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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올리뷰 Mar 01. 2019

욕구가 잠시 맞아떨어진 순간, 우리는 사랑이라 부른다

사랑이라는 과거를 딛고

왓챠의 첫 뽕. 바로 <영원한 휴가> <천국보다 낯선> <패터슨> 등 45편의 영화를 찍은 짐 자무쉬가 제작하고, 현재 미국에서 가장 스타일리시하다는 게이브 클링거의 첫 영화 <포르토>되시겠다. 뉴욕 인디 영화의 거장이라는 짐 자무쉬가 제작이라니.

왓챠 뽕의 첫 게시물의 탑 매너.  나름 예고편이었다.

이영화는 우선, 어디서 본 적 있는 남자 배우와 처음 본 여자배우가 나온다. 사람 이름만큼이나 얼굴도 잘 기억 못 해 찾아본 결과 그는 안톤 옐친이었고, 그의 유작이었다. 오 마이 가쉬. 이 영화를 한마디로 말 한자면 외로움에 허덕이는 미국 남자와 외로운 부분이 있긴 하지 하는 프랑스 여자가 만나 사랑하는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우연히 만난 두 남녀는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활활 불타오른다. 골목을 걷다 키스를 하고, 키스를 하며 섹스를 한다. 만난 첫날밤에. 영화를 보다 보면 마치 내가 그 자리에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착각이 들기도 한다. 세밀한 표현이 가능한 35mm 카메라로 찍어 피부에 오른 닭살까지 찍혀있기 때문이다. 이 감독, 참 섹슈얼하게 잘 찍었다.

둘이 좋아 키스하고 섹스한 것이 뭐가 문제냐고 묻는다면, 둘의 온도가 다르다는 것이 문제다. 어떤 사랑이든 온도가 다르면 그 사랑은 파국을 거친다. 남자는 마치 여자가 자신의 구원자라도 되는 듯 굴고, 여자는 한 번 잤을 뿐인데 왜?라는 태도를 취한다. 이렇게 사람이 다르고, 마음이 다르다.

위 사진의 화질이 구리다고 뭐라 하지 마시라. 실제 영화의 4:3 비율의 화면은 죄다 노이즈가 잔뜩 껴 있다. 반면, 영화의 16:9 비율의 화면은 깨끗하며 선명하다. 감독이 설정을 잘못해서가 아니다. 감독의 의도라는 것이다. 이 의도를 알면 이 감독 왜 이렇게 센스 넘쳐? 소리가 절로 난다.

보이나. 같은 영화의 16:9 비율의 화소가. 보통 과거를 표현할 때 노이즈가 낀 옛 화면을 연출하는 것이 일반적이나 감독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과거는 놀랍도록 생생하고 선명하고, 현재는 씁쓸함과 외로움으로 질식해 죽어버릴 정도로 거칠고 투박하다. 서로의 결핍이 채워지는 순간, 화면도 채워진다. 그러나 언제까지나 과거일 뿐.

사랑이라는 이름 앞에 우연과 운명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이유에 대해 생각한다. 어느 날 밤, 불타오르는 감정으로 사랑을 나누지만 여자 주인공은 다른 남자와 결혼한다. (물론 이혼한다.) 운명은 뭐고, 우연은 뭐길래 사랑의 이름에 그리도 달라붙어 특별하게 만드는 걸까. 그렇게 합쳐진 사랑의 단어는 짙은 상처와 외로움, 간혹 성장과 성숙을 남기는 것인지 생각하게 된다. 어쩌면 욕구가 잠시 맞아떨어진 순간을 사랑이라 착각하는 것은 아닐까.

영화는 3부작으로 이루어져 있다. 남자가 말하는 이야기와 여자가 말하는 이야기, 그리고 그 둘의 이야기. 확연한 온도차에 놀라울 것 같으나 나같이 영알못들에겐 간신히 느낄 수 있는 미미한 온도차일 뿐이다. 오히려 감독이 연출해 준 화면 비율이 훨씬 친절한 편이다. 이런 식의 영화 구조를 좋아한다면 반드시 사랑하게 될 <포르토>.

캡처를 하고 이미지를 구하다 보니 죄다 쓸쓸하고 공허한 현재의 화면이 잔뜩이다. 이 영화의 묘미라면 나 같은 노이즈 성애자들은 죄다 캡처로 남겨 사진으로 인화하고 싶은 영상미라고 하겠다. 보다 깊은 붉은색과 녹색은 또 어찌나 매력 있는지. 사랑의 씁쓸함에 대해 이야기를 남겨, 보는 이들에게 씁쓸함을 남긴 대신 영상미로 화려한 위안을 주는 영화 <포르토>. 영얄못에겐 아쉬운 영화지만 노이즈 성애자에겐 황홀한 영화라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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