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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iffer Jan 31. 2023

맥주에 담은 우리 동네

Small Brand

* 더 많은 아티클은 <differ> 홈페이지에서 확인하세요. 



인천맥주는 이름 그대로 인천을 위한 맥주를 만든다. 인천맥주만의 색깔을 만들기 위해 박지훈 대표는 당장 하고 싶은 일들을 잠시 내려놓았다. 지역의 이름을 내건 만큼 그곳에 누가 되지 않도록, 자신만의 정체성이 뚜렷한 브랜드를 만들고자 걸어온 행보는 이제 사람들의 시선과 발걸음을 인천으로 향하게 한다.



브랜드명

인천맥주(Incheon Brewery)


의미

인천에서 만든, 인천의 개성을 담은 맥주라는 뜻이다.


탄생 시기

2018년 1월


핵심 가치

인천을 대표하는 맥주가 되는 것. 그러려면 먼저 인천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지역 내에서 더욱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브랜드 준비 초기에 가장 많이 했던 질문

Q. 인천의 매력을 어떻게 보여줄 수 있을까?

사실 인천은 다른 지역 양조장에 비해 특산품 등 활용할 수 있는 재료가 많지 않다. 그렇기에 사람과 공간에 집중하고자 했다. 동네 어르신과 오래된 가게들을 조명하다 보면 그 속에 켜켜이 쌓여 있는 인천의 시간과 역사가 자연스레 보일 것이라 생각했다.


성장 포인트

제품 디자인과 홍보 포스터에 검은색과 미색 두 가지만 활용하고 있다. 다소 거칠고 촌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다른 맥주들과 있을 때 오히려 시선이 집중되는 효과가 있는 것 같다. 맛 또한 맥주 덕후와 일반 대중 사이에서 덕후 쪽으로 70% 정도 치우친 맛을 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전문적이고 세련된 느낌보다는 보편적이고 투박한 멋이 인천맥주만의 매력이다.





인천은 왜 안 돼?


인천맥주의 시작점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펍 브랜드 ‘칼리가리 박사의 밀실’이 있어요. 맥주에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가 있나요?
원래는 음악을 했어요. 먹고살아야 하니까 요식업에 뛰어들게 되었는데, 저희 가게 근처에 와인을 직접 만들 수 있는 공방이 있었거든요. 가보니 맥주도 만든다는 거예요. 당시만 해도 수제 맥주라는 게 낯설던 때였는데, 몇 번 해보니까 엄청 재미있더라고요. 그래서 취미로 홈 브루잉을 시작했고, 언젠가는 맥줏집을 열고 싶다는 생각을 했죠. 그러던 중에 기회가 돼서 맥주를 하나 만들게 됐고, 제가 만든 레시피를 들고 맥주 공장에 찾아간 거예요. 그걸 계기로 펍 브랜드 ‘칼리가리 박사의 밀실’을 오픈했고요.

그러다 양조장을 만들면서 ‘인천맥주’로 이름을 바꿨죠. 그 이유는 뭐였어요?
인천을 대표하는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은 늘 가지고 있었어요. “인천은 안 돼.” 인천 사람들끼리도 이 말을 정말 자주 하거든요? 음악을 예로 들면 인천 출신 뮤지션도 많아요. 그런데 인천을 주요 무대로 활동하거나 자신의 지역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은 많지 않은 거예요. ‘대체 왜 그럴까?’라는 고민을 정말 많이 했고, 어떤 계기가 필요하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우리가 만드는 것이 인천의 첫 양조장이라면 인천이라는 지역명을 선점하는 게 좋겠더라고요. 이름부터 그렇게 시작하면 인천 사람들이 지역 브랜드를 활성화하는 데 더욱 노력하게 되지 않을까 싶기도 했고요.

대표 제품인 ‘개항로 라거’는 인천 중구 도시재생 프로젝트인 ‘개항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탄생한 것이라고요.
‘개항로 프로젝트’는 마음 맞는 친구들끼리 작은 크루처럼 시작했던 거예요. 오래된 거리와 가게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기 위한 움직임이었죠. 하루는 그 친구들과 술자리를 가지면서 우스갯소리로 그런 이야기를 했어요. "우리 몇 명만 모여도 이렇게 맥주를 많이 마시는데, 맥주 하나 만들어서 우리끼리만 마셔도 먹고살 만큼 팔 수 있지 않을까?" 마침 인천맥주로 이름도 바꾸고 새로운 맥주가 필요한 시점이기도 해서, 프로젝트의 이름을 따 ‘개항로 라거’를 만들게 된 거예요.

