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곁 : 프로젝트 에세이 암실 1, 2, 3, 4』 리뷰
몇 년 전부터 7월의 생일이 조금 더 특별해졌다. 다름 아닌 같은 달에 생일이 있는 한 사람을 만났기 때문이다. 올해는 그녀를 알게 된 지 4년이 되는 해이다. 따지고 보면 가족보다 더 오랜 시간을 함께 보냈다. 그간 별의 별일이 많았다. 잠깐 돌아보니 '뭐.. 큰 일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가 곧 크고 작은 사건들이 연이어 떠오른다. 우리는 일과 사람들과 함께했다.
오랜만에 그녀를 처음 만났을 때쯤 시작한 인스타그램의 사진들을 훑어보았다. 여러 기억 가운데, 그녀에게 전하지 못한 글과 마음이 종종 남아 있다. 함께 보내온 시간만큼 많은 말을 하지 못했으나, 더 큰 마음을 나누었다고 생각한다. 흔치 않은 소중한 인연이다.
그런 그녀가 지난해 생일 선물로 내게 건넨 책이 프로젝트 에세이 암실 1 『곁 : 깨달은 것』이다. 2017년 여름을 시작으로 일 년 동안 진행되는 프로젝트의 첫 번째 책이었다. 작가의 사인이 있던 그 책을 시작으로 3개월 단위로 나오는 총 4권의 책을 때에 맞춰 사서 읽었다. 프로젝트 에세이 '암실'이 진행되었던 지난 일 년의 시간을 나도 함께 보냈다.
지난해 생일 전날이었다.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 책이 들어갈만한 사이즈의 갈색 쇼핑 봉투가 의자에 놓여있었다. 그 안에서 이 책을 홀로 발견한 그날 저녁, 책 제목을 보자마자 울뻔했다.
그때까지의 시간 중 가장 큰일이 일어날 즈음이었다. 불안함으로 잠을 설친 밤이 많았다. 아무렇지 않은 척하려 애썼으나, 낮이고 밤이고 할 것 없이 눈물이 차오르는 때가 많았다. 몰래 눈물을 삼키고 나면 지난 기억과 현실 사이 어디에도 자리하지 못한 내가 나를 집어삼키곤 했다.
책과 함께 들어있던 자그마한 카드에는 믿음의 약속이 있었다. 책 제목이자 나를 울컥하게 만든 단어, '곁'은 그 이후로 내가 버틸 수 있는 유일하고 특별한 힘이 되었다.
그런 나를 아는 당신이 있고, 당신을 아는 내가 있고.
- 2017년 7월 25일 메모 中
세상 모두가 나에게 등을 돌려도 나 만큼은 내편이어야 한다. 그것은 단순히 내가 나 자신을 위로하고 다독여주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언제까지나 나의 기준으로서 나의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 그럼으로써 남들의 기준과 나를 비교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나는 튀어나온 못이 아니라 튀어나온 이 자리가 바로 내 자리라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다.
- 김해찬, 『곁 : 깨달은 것 - 자각』 ‘자신만의 방식을 고집하는 사람은 문제아가 아니다’ 中
두 번째 책이 나오길 기다렸다. 첫 번째 책을 읽고 나서 생각해둔 것이 있었다. 전해진 마음에 대한 응답이 하고 싶었고, 그러기로 마음을 먹었다. 때에 맞춰 나온 책을 사서 읽었다. 그리고 그 책을 선물했다.
유독 '기억하고 싶은 것'이 많은 내게 두 번째 책은 깊은 공감의 대상이 되었다. 기억하고 싶은 구절이 많았고, 순간순간 영원히 기억하고 싶은 과거가 떠올랐다.
이 책을 선물로 전할 때쯤은 내가 긴 휴가를 떠나기 직전이었다. 그녀를 남겨두고 가는 것에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책과 함께 편지를 전했다. 따로 또 같이 '믿음'으로 '곁'에 함께하고 있으니, 든든하고 따뜻하게, 앞으로도 '함께' 할 수 있기를 바라는 진한 마음을 살짝 담았다.
그때쯤 '오랜만에' 셋이 모여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으면 마냥 좋다가도, 남이 보기에도 '케미'가 좋아 보이던 그 시간이 무진장 그리웠다. 그래서 였을까. 긴 휴가로 혼자 떠난 제주도 여행에서 '우리' 생각이 많이 났다. 생각의 끝에 맞춤형 선물을 사들고 돌아왔다.
그도 우리도 마음은 비슷한 거 같아. 오늘따라 우리가 너무 그립다.
- 2017년 11월 10일 메모 中
그리고 그런 것들은 그 모습 그대로 다시 서랍에 자리한다. 아무리 낡고 쓸모없어졌어도 쉬이 버릴 수가 없다.
나의 약하고 다정한 마음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갖는 것만 좋아해서, 버리는 것은 태생적으로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라서. 받았던 물건을 간직이라도 해야, 그 옛사람의 흔적들을 기억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드물게 대청소를 하고 나면, 꼭 며칠은 멍해진 채로 지내곤 했다. 곳곳을 들추어 닦고 비워내려 해도, 닦이는 건 없었다. 모든 추억의 물건들이 있었던 곳에 놓였다. 그리고 나는 멍한 마음으로, 내가 지금 존재하는 이 공간의 제한성에 대해 생각했다. 앞으로 더 사랑하게 된다면, 그래서 사랑으로부터 비롯된 물건들이 내 집에 더 쌓이게 된다면, 그땐 어떻게 해야 할까? 기존에 있던 것들을 버려야만 하는 걸까?
