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지능
"나는 이제 '불량식품' 같은 관계를 끊기로 했다."
음악에 미쳐 살던 때가 있었습니다. 일렉기타, 베이스, 색소폰… 손에 잡히는 대로 악기를 탐닉했죠. 멋진 연주를 들으면 "나도 할 수 있다"는, 일종의 귀여운 정신착란(?) 증세까지 보이며 악기로 달려가곤 했습니다. 우연히 모차르트와 비슷한 음이라도 하나 건지면, 방구석 베토벤이 된 양 혼자 희죽거리던 날들이었지요.
하지만 그 황홀한 상상에서 깨어나 제정신이 돌아오면 마주하는 건, 처참한 현실이었습니다. 내 손에 들린 악기는 연주는커녕, '튜닝(조율)'조차 되어 있지 않은 상태였으니까요.
'바보.'
스스로를 타박하며 깨달았습니다. 악기도 튜닝이 안 되면 소음만 내는데, 하물며 사람은 어떨까 하고 말이죠.
사람이 사람을 만나는 일, 겉보기엔 쉬워 보입니다. 밥 먹고 차 마시는 게 뭐 대수인가 싶죠. 하지만 저는 알게 되었습니다. 사람이 자연을 느끼고, 동물을 돌보고, 스마트 기기를 다루는 것보다 수백 배 더 정교하고 많은 에너지가 드는 일이 바로 '인간관계'라는 것을요.
돌이켜보면, 99%의 관계는 '조율'이 아니라 '파괴'에 가까웠습니다.
내 가치관을 튜닝해 주기는커녕 훼손하고, 내 감정을 쓰레기통 취급하며, 소중한 에너지를 뺏어가기만 했으니까요. 튜닝이 풀린 기타 줄을 억지로 퉁기면 줄이 끊어지듯, 그런 만남 뒤에 제 마음은 늘 끊어지고 상처 입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제 '인간 튜닝'을 시작하려 합니다.
나를 성장시키기 위해 기꺼이 쓴소리라는 '장력(Tension)'을 주는 사람. 내가 보지 못하는 새로운 관점의 '화음'을 제시하는 사람. 그런 만남은 단순한 친목이 아니라, 제 인생의 축복이자 선물입니다.
물론, 사람을 만나는 것이 두려워 동굴로 숨겠다는 뜻은 아닙니다.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세상에 나가되, 이제는 '관찰'을 하려 합니다. 아무거나 집어 먹고 배탈이 나는 불량식품 같은 관계는 이제 정중히 사양하겠습니다.
대신 조용히 귀를 기울여 보려 합니다. "당신의 진동과 나의 진동이 맞는지." 당신이 나의 불완전한 진동을 더 크고 맑게 울려줄 공명통을 가진 사람인지. 그리고 나 또한, 당신에게 그런 아름다운 소리를 돌려줄 수 있는 사람인지.
틀린 진동으로 나를 흔들어 결국 쓰러지게 만드는 소음 속에서 벗어나, 이제는 서로를 가장 아름다운 소리로 조율해 줄, 그런 연주를 시작하고 싶습니다.
당신의 관계는 지금, 튜닝되어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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