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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iffer Nov 14. 2023

버섯 찾아 뒷동산으로

differ Weekend

* 더 많은 아티클은 <differ> 홈페이지에서 확인하세요.



홍보 대행사에서 일하는 함희선은 주말이면 동네 뒷산에 올라가 야생 버섯을 구경한다. 보고 싶었던 버섯을 발견하는 기쁨, 산속에서 혼자 쭈그려 앉아 한참 동안 버섯을 구경하는 즐거움, 이따금 사람들과 함께 전국 각지로 버섯을 탐구하러 다니는 그의 주말은 고된 일상을 회복시켜 주는 보물 같은 시간이다.





지금 하는 일

평일에는 홍보 대행사에서 일하며 바쁘게 살고, 주말에는 동네 뒷산에 올라가서 야생 버섯을 구경한다.



야생 버섯을 탐구하게 된 계기

어렸을 때부터 강아지 산책 코스로 동네 뒷산인 원적산에 자주 찾아갔다. 버섯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 건 2020년 여름이었다. 한동안 비가 무척 많이 내려 산길 곳곳에 버섯으로 가득했다. 그 모습이 신기해서 그 이후로 자주 뒷산을 찾게 됐다. 그렇게 발견한 버섯을 SNS에 업로드하면서 알게 된 사람들이 있는데, 두 달에 한 번 정도 만나 다 함께 야생 버섯을 보러 간다. 만타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생태 사진가 박상영 님을 주축으로 열리는 비정기 버섯 탐구 모임이다.



사람들과 함께 버섯 찾기

야생 버섯을 관찰하기 좋은 지역에 가서 다 함께 버섯 탐구를 한다. 만타 님이 버섯을 동정(同定: 생물의 분류학상의 소속이나 명칭을 바르게 정하는 일)하고 특징에 대해 설명해 주신다. 나의 삶에 큰 기쁨을 가져다준 사람 중 한 명이다. 덕분에 어디서도 쉽게 들을 수 없는 버섯 세계에 대해 들을 수 있다. 각자의 방식으로 버섯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나누는 대화는 때론 철학적이고 신비로워서 무척 흥미진진하다.



버섯 따라 여행하기

경북 경주의 남산, 충북 보은 칠보산과 문광저수지, 강원도 평창 오대산, 제주도 곶자왈, 최근에는 경기 포천 국립수목원에서 인상 깊은 버섯들을 봤다. 작년에는 미국 뉴욕주의 베어마운틴 주립공원, 매사추세츠주 케이프코드에도 다녀왔다. 외국에서 자라는 버섯은 그 인상이 무척 달라서 이제는 해외여행을 생각할 때도 야생 버섯을 볼 수 있는 곳을 떠올린다.



나의 아름다운 뒷동산

주말이면 집에서 10분 거리에 위치한 원적산에 자주 간다. 5.1km 길이의 둘레길이 조성되어 있어 원하는 코스를 걸으며 버섯 구경을 하고, 돌아오는 길에는 동네 어르신들이 텃밭에서 기른 제철 채소들을 한 봉지 사서 귀가하는 게 일종의 루틴이다. 평일에 일하면서 스트레스 받거나, 인간관계에서 오는 어려움을 이렇게 숲에서 다 해소하고 온다. 찾고 싶었던 버섯을 보는 기쁨은 어마어마하고, 자연의 변화에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된다. 또 일할 수 있는 에너지를 충전할 수 있다.



자연의 변화에 감사하는 마음



야생 버섯 관찰 도구

튼튼한 신발과 물 한 병 정도만 갖춰도 충분하다. 나는 버섯의 모양을 자세히 관찰할 수 있는 확대경, 버섯을 채취하거나 단면을 확인하기 위한 버섯 칼도 챙긴다. 핸드북 크기의 버섯 도감이 있으면 발견한 버섯을 동정하거나 특징을 알아볼 수 있어서 좋다. 사진은 주로 휴대폰 카메라를 활용한다.



야생 버섯 관찰의 노하우

일단 나가서 걸어야 한다. 봄부터 가을까지 계절에 따라, 식생에 따라 버섯의 종류가 다르다. 흙에서 자라는 버섯, 솔방울에서 나는 버섯, 낙엽 더미에서 자라는 버섯, 심지어 물속에서 자라는 버섯도 있기 때문에 숲이나 호수, 강가 등 어느 곳에서나 버섯을 볼 수 있다. 특히 비 온 뒤에는 버섯을 마주할 확률이 높아진다. 비 온 뒤 축축한 숲의 냄새를 맡으며 버섯을 찾는 것은 큰 즐거움이다.



버섯을 즐기는 방법들

우리나라에만 5천 종이 넘는 버섯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에 발견하고 관찰하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즐길 거리다. 식용 버섯을 발견해서 먹어보는 것도 큰 재미다. 지난번에는 곰보버섯을 발견해서 버터에 볶아 먹었는데 정말 맛있었다. 그러나 식용 버섯이라도 생으로 먹거나 많이 먹으면 배탈이 날 수 있어서 반드시 익혀 먹어야 하고, 조심해야 한다.



버섯에 대한 오해

예쁘고 화려한 버섯은 무조건 독버섯이라는 건 단단한 오해다. 예컨대 갓은 새빨갛고 대는 노란색의 크고 화려한 달걀버섯은 로마 시대에서부터 즐겨 먹었던 식용 버섯이다. 네로 황제는 이 버섯을 무척 좋아해서 달걀버섯을 가져오면 같은 무게의 금으로 바꿔 줬다는 일화가 있을 정도다. 또 익숙하게 생긴 버섯이라고 해서 마음을 놓고 먹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비슷하게 생긴 버섯이 많기 때문에 자칫 위험할 수 있다. 만지는 것은 대체로 괜찮지만 야생 버섯을 먹는 것은 꼭 깊은 공부와 시간이 필요하다.



버섯 탐구 생활의 즐거움

우선 버섯이라는 존재 자체가 좋고, 자연 속에서 좋은 공기 마시면서 보내는 시간을 매우 좋아한다. 거창한 말로 들리겠지만 버섯을 좋아하면서 새로운 세계가 열린 것 같다. 외국어를 하나 배우면 닿을 수 있는 범위가 넓어지는 것과 비슷하다. 버섯에 관심이 생기면 나의 세상도 넓어졌다. 버섯이 아니었다면 가지 않았을 수목원이나 산을 여행하고 있으니.



나의 주말 라이프를 한 마디로 표현한다면

나를 찾고 버섯을 찾는 시간. 좋아하는 것들로만 채운 주말은 나의 모습을 잃지 않게 하는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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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Yoo Dami

Film studio pebs

Designer Kim Yeonj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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