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림역 감성카페 우드톤 맛집 [포말커피]
카페 아닌 척하는 문을 열고 들어오면 신세계가 펼쳐진다.
서울 관악구 신림로 67길 25 2층(신림동)
“아 여기였어? 아까 여기 지나쳤잖아.”
감성카페를 소개하기에는 조금 뜬금없는 신림이라 생각할 수 있다. 지난 올리뷰 카페도 같은 문장으로 소개를 시작했는데, 신림도 감성과는 조금 거리가 먼 동네라서 어쩔 수 없다. 그도 그럴 것이 ‘신림=술집’의 공식이 있기 때문이다.
2호선 라인을 메인으로 타고 다닌 세월이 10년이 다 되어 간다. 2호선이 꿀라인이긴 하지만, 유독 승객이 많이 내리는 역이 신림역인 것 같다. 타는 사람보다 내리는 사람이 훨씬 많다. 특히 저녁시간이면 신림역은 밥 약속과 술 약속 가는 사람들로 붐빈다. 그만큼 밥집과 술집이 넘쳐나는 동네.
개인적으로는 인구 밀집도가 높은 동네를 선호하지 않아 밥과 술을 맛있게 먹은 기억이 잘 없지만, 기억에 남는 카페가 몇 군데 있다. 오늘은 하나만 소개할 거다. 궁금하면 올리뷰 구독하기.
지도에서 알려주는 대로 따라가면서 ‘이런 데 그런 카페가 있다고...?’를 몇 번이나 말했는지 모르겠다. (이 문장도 지난 올리뷰에서 본 것 같은데) 정말 카페가 있을 리가 없는 곳에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나도 눈 앞에 두고 여러 번 두리번거렸고, 이 날도 내 뒤를 따라 들어오던 커플이 이렇게 말했다.
“아 여기였어? 우리 아까 여기 지나쳤잖아.”
FOAMAL. 영어로 된 나무간판을 찾아야 한다. 문 위에도 붙어있고, 옆에 시멘트 벽에도 이정표처럼 세워져 있다. 포말커피는 채도 낮은 하늘색 대문이 인상적인데, 첫눈에 딱! 인상적이기 힘들 만큼 존재감이 없어서 ‘하늘색... 하늘색... 하늘색..’ 되뇌면서 찾으면 좀 낫다.
카페 아닌 척하는 문을 열고 들어오면 신세계가 펼쳐진다. 두구두구두구.
포말커피는 신리머라면 이미 알고 있을 만큼 동네에서는 입지가 탄탄하다. 우드톤 인테리어 소품 위에 주황빛의 조명이 안정적으로 내려앉아 있다. 카페를 위해 만들어진 공간은 아니고, 아담한 사무실을 고쳐 카페로 만든 것 같다.
천장이 높지 않고, 공간이 넓지 않으면 대개 시끄러운 편인데 들어가는 순간부터 차분했던 공기가 아직도 생생하다.
음료의 가격은 물가 대비 비싼 편도, 싼 편도 아닌 가격. 아메리카노 기준 4,000원 내외의 가격을 무난하다고 여기는 나로서는, 포말커피의 가격대는 5백 원씩 높았다.
사실 포말커피는 시그니처 디저트가 유명하다. 블론디라는 예쁜 이름을 가진 브라우니다. 주문하면 아이스크림을 한 스쿱씩 올려주는데, 이 날은 배가 불러서 못 먹었다. 맛있는 커피 마시러 간 거여서 아쉽진 않았지만, 다음엔 꼭 먹어야지! 리뷰 또 쓸게요.
우유와 섞인 커피는 산미 있는 걸 좋아하는데, 산미가 그렇게 강하진 않았다. 개인적인 취향으로는 조금 아쉬웠다.
작은 공간과 테이블 간의 좁은 간격에도 불구하고 번잡하지 않았다. 책을 읽기에도 괜찮았고, 속닥속닥 이야기를 나누기에도 괜찮았다. 느낌 있는 곳에서 나른한 오후를 보냈다-하기 좋은 아늑한 곳이다.
커피를 다 마시고 두 시간 정도 앉아서 쉬다가 나갈 채비를 하고 일어섰다. 나오는 길에 화장실에 들렀는데, 제대로 반했다. 개인적으로 황토 화분을 좋아하는데, 이곳에서도 주황빛의 화분과 초록빛의 생명력이 존재감을 제대로 뽐내고 있었다. 거실 공간에 포말커피의 매력이 잔뜩 묻어있다. 하나하나 정성스럽게 모은 소품들로 공간을 꾸며두었다. 포근하고 따뜻한 전체적인 느낌과 잘 어울리는 아이템들.
같이 간 김말자 씨는 벽에 붙어있는 사진들의 사진을 그렇게 남겼다. 여행 가고 싶게 하는 사진들이었다. 역시는 역시. 손님에게 있어 카페의 킬링 포인트는 이런 디테일들이다.
싹싹 비우고도 마지막 한 방울까지 춉춉 마시게 되는 맛이었다. 뭐니 뭐니 해도 카페에서 가장 중요한 건 커피 맛 아니겠는가. 에스프레소 무한리필되면 좋겠다.
돈 못 벌고 있는 백수지만 나는 소중하니까- 하는 합리화로 직접 사 먹은 오늘의 올리뷰.
글 YEDDY
사진 YEDD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