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differ Nov 10. 2022

우리의 색은 순무 핑크

Small Brand

* 더 많은 아티클은 <differ> 홈페이지에서 확인하세요. 



‘핑크김치’는 강화도의 특산품인 순무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선보이는 브랜드다. 오랜 기간 잡지 에디터로 일했던 김경민 대표는 어머니의 순무 김치로부터 시작해, 자신만의 감각을 더한 다채로운 순무 메뉴를 만들고 있다. ‘핑크’라는 상징을 입고, 순무는 오늘도 무한히 확장 중이다.



브랜드명

핑크김치 (PINK KIMCHI)


의미

처음에는 어머니의 이름을 따 ‘안옥천순무김치’로 시작했지만, 어머니 없이도 굴러갈 수 있는 브랜드가 되려면 다른 이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순무에서 우러나오는 핑크빛이 예뻐 김치 앞에 핑크를 붙였는데, 이 핑크가 김치뿐 아니라 다른 음식까지 다룰 수 있도록 확장성을 갖게 해준다고 생각한다.


탄생 시기

마르쉐 마켓에 참여하며 본격적인 판매를 시작했던 것은 2018년, 이름을 바꾸고 핑크김치로서 정체성을 갖게 된 것은 2년이 채 안 되었다.


핵심 가치

강화도 순무를 알리는 것. 핑크김치로 인해 순무의 매력을 알게 되면 좋겠고, 반대로 순무 하면 자연스레 핑크김치를 떠올리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브랜드 준비 초기에 가장 많이 했던 질문

Q. 오프라인 숍이 꼭 필요할까?

주로 온라인 숍과 농부시장 마르쉐에서 판매가 이루어지는 만큼 오프라인 숍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지는 못했다. 지금의 공간은 사무실 성격으로 얻은 곳인데, 최근 마르쉐에서 활발하게 판매하고 있는 ‘순무 라페 샌드위치’를 맛본 손님들이 “가게는 언제 낼 거냐?”고 종종 물어본다. 홀로 운영을 하고 있다 보니 정식으로 숍을 오픈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일. 계속 고민 중이다.


성장 포인트

핑크김치에 관심을 갖는 사람은 아직까지는 호기심 때문인 경우가 많다. 그들을 붙잡을 수 있는 것은 결국 가장 기본이 되는 ‘맛’. 순무 특유의 알싸한 맛을 살려 더 맛있고 새로운 메뉴를 개발하고 싶다. 그리고 그 메뉴를 돋보이게 만들 수 있는 브랜딩 측면 또한 놓치지 않을 생각이다.





나도 내 것을 하고 싶다



순무가 강화도 특산품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들도 많을 것 같아요. 강화도 순무에 대해 소개해줄 수 있나요?
강화도에서 나고 자란 저에게는 순무 김치가 너무나도 익숙한 음식이에요. 어머니가 늘 순무로 김치를 담그셨거든요. 온 동네 사람들이 다 그랬어요. 그런데 순무 김치를 모르시는 분들도 많더라고요. 저도 브랜드를 본격적으로 운영하면서 공부를 통해 알게 된 사실인데, 강화도의 흙이나 해풍, 기온이 순무가 자랄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이라고 해요. 특히 강화도 순무는 특유의 알싸한 맛에 단맛이 함께 느껴져요. 일반 무보다 더 단단한 식감을 갖고 있다는 점도 강화도 순무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죠.

핑크김치는 어머님으로부터 시작된 것이나 다름없다고요.
어머니의 음식 솜씨가 좋으세요. 순무 김치 경연 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하신 적도 있고요. 그래서 제 지인들은 어머니에게 순무 김치를 주문해 먹는 경우가 종종 있었죠. 한번은 제가 에디터로 일하던 잡지에 아주 짤막하게 어머니의 순무 김치를 소개했는데 그걸 본 한 방송사에서 출연 요청을 해 왔고, 방송이 나간 직후부터 미친 듯이 주문 전화가 왔어요. 전화로 일일이 주문을 받는 게 어려워서 블로그를 시작했던 게 핑크김치의 시작이라면 시작이죠.

그러다 본격적으로 브랜드를 운영해야겠다고 마음먹은 건 어떤 이유에서였나요?
직장을 그만두고 매너리즘에 빠졌을 때가 있었어요. ‘나도 내 것을 하고 싶다’는 고민을 하고 있던 차에 순무가 떠올랐죠. 제가 호기심이 굉장히 많은 편인데, 순무는 알면 알수록 새로운 매력이 있다고 느꼈던 것 같아요. 마침 ‘마르쉐’라는 채소 마켓에 대해 알게 됐고, 오프라인에서 순무 김치를 팔아보자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마르쉐에서 사람들을 만나는 게 너무 재미있는 거예요. 결국 스마트 스토어까지 오픈하게 됐고,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아서 사진부터 찍고 했던 게 지금까지 이어져 온 거죠.