- 오휘명, 『곁 : 기억하고 싶은 것 - 촬영』 ‘그대들과 그대들의 것’ 中
한 해를 마무리할 때쯤 세 번째 책을 샀다. 언제 출간되는지 날짜는 알고 있었으나, 그 날 전후로 종종대는 마음을 애써 달래며 기다리다, 결국 출판사 페이스북 페이지에 문의 내용을 담은 메시지를 남기까지 했다.
이 책이 세상이 나오던 날, 나는 한해를 마무리하는 기념일을 보냈다. 그렇게 찾아 헤매던, 내 마니또는 그녀였다. 마니또가 선물로 건넨 팔찌를 차고, 홀로 한 해를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녀는 내게 어려움 가운데에도 자리를 지켜주었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한 해를 정리하며 순서 없이 떠오른 생각에 정신없이 헤롱 거리다 떠오른 마음을 일기장에 적었다.
올해는 유난히 긴 한 해였다. 올해만 지나가면 괜찮을 것이라는 생각을 자주 했다. 때때로 버겁고 벅찼고, 외로웠고, 그래서 버티고 견뎌야 했던 나였다. 동시에 사랑받는 나이기도 했다.
- 2017년 12월 30일 메모 中
'이 사람은 이래서 참 좋았어. 그래, 그날은 참 날씨가 좋았지.'라거나, '그 사람은 내게 자주 모질었지만, 내가 잔병에 걸려 눕기라도 하는 날엔 진심으로 나를 걱정해줬었지. 참 고마웠어.'와 같은 느낌으로, 내 멋대로 추억과 장면들을 편집해서 그려내는 것. 그렇게 자신을 위로하는 느낌의 글을 쓰고 있자면, 당장 그 순간만큼은 정말로 마음이 따뜻해지는 것만 같다.
- 오휘명, 『곁 : 그리운 것 - 인화』 ‘그리움, 보고픔’ 中
마지막 책은 때를 맞춰 사지도, 보지도 못했다.
이 책이 세상에 나올 때쯤 나는 유난스러운 이별을 맞이하는 중이었다. 오랜만에 저녁을 같이 먹자는 이야기에 잠깐 신이 났다가, 이유를 예감하고 나선 아무렇지 않은 척하려 애썼다. 저녁을 같이 먹기로 약속한 날 새벽, 꿈을 꿨다. 꿈속에서 우리는 밥 한 끼를 함께 하고 헤어졌다. 현실과 달리 유독 따뜻한 그의 모습에 마음이 뜨거워져서 눈을 떴다. 꿈에서 흘린 눈물을 닦다 아침을 맞았다. 그날 오전, 잠깐 빈자리를 보고 괜히 놀란 가슴을 달래다 '괜찮아?'라는 옆 사람의 말 한마디에 펑펑 울어버렸다.
약속대로 그날 저녁 우리는 함께했다. 추억을 나누고 아쉬운 마음을 전하고, 전하지 못한 마음을 안고 있었다. 한 장의 사진도 남겼다. 그날 그녀는 고양이 모양의 뱃지를 우리에게 건넸다. 그 선물을 받아 들고 집으로 가는 길, 그녀에게 괜찮냐고 물었다. 그렇지 않다는 짧은 한 마디를 들었다. 물렁이다 터져버릴 것 같은 마음을 단단히 해야 했다.
얼마 전 마지막 책을 읽었다. 그녀의 생일이 다가올 쯤에야 '책이 나왔겠구나!'하는 생각을 했다. 이 프로젝트를 알게 된 지 1년의 시간이 지났을 뿐인데, 그 사이 정말 많은 변화가 있었다. 그리고 여전히 우린 서로의 '곁'에 있다. 때로는 많은 말보다도 같이 있다는 것만으로 힘이 되는 순간이 더 많았다. 내 곁에는 오늘보다 어제가 더 좋게 만드는 추억과 그녀에 대한 고마움이 남아있다. 또 그녀가 힘들어 보이는데도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못한 아쉬움도 있다. 매번 다 전하지 못한 이 여전한 마음을 또 보낸다.
곧 나의 생일이 다가왔다. 작년과 같이 잠시 내가 자리를 비운 사이 선물이 놓여 있었다. 그날따라 끼고 나온 귀걸이가 마음에 들지 않았는데, 그 자리를 완벽히 대신할 새 귀걸이였다. 그 옆에는 글씨가 빼곡히 가득 찬 엽서가 있었다. 마치 언니가 쓴 것 같은 내용의 글을 읽다, '제주도에서 너 주려고 산거야. 닮았지?'라는 마지막 문장을 보았다. 엽서의 반대편에 그려진 그림을 보고 울컥하다 울뻔했다.
지난 여름 '그래그래, 믿고 의지하는 사이가 되자.'라던 그녀의 메시지가 떠올랐다. 올해 여름에도 나는 똑같은 답을 했다.
언제든 부르면 닿을 듯한 거리에서 언제라도 함께하고 싶다. 이상하고 아름다운 조그만 마을에서.
이 벅찬 마음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 2018년 7월 25일 메모 中
어차피 내가 지금 고민하는 것들은 더 나아지기 위한 선택 때문에 하는 것들이니까요. 너무 많은 고민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고, 선택을 했다면 꾸준하게 나아갔으면 좋겠어요. 단기간 안에 맛볼 수 있는 건 없으니까요.
계속하다 보면, 그럼 언젠가는 될 테니까 말이에요. 언젠가 누가 다가와서 너 정말 열심히 했냐고 물어본다면, 나 정말로 열심히 했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열심히 하고 꾸준하게 했으면 좋겠어요.
- 박근호, 『곁 : 세상 밖으로』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