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지 않는 마음들이 모여 도시가 된다 : 메델린에서

도시의 유효기간은 인간의 애정이 결정한다

by Paul과 요셉

모든 도시는 저마다 사라지지 않아야 할 이유를 품고 있다. 누군가는 기후 위기나 물리적 재난이 도시의 종말을 결정한다고 믿지만, 사실 도시는 인간이 그곳을 더 이상 사랑하지 않을 때 비로소 무너진다. 충분히 개선할 수 있는 불편함조차 외면하고 사람들이 등을 돌리기 시작할 때, 도시는 껍데기만 남은 채 고립된다.


즉, 도시의 죽음은 자연재해가 아닌 인간 행동의 결과다.


그런 의미에서 이곳, 콜롬비아의 메델린은 끈질기게 살아남을 도시다. 이곳엔 사람을 붙잡아두는 특유의 '애정 어린 요소'들이 도처에 널려 있기 때문이다.


처음엔 그저 스쳐 지나갈 곳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 도시에 애정을 갖기로 마음먹은 순간부터 마법처럼 풍경이 바뀌기 시작했다. 무심히 지나쳤던 길모퉁이에서 작고 귀여운 카페가 눈에 들어오고, 낯선 이방인의 머리칼을 만지는 현지 미용사의 투박한 손길에서 친밀감을 느낀다. 박물관의 전시물들은 이 도시가 겪어온 상처와 회복을 속삭이고, 길에서 마주치는 로컬들의 미소는 나를 이 공간의 일부로 편입시킨다.


물론 메델린은 마냥 달콤하기만 한 곳은 아니다. 어떤 골목은 서늘한 긴장감을 품고 있고, 성당 바로 옆 관장 곪 목에 성매매를 유도하는 여성들. 심지어 그것은 불법이 아니다.

사람들이 버린 빈 깡통의 남은 음료를 먹으며 기어 다니는 분들, 북적이는 시장통엔 낯선 이의 경계심을 자극하는 날 것 그대로의 거칠음이 공존한다. 하지만 바로 그 지점이 흥미롭다. 완벽하게 정제된 낙원이 아니라, 위험과 다정함이 공존하는 입체적인 공간이기에 사람들은 이곳을 치열하게 사랑하고 가꾸는 것이 아닐까.


<솔직히는 폰을 꺼내기가 두렵거나 사진을 찍기 주저할 만큼의 바이브였다.>


미래의 해수면 상승에 대응해 '18분 부유 도시'를 설계하는 나에게 메델린은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우리가 만들 새로운 도시는, 사람들이 머리카락을 자르고 이웃과 인사를 나누며 끝내 떠나고 싶지 않게 만드는 '애정의 중력'을 어떻게 가지게 할 수 있을까?"


나는 당분간 이곳에 더 머물기로 했다. 메델린이 가진 그 묘한 생명력을 조금 더 내 설계도 안에 옮겨 담기 위해서


심지어 숙소를 옮겨 좀 더 로컬 네이버후드로 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