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절. 내게 사진이란?

1. 사소함이다

by 오월의바람

사진 찍는 일이란 해가 뜨고 지는 것처럼 사소한 일이다.

그렇지만, 사진이란 사소함을 큰 힘으로 바꾸는 것이다.


사진을 찍는 일이 사소한 것은 카메라를 들고, 찍고 싶은 피사체를 선택하여 셔터를 누르면 되기 때문이다.

찍은 사진의 밝기나 구도 등이 맘에 드는지를 바로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선 셔터스피드와 감도(ISO)를 조절함으로써 상황에 맞게 촬영한다.


물론, 찰나의 순간이 지나버렸다면 다시 오지 않은 장면이 될 것이다.

물거품처럼, 사라지지만 때론 다시 파도에 휩쓸려 오기도 한다.


며칠 전, 장마 때 작은 아이를 학교에 데려다주는 길에 동네 어귀, 논과 논 사이 큰길을 가로질러 가는 오리 가족을 만났다.

엄마 오리 한 마리, 아기 오리 네 마리 쪼르르 달려가는 모습은 머릿속에 가득 찼다.

아쉽게도 카메라는 없었다.


사진은 일상에서 요긴한 기록장치인데, 없으면 헛하다.

하루 종일, 오리 가족의 사진을 못 찍은 게 못내 아쉬워 블랙박스를 뒤졌다.

아, 블랙박스에는 아침 영상이 남아있지 않았다.

저녁때 돌아오는 길의 영상만이 남아있을 뿐이었다.

아쉬움을 남겨둘 수밖에 없다.


항상 그곳을 지날 때면 언제 다시 오리 가족이 지나갈까 하는 기대감을 가져본다.

오리 가족은 이미 그곳을 떠났을지도 모르지만...


또 다른 이야기이다.


오래전, 사진기 없이 제주도를 간 적이 있다.

몸이 불편하여 귀찮았는지 빈손으로 갔다.

온통 파랗게 물든 제주도 풍경을 주체할 수 없었다.

길을 가다, 1회용 사진기를 구입했다.

다행히 제주도의 푸른 바다며, 하늘을 기록으로 남길 수 있었다.


제주도 01 (8).BMP 출처 : 제주 마라도, 김윤명(2008)


이렇게 사진은 일상을 담는 도구이다.

예술이라는 거창한 의미를 부여하지 않더라도, 사진은 누구나 찍고 싶은 욕망(慾望)이다.


내가 사진을 시작한 이유는 단순하다.

2003~4년 즈음, 결혼 전이었다.

1997년부터 한 10년 누나 집에서 살았는데, 직장 생활하면서 쉬는 날이면 언제나 집에서 뒹굴거렸다.

그렇게 몇 년을 뒹굴다 보니, 지겨웠다.

그래서 든 생각,


‘사진을 찍으면 돌아다닐 수 있을 거야.’


맞는 말이었다.


사진을 시작하고서는 집 근처를 배회했고, 머잖아 300D클럽이라는 동호회에 가입도 했다.

여기저기 출사를 따라다니면서 사람들을 만나고, 사진 찍는 법도 배웠다.

물론, 카메라와 렌즈에 대한 욕심도 키웠다.

일명 뽐뿌라고 한다.

더 비싸고, 성능이 좋아 보이는 기기를 탐하는 마음이다.

옆에선 농담 삼아 이고 지고 다니던 장비가 자동차 한 대 값이라고 들 했다.


처음에는 디카로 시작했다.


매형 FM2를 들고나가서 간 곳이, 남대문 카메라 상가였다.

정확히는, 신세계 백화점 앞 회현 지하상가였다.

FM2와 300D라는 보급형 카메라를 바꿔먹은 그날, 사진의 세계에 들어선 날이기도 하다.


근 20년 가까이 되어가지만 아직도 매형은 모르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