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사무실 셀프 인테리어의 시작
#보통의논리 셀프 인테리어 01
빚을 진다는 건
마음 한편에 응어리 하나를 안고 사는 기분이다.
보통의논리로 함께 모인 우리는
빚을 지고 사업을 크게 벌이고 싶지 않았다.
아니 필요가 없었다.
투자 비용이 큰일이 아닌
PC 한 대로 시작하는 노동력이 재산인
Brand Solution Company 이기 때문이다.
누구나 멋지고 근사한 사무실에서 일을 시작하고 싶겠지만 스타트업인 우리들에게
사무실이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이다.
마당이 넓은 곳에
(조금만 걸어가면 올림픽공원 있다)
작은 사무실을 얻었다.
1층인 것이 마음에 들었다.
지나가는 요구르트 아주머니 보고 헬리코박터 프로젝트 '윌'을 사 먹을 수도 있고
비가 오는 날이면 바닥에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가 참 매력적인 곳이다.
이제 조금 사실적인 상태를 말하자면
길쭉한 공간에
얼룩진 장판 바닥과 석고 슬레이트 천장이었다.
바닥을 뜯어내고 타일을 깔아야 했고 (트렌드는 포쉐린 타일)
천장은 노출로 드러내어 레일 조명을 깔기로 했다.
인테리어 업자들 또는 시공 업체와
많은 공사를 했었지만
우리 손에 장비가 쥐어진 건
처음이었다.
우리는
겁도 없이 천장과 바닥을 뜯어냈다.
바닥을 뜯으니 누런 본드가 묻은 콘크리트가
천장을 뜯으니 머리카락 마냥 헝클어진 전선들이 드러났다.
더 충격적인 사실은
천장이 옆집(자동차 선팅 업체)과
통해 있다는 것이다.
가벽으로 막아져 있는 구조로
철근 구조도 옆집과 이어졌다.
시원하게 노출 천장을 하고 싶었지만
예쁜 여자가 밝게 웃을 때
치아에 교정기가 있는 느낌이었다.
다시 덮어 버리기엔
이미 너무 많이 와버렸다.
일단 안정성 여부를 확인한 후
우리 쪽으로 넘어온 철근 구조를 절단했다.
그리고 천장에 빈 공간은
층간소음 방지제와
석고 슬레이트를 박아 덮고 페인트를 칠했다.
작은 빈틈은 실리콘 신공으로 마무리했다.
천장은 흰색으로 칠해
공간을 더 넓게 보이게 하고 싶었다.
프라이머를 바르는 대신
여러 번의 페인트 칠을 선택한 우리는
한 두 번으로 택도 없었다.
4차에 걸쳐 페인트를 칠했다.
여자들이 왜 화장을
덧 칠하는지 알게 되었다.
새하얀 천장과 달리
본드 범벅의 성난 바닥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지난번 을지로 타일 거리를
돌아봤지만 타일 가격이 만만치 않았다.
작은 사무실에 깔 타일 정도는
업체나 개인이 타일 시공을 하고 남은 게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중고나라를 찾아보기로 했다.
결국 중고로 남은
타일 자제를 매매하시는 업자분을 찾아
남양주까지 가서 타일을 반도 안 되는 가격에 사 왔다.
시공이 문제였다.
타일 업자분들은 하루 시공비가 25~30 정도였고
혼자도 안 오시고 2인 1조로 주로 나오신다고 했다.
셀프 인테리어의 절약 정신에 위배되었다.
그러나 보통의 논리에는 노동력이라는 회사 자산이 있다.
결국 셀프로 해보기로 했다.
타일 시공에 필요한 도구와 시멘트를 사러
철물점에 갔다.
이것저것 주인아저씨께 물어보며 구매하려는데
본인도 잘 모르신다며 옆에 타일 집 가서 물어보고 오라고 하셨다.
그렇게 들어간 타일 집에서 '귀인'을 만났다.
그동안 만난 타일 집 사장님들은
셀프로 시공하겠다고 하면
인상을 찌푸린 채 불가능하다며 손사래를 쳤다.
강동에서 만난 '타일 귀인'은 달랐다.
젊은 친구들이라면 할 수 있어! 나도 처음에 다 물어보면서 해보고 그랬어!
우리들에게
응원과 격려는 물론 손수 노트에 적어가며 노하우를 전수해 주셨다.
그리고 철물점까지 같이 가 하나하나 재료와 공구를 골라 주셨다.
모두가 안된다고 하다가 만난 그 응원의 말들은
내가 어쩌면 고집을 부리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염려를 씻은 듯 날려 주었다.
우리가 셀프 인테리어를 고집한 이유는
우리 손으로 만든 회사의 첫 사무실인 만큼
내 손으로 하나하나 우리 입맛에 맞게 만들어 가고 싶었다.
어쩌면
사업이라는 고집을 부리고 있을지도 모르는 나에게
타일 아저씨의
그 응원이 아직도 귓가에 맴돌았다.
"젊은 친구들이라면 할 수 있어!"
일찍이 서태지가 그랬다.
우린 아직 젊기에 괜찮은 미래가 있다고
우린 참 젊다.
인생의 가장 치열한 30대 속에 살아가고 있으니 말이다.
더욱 자세한 타일 시공 이야기는
다음에 이어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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