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지능
"거창하게 한 상 차려봤어." 친구들을 초대하거나 특별한 날 음식을 준비할 때 우리는 종종 이런 말을 합니다.
그런데 혹시 혼자 늦은 저녁 식탁에 앉아 김치찌개를 먹으며, 혹은 늘어진 티셔츠를 입고 소파에 누워 있을 때 "나 오늘 참 거창하다"라고 생각한 적 있으신가요? 아마 없을 겁니다.
'거창함'이라는 단어는 언제나 타인의 시선이 존재하는 곳, 즉 누군가에게 보이는 무대 위에서만 사용된다는 점입니다. 무인도에서 혼자 밥을 먹으며 거창하다고 우쭐할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요. 결국 거창함이란 본질이라기보다는,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겉을 부풀린 '연출'에 가깝습니다.
우리는 종종 이 거창함의 덫에 걸립니다.
오랜만에 나가는 동창회나 SNS에 올릴 사진을 찍을 때를 떠올려 보세요. 나의 내면이 조금 공허하거나 불안할수록, 우리는 더 화려한 명함, 더 근사한 배경, 더 큰 성취로 나를 포장하려 애씁니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보상 심리'라고 부르는데, 쉽게 말해 빈 수레가 요란한 것과 같습니다.
내 안의 빈 공간을 들키지 않기 위해 바깥의 포장지를 화려하게 키우는 것이지요.
인간은 본능적으로 잊히는 것을 두려워하는 존재라, 자꾸만 거대한 빌딩이나 위대한 업적처럼 '나보다 오래 남을 거창한 것'에 집착하게 됩니다. 그래야 내가 사라지지 않을 것 같은 안도감을 느끼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우리가 이 거창함을 걷어낸 상태를 '초라함'이라고 착각한다는 데 있습니다.
화려한 파티가 끝나고 집에 돌아와 화장을 지운 맨얼굴을 마주할 때, 혹은 원대한 꿈에 비해 턱없이 작아 보이는 오늘 하루의 일상을 보며 우리는 좌절하곤 합니다. 하지만 저는 거창함의 반대말은 초라함이나 실패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바로 '단단함'입니다.
거창함이 공기를 잔뜩 넣은 풍선처럼 '부피'가 큰 것이라면, 단단함은 작지만 속이 꽉 찬 다이아몬드처럼 '밀도'가 높은 것입니다.
숲을 이루는 거대한 나무들도 결국은 아주 작은 잎사귀 하나, 눈에 보이지 않는 뿌리 세포 하나의 성실한 반복으로 만들어집니다. 자연은 결코 거창하려고 애쓰지 않습니다. 그저 매일의 삶을 단단하게 살아낼 뿐이죠.
그러니 오늘 당신의 하루가 남들 보기에 번쩍거리는 이벤트 없이 조용했다면, 그것은 초라한 하루가 아니라 군더더기 없이 '담백한' 하루였던 것입니다.
거창한 목표가 없다고 불안해하지 마십시오. 풍선은 바늘 하나에도 터지지만, 작고 단단한 조약돌은 비바람에도 그 자리를 지킵니다. 타인의 시선으로 지은 거창한 성보다는, 나의 취향과 소소한 기쁨으로 채운 단단한 오두막이 당신을 더 행복하게 해 줄 것입니다.
거창함의 반대편에 있는 것은 비루함이 아니라, 당신만의 진실한 '단단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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