제품 개발 과정부터 디자인, 모델 선정까지 전부 흥미로워요. 모두 동네 어르신과 연관이 있죠.
이 동네가 구도심이라 노포가 많고 연령대도 높아요. 먼저 어르신들이 좋아할 만한 맥주를 만들고 싶었고, 그래서 라거를 선택했죠. 나이대가 좀 있으신 분들은 에일보다 라거 맛에 익숙할 거라 생각했거든요. 캔이 아닌 병으로 만든 것도 같은 이유예요. 그다음은 병에 들어갈 디자인을 정해야 하는데, 디자이너가 저희 지역 곳곳에 있는 목간판 글씨체를 그대로 따온 거예요. 오랫동안 목간판을 제작해 온 동네 어르신의 작품이었는데, 보자마자 다들 ‘이거다!’ 했어요. 그래서 모델을 선정할 때도 자연스럽게 동네 어르신을 모시게 됐어요. 극장 간판을 그리다가 지금은 페인트 가게를 하고 계시는 분이죠.





사람과 공간을 잇는 맥주


인천맥주라는 이름에 걸맞게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어요. 최근에는 ‘마계인천’에 집중하고 있죠.
맞아요. ‘마계인천’은 마력이 넘치는 인천의 공간과 장소 혹은 인물들을 맥주를 매개로 만나고 기록하는 프로젝트인데요. 한 달 반에서 두 달에 한 번씩 노포와 협업해 새로운 맥주를 출시하고 만남의 장을 만들고 있어요. 디제이를 섭외해서 음악도 틀고 굿즈도 팔고요. 작은 회사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죠. 수익성도 떨어지고 위험 부담도 많지만 우리만의 색깔을 만들어간다는 생각으로 시작했고, 이어가고 있어요.

협업할 노포를 선정하는 기준은 무엇인가요?

처음에는 역사가 30년이 넘은 가게들 중에서 선정했어요. 술을 팔 수 있도록 허가가 난 곳 중에서 장사가 이미 잘되고 있는 곳은 배제했어요. 일회성 이벤트로 끝나지 않고 계속해서 사람들이 찾아갈 수 있을 만큼 매력 있는 공간인지도 눈여겨봤어요. 그런데 이 모든 조건에 부합하는 가게가 생각보다 많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이 프로젝트를 더 오래 이어가기 위해 기준을 좀 낮췄어요. 지금은 15년 이상 된 가게들 중에서 살펴보고 있습니다.

동네 사람들의 반응은 어때요?
기대 이상이에요. 세 곳 정도 협업하면 충분할 줄 알고 딱 세 곳만 미리 세팅을 해뒀는데, 첫 번째는 4시간 만에 품절이 됐고 두 번째는 3시간 만에 품절됐어요. 저도 놀랐고 가게 사장님은 더 놀랐죠. 최근에 세 번째 행사를 진행했는데, 오후 6시에 시작이었고 1시간 전부터 손님을 받았거든요. 그런데 5시 반도 안 돼서 가게 안이 꽉 찼어요. 이번에는 지자체에서도 사람이 나왔더라고요. 얼마나 계속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우선은 이 기세를 몰아서 내년까지는 밀고 가보려고 해요.





어떤 동네나 매력은 있다


지역 이야기를 하는 브랜드가 필요한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일본에는 주민이 없어서 사라지는 지역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지금 제가 살고 있는 이 지역이 반드시 남아 있으리라는 확신이 없어요. 그러니 단순히 지역을 살리기 위해서라도 로컬 브랜드가 잘 발달되어야 해요. 그러려면 그 지역 사람들이 먼저 노력해야 하죠. 제일 많이 알고 제일 잘할 수 있는 사람들이니까요.

로컬 브랜드를 준비하고 있는 분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자신이 살고 있는 동네의 매력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게 중요해요. 사실 ‘마계인천’이 인천을 안 좋게 부르는 별명이거든요. 누군가는 이 말을 듣고 발끈할 수도 있지만, 저는 인천이 그렇게 보일 수 있는 부분도 어느 정도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 부분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긍정적으로 표현한다면, 그것이 곧 인천만의 색깔 혹은 매력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깨끗하고 고급스럽고 세련된 브랜드는 서울에도 많잖아요. 해당 지역만의 특징과 느낌을 잘 살려서 만들어낸다면 훨씬 더 멋진 브랜드가 탄생하지 않을까 싶어요.



솔직하게 인정하고 당당하게 보여주기



인천맥주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요?

1~2년 내로 페스티벌을 열고 싶어요. 어떤 모습일지는 모르겠지만, ‘마계인천’ 프로젝트를 통해 차근차근 쌓아 나가보려고요. 바다가 있고 맥주도 있으니까 가능하지 않을까요? (웃음) 조금 더 멀리 바라본다면, 외국에서도 팔리는 맥주로 자리 잡았으면 해요. 맥주로 유명한 나라가 워낙 많으니까 괜히 자신 없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사실 우리나라 맥주도 충분히 좋거든요. 종종 외국인들이 인천맥주를 맛보고 ‘인천이 뭐야?’, ‘한국의 도시래.’ 하면서 인천을 알아가는 상상을 해보곤 해요.









Editor Oh Jisoo

Photographer Jun Yese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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