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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비 Apr 19. 2019

우리 집 경제 점수는 0점이었네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을 사기 위해 돈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분당의 한 아파트에서 엄마 다섯 명이 모였습니다. 아이가 어린이집에 가거나 낮잠을 자는 꿀 같은 시간, 잠시 숨을 돌릴 틈도 없이 모인 이유는 '돈' 때문이었습니다. 남의 투자 성공 스토리를 들으며 부러워만 하지 말고, 이제는 제대로 돈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돈 공부 스터디를 꾸렸고 오늘이 첫 모임이었습니다.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을 늘리기 위해
꼭 필요한 경제적 자유


엄마들이 돈 공부를 하고 싶어 하는 이유를 한 줄로 정리하면,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을 늘릴 수 있는 경제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입니다. 값비싼 사교육은 아닐지라도 아이가 배우기 원하는 것들을 적어도 돈 때문에 주저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나의 적성을 살려 시간을 좀 더 여유 있고 유동적으로 쓸 수 있는 작은 사업을 꾸린다면, 일주일에 단 며칠이라도 아이의 퇴원 길에 아이스크림을 함께 먹으며 꽃을 구경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길 것 같습니다. 돈 공부로 벌어들인 돈으로 아이와 우리 가족의 행복을 단단하게 지지할 토대를 만들고 싶습니다.


사실 재테크에 관심이 없는 사람은 없습니다. 주식계좌를 만들어 매매도 해보고, 이율이 0.1%라도 높은 적금이라면 귀찮음을 무릅쓰고라도 가입한 경험이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최근 저는 돈을 불리고 싶다는 마음만 앞서 재테크 정보를 와구와구 먹어 재꼈기 때문인지 제대로 소화가 되지 않고 꽉 막힌 기분이 들었습니다. 뚜렷한 목표가 없는 재테크는 부표 없는 항해나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래서 우리 집 재정의 현황을 돌아보고, 재테크 목표를 세우는 것부터 시작해 보았습니다.



월급 안 들어오면 다음 달 바로 파산인데?


첫 모임의 호스트를 맡은 제가 냈던 숙제는 우리 집 자산 비중과 지난달 가계부를 분석하는 것이었습니다. 마음을 잡고 우리 집 자산이라 불릴 수 있는 것들의 금액을 써 내려갔는데, 아뿔싸! 우리 집 재산은 모두 계란 한 바구니에 있었습니다.


집 대출을 갚는 게 최고의 재테크라 생각했다....

수입이 생기는 족족 집 담보대출을 갚았더니, 남편 혹은 나의 수입이 끊기는 상황이 발생했을 때 한 달도 버티지 못할 현금만이 있었습니다. 주식 투자에 쏟는 시간과 에너지도 상당하지만 투자금은 너무 작았죠. 우리나라의 많은 가정들 역시 주택자금 비중이 높겠지만, 우리 집은 높아도 너무 높았습니다. 금융위기가 오면 실거주 한 채는 존버 할 수 있다고 했는데, 이렇게 여유자금이 없어서는 존버 하지 못하고 떠내려가는 부류가 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책에서 위험하다고 하던 사람이 바로 저였네요. 공포감으로 서늘해졌습니다.



우리 집은 어디에 돈을 많이 쓰고 있을까?

지난달 카드 사용액을 분석해보니 충동적인 소비들이 꽤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모유수유를 끝마치고 미모를 다시 찾아보겠다며 미용실 선불권을 구매하고, 예쁜 봄 원피스 한 벌을 꽤 비싼 가격에 샀습니다. 아이와 저는 감기로 병원을 달고 살았으며, 남편은 라섹 후 관리를 위해 안과를 다녔더니 병원비도 꽤 쏠쏠하게 지출했네요. 지지난달 가계부에서 외식비 비중과 금액을 보고 깜짝 놀랐었는데, 더 이상 돼지 부부로 살 수 없다며 의도적으로 식비를 아끼려고 노력해보니 조금 줄어들었네요. 냉장고 파먹기의 결과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단기 목표, 장기 목표는요!


단기 목표

내년 아파트 입주 시 추가 대출을 하지 않도록 선적 금, 후 지출!

위기 적금 당장 개설하기 (집 대출 갚다가 아이 분유값이 떨어지면 안 된다!)


장기 목표

10년 안에 실거주 아파트 담보대출 상환 완료

투자용 부동산 1개 추가로 구입하기



돌아보니, 우리 집 경제점수는 0점이었네.


돈 공부를 하기로 마음먹었다면, 적어도 우리 집의 재산/부채 현황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첫 단계입니다. 다음은 조금 더 작은 범위로 바로 지난달 혹은 과거 3달의 소비패턴을 분석해서 우리 집에서 쇠어나가는 고정비가 어딘지, 숨만 쉬고 살아도 드는 비용(고정지출)이 얼만지, 우리 가족이 행복하기 위해 꼭 필요한 지출 부분은 무엇인지 분석해야 합니다.


이제 처녀 때처럼 명품백이나 옷 쇼핑을 하면서 흥청망청 소비하지는 않습니다. 아이가 어리기 때문에 여행도 자연스럽게 줄었고요. 하지만 우리 집의 경제상태를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있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목표 역시 막연하게 <부자가 되자>였다면, 실제로 추가 대출금이 얼마가 필요하고 월 얼마를 모으면 추가 대출을 받지 않고도 입주할 수 있는지 알고 계획을 세우니 우리 집 부자 만드는 액션 아이템을 직관적으로 세울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매주 한 번씩, 엄마의 돈 공부를 이어갈 예정입니다. 나에게 맞는 투자 방식을 고르고, 엄마들과 재테크 정보를 공유하며 정보의 정확도와 신뢰성을 높여가려 합니다. 열심히 돈을 공부해서 적어도 우리 가족이 경제적 이유로 힘들어하지 않도록 강하게 지켜보려 합니다. 엄마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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