핑크가 제일 쉬웠어요



기존에도 ‘순무’라는 큰 틀은 있었지만, 이름을 바꾸고 핑크로 브랜딩을 시작한 게 신의 한 수였던 것 같아요. 브랜딩 과정에서 어려움은 없었나요?
꽤 오랫동안 안옥천순무김치라는 이름으로 마르쉐를 나갔는데, 핑크김치로 이름을 바꾼 후 의아하단 반응도 있었어요. ‘핑크’가 가벼운 느낌을 주나 싶기도 했죠. 그런데 핑크라는 중심이 생기니까 브랜딩에 접근하는 방법은 쉬워지더라고요. 제품 사진을 찍을 때도 핑크색 배경을 활용해 보고, 메뉴를 개발할 때도 핑크에서 시작해 보는 거죠. 핑크라는 틀에 맞추다 보니 오히려 더 신선한 느낌이 나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가장 인기 있는 품목 중 하나인 ‘순무 라페’도 핑크에서 착안한 메뉴예요. 채 썬 순무에 레몬즙을 넣으니까 예쁜 핑크색이 나오더라고요. 물론 모든 메뉴에 핑크색을 적용할 수는 없을 거예요. 정체성은 잃지 말되 다양한 것을 시도해 봐야죠.

이전에는 잡지 에디터였는데, 요리라는 영역이 낯설지는 않았나요?
낯설었죠. 제가 세 남매 중 둘째인데, 어머니의 음식 솜씨는 다 남동생에게 갔어요. 저는 맛있게 먹을 줄만 알고요. (웃음) 그런데 어머니가 김치를 담그거나 다른 음식을 하면 꼭 제 입맛에 통과되기는 해야 했어요. 요리는 못 해도 미식에 대한 감각은 있었던 게 아닐까 싶어요. 요리 외의 것들은 에디터로 일하면서 쌓은 경험에 많은 도움을 받았죠. 제품 사진을 찍거나 홍보 글을 쓸 때는 물론이고, 다양한 브랜드 관계자들을 만나면서 브랜딩에 대한 감을 익히기도 하고요.

순무 라페, 순무 쏨땀과 같은 신선한 메뉴들이 다 노력에 의해 탄생한 결과였군요.
저는 아직도 순무 김치를 못 만들어요. 그렇게 배웠는데도 어머니 손맛을 못 내더라고요. 그래서 나만의 메뉴 개발에 힘썼던 것도 있어요. ‘순무로 만들 수 있는 것 중에 가장 쉬운 게 뭘까?’ 찾다가 만들게 된 게 피클이었어요. 그것도 아마 한 달은 넘게 걸렸을 거예요. 피클에 관한 책이란 책은 다 봤을걸요? 요리에 대한 감이 없어서 전부 공부를 해야 해요. 그래도 피클을 시작으로 조금은 자신감이 붙어서, 제가 좋아하는 음식에 순무를 접목해 보는 방향으로 메뉴를 개발하게 됐죠. 라페와 쏨땀도 제가 즐겨 먹는 음식이었고요.





색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기



지역 특산품으로 브랜드를 만들 때 가장 중요한 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결국 사랑과 관심이 아닐까 싶어요. 저에게 순무는 어려서부터 너무나 친숙한 것이었고, 자연스레 형성된 애정이 바탕이 되었죠. 애정이라는 건 익숙한 걸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힘으로 발전하기도 해요. 강화도 순무로 음식을 만들어 판매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겠어요. 전통을 이기기는 쉽지 않아요. 제가 아직까지 순무 김치를 못 만드는 것처럼요. 중요한 건 색다른 시선으로 재해석하는 거예요. 다른 경쟁력을 갖춰야 하는 거죠.

지난 7월에는 서울 북촌에서 첫 팝업 스토어를 진행했어요. 새롭게 시도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함께 팝업 스토어를 열었던 테이블 웨어 브랜드 't!t!' 대표님께서 예전부터 저희 순무 김치를 사서 드셨던 분이에요. ‘핑크’를 주제로 팝업을 열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에 함께하게 된 건데, 그 일을 계기로 더 다양한 시도를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다른 농부들과 함께 농산물 사진전을 열어도 재미있을 것 같고, 서울에서 팝업 식당을 열어보고 싶은 생각도 있어요. 친구들이 놀러 오면 순무를 가지고 파스타나 볶음밥을 만들어 주기도 하거든요. 조금 더 시간이 흐르면 순무에 관한 작은 책도 만들어보고 싶어요. 나열하고 나니 하고 싶은 게 참 많네요. (웃음)



김치도 새로울 수 있다



앞으로 핑크김치가 브랜드로서 어떤 방향성을 가지고 나아갔으면 하나요?

김치에 대한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는 브랜드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마르쉐에 자주 나가다 보니 자연스레 채식에 대한 관심이 생겼는데, 김치도 언뜻 보기에는 비건 음식 같잖아요. 그런데 젓갈이 들어가기 때문에, 해산물은 허용하는 ‘페스코 베지’로 분류되더라고요. 그래서 요즘에는 메뉴를 만들거나 판매할 때 그러한 부분을 반영하고 안내하려고 해요. 빨간 김치만 있는 게 아니라 핑크색 김치도 있다는 것도 다양한 방식으로 보여드리고 싶어요.









Editor Oh Jisoo

Photographer Jang Sooin

작가의 이전글 근육 운동 어디서부터 시작할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