리는 안 맞는다고 얘기하지만, 타인의 시선은 좀 다르더라고요. 둘이 다른 말을 하는 것 같은데, 결국 의미는 같다며 진짜 잘 맞는다는 말을 자주 들어요.” 실제로 콩과하의 자체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는 촉박한 일정 속에서도 티키타카가 남달랐다. “‘러브 램프’를 제작할 때는 실시간으로 디자인과 제작이 이루어졌어요. 차 안에서 형태를 구상하고, 을지로를 돌아다니면서 찾은 필름으로 만들면서 마치 공작 시간처럼 정말 재밌어했어요.”


무엇보다 둘은 평소 서로에게서 영감을 가장 많이 받는다. 듀오로서 하는 작업은 어느 누구의 취향이나 성향이 아닌, 그저 콩과하의 것이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혼자 했으면 이런 결과물이 나올 것 같냐고 물어본 적이 있어요. 근데 둘 다 대답은 ‘아니’었거든요. 언제부턴가 콩과하라는 자아가 생긴 거죠. 러브, 하트, 핑크, 보라 같은, 그 아이에게 어울리는 걸 계속 찾고 만들 거예요.” 그러기 위해 1년 넘게 외부에 공개하지 않고 비밀리에 준비 중인 프로젝트도 있다. 하나의 팀으로 끝나지 않는 즐거운 게임을 하는 이들이 각각 책상에서 자주 사용하는 도구를 꼽았다.




[on the DESK]


1. 김혜빈의 버섯 오브제. 버섯은 식물도 동물도 아니다. 게다가 색과 형태도 다양해서 재미있다. 언젠가 버섯 요리를 내는 레스토랑을 차리고 싶을 정도다. 친구한테 선물 받은 버섯 오브제는 종종 책상에 두고 바라본다.


2. 김혜빈의 다양한 인테리어 소재. 요즘에는 ‘직구’한 손잡이에 빠져 있다. 국내에서는 이렇게 광택이 있는 크롬 소재 손잡이는 잘 쓰지 않는다. 반짝거리는 광택이 영롱해서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3. 김혜빈의 해외 서적. 〈아파르타멘토(Apartamento)〉처럼 참고할 수 있는 사진이 많은 책을 좋아하고, 아이데이션을 하면서 같은 책도 여러 번 읽는다.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에 따라 다른 것이 보인다.


4. 하진구의 윤정빈 작가가 만든 거울. 앞으로 나서지 않는 사람이라 더욱 응원하고 싶다. 나무를 직접 손으로 깎아 페인팅했다. 다양한 오브제에서 영감을 받는 스타일이라 종류를 가리지 않고 모으고 있다.


5. 하진구의 샤넬 립밤. 출장에서 돌아오는 길에 직접 면세점에서 샀다. 입술이 잘 트는 편이라 책상 위에 두고 수시로 바른다. 아끼는 거라 아직 개시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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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Yang Seulah

Photographer Maeng Minhw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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