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딩 도서 출판 프로젝트에 대한 개인 회고
여기에 글을 올리신 분을 꼭 만나보고 싶습니다.
지난 6월 위 문장이 담긴 출판 제안 메일을 시작으로 1년 넘게 준비한 데이터 시각화 전문 도서「데이터가 한눈에 보이는 시각화」가 출간되었다. 출간된지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책 구입 소식을 전해주시거나, 책을 잘 읽고 있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고 있는데, 기분이 좋은 듯 낯설다. 처음이라서 그런 걸까. 한편으로는 책을 구입해서 읽어주시는 분들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부분이 있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이나 아쉬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어쨌든 오랜 시간 고군분투한 책 출간 프로젝트가 끝났기에, 지난 집필 과정을 개인적으로 리뷰해보고자 한다.
지난 2018년 11월 29일 회사 문의 메일로 출판사 위키북스의 출판 제안 메일이 도착했다. 내가 회사 블로그에 본격적으로 시각화 주제의 글을 올리기 시작한 시점은 2017년 7월이었고, 그때 이후로 차곡차곡 쌓아온 글을 눈여겨 보신 뒤 연락을 주신 것이었다.
최근 데이터 분석과 시각화가 이슈인 가운데 뉴스젤리에서 생산하고 있는 블로그 글이 저희가 출판하고자 하는 데이터 분석 및 시각화 주제에 부합하는 내용이 많아서 이렇게 연락드렸습니다. 특별히 뉴스젤리 블로그에서 인사이트 카테고리에 있는 글들은 입문자도 쉽게 읽을 수 있을 만큼 정말 좋은 글이라고 생각합니다. 여기에 글을 올리신 분을 꼭 만나보고 싶습니다. 그리고 데이터 분석 및 시각화 주제로 한 권의 책으로 엮어서 출판하면 많은 독자에게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해당 글들을 블로터나 ㅍㅍㅅㅅ 등 미디어에 연재 중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저작권 관계가 어떻게 되는지 잘 모르겠지만, 혹시 지금 올라온 글을 출판할 수 없다 해도 이 정도 통찰력과 필력이 있으시다면 새로운 기획으로 새로운 글을 집필해 출판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물론 기술 블로그 운영이 뉴스젤리의 주업은 아니겠지만, 뉴스젤리에서 생산하는 좋은 글을 정제된 편집술을 거쳐 한 권의 물성으로서 상품화할 수 있다면 뉴스젤리와 위키북스 모두에게 더 좋은 기회가 열리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바쁜 일상에 흐릿해지던 '책 출판하기'라는 개인적인 소망을 실현할 수 있는 기회가 저절로 날 찾아온 격이었다. 그날 출판 제안 메일을 몇 번씩이나 다시 읽었던 기억이 난다. 옆자리 동료는 내게 '그렇게 좋아?'라고 몇 번씩이나 물어보았다. 아무렇지 않은 척할 수 없었던 하루였다.
출판 제안 메일을 시작으로 나는 회사와 함께 출판사와 몇 차례 미팅을 진행했다. 가장 큰 궁금증이었던 '이미 온라인으로 공개된 글을 책으로 묶어서 내도 괜찮을까?'라는 질문을 출판사 대표님께 여쭤보니, 온라인으로 공개되었다고 하더라도 물성을 가진 한 권의 책으로 묶었을 때 나름의 가치가 있을 뿐만 아니라 비슷한 출판 사례가 있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씀해주셨다.
다른 한편으로 나는 회사와는 업무 중 하나로 책 출판을 진행할지 여부를 협의했다. 현실적으로 업무 시간 내 원고 집필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었기에, 업무 시간 외적으로 시간을 내서라도 원고를 집필해 책 출판을 하고 싶다고 의견을 전했고, 회사도 이를 수용했다. 나로서도 회사로서도 출판을 통해 서로 윈윈 할 수 있는 기회라 판단했던 것 같다.
본격적인 원고 집필 작업을 진행하기에 앞서 출판사와 책의 구체적인 주제와 목차를 협의해 나갔다. 데이터 시각화에 대한 중요성과 유용함을 전달을 목적으로 목차를 짰다. 기존에 블로그를 통해 발행한 글을 우선적으로 구성한 뒤, 샘플 원고를 묶어 출판사에 보냈다. 출판사에서는 목차에 대한 피드백과 함께 어떤 내용이 더해지면 좋을지 의견을 주셨다. IT 기술서 시리즈를 내고 있는 출판사에서는 IT 기술서의 경우 일반적으로 툴을 활용한 실습 가이드가 포함되므로, 이를 넣기를 요청하였지만 회사는 자사 솔루션이 아닌 다른 솔루션을 활용한 실습 내용을 언급하는 것을 원치 않았다. 아무래도 일반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책에 회사 솔루션에 대한 내용만 싣게 된다면, 독자 입장에서 제한적인 정보를 얻게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들기도 했다. 결국 협의 끝에 출판사 입장에서는 이례적으로 실습에 대한 내용을 제외하는 것에 동의해주셨고, 그 대신 기존 블로그 외 추가 원고를 집필해 '데이터 시각화 교양서'로서 충실한 책을 출판하는 것을 목표로 최종 협의를 끝냈다.
출판사와의 계약은 놀랍게도 긴 회사 생활 중 내가 처음으로 리딩한 계약 건이었다. 회사와 출판사 간의 계약은 일반적인 양식에 따르는 것이었기에 큰 어려움 없이 정리되었다.
회사와 나도 별도의 계약을 진행했다. 장기간 진행할 프로젝트에 대한 공동의 이해를 문서로 기록해둘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하여, 회사에 제안해 계약서를 작성했다. 처음 계약서를 작성하느라, 또 원고 저작권을 비롯해 저자로 누구를 표기하고, 인세는 어떻게 할지 등 주요 항목에 대해 나름대로 고민하고 회사와 협의하는 과정이 어려웠고 힘들었다. 깊은 고민과 몇 차례 회사 대표님과 논의 끝에 계약을 마무리 지었다. 출판 업계에 있는 지인에게 물어보니 이와 같은 상황에 저자와 인세를 어떻게 할지는 일반적인 기준이 있는 게 아니고 회사마다 다르고 협의하기 나름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개인적으로는 쉽지 않은 과정이었지만, 어쨌든 이 과정 중에 책 출판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에 대해 회사와 내가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그때는 힘들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이 과정을 미리 진행해두었기에 계약 이후 집필에 집중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아마 그때 정리하지 않았다면, 집필이 끝난 뒤 출간까지 회사와 논의하는데 시간이 더 걸렸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원고 집필은 짜인 목차에 따라 순차적으로 진행했다. 매월 1회 작성한 원고를 출판사에 보내면, 출판사에서는 이를 읽고 피드백을 주셨다. 다음 달에는 지난달의 피드백 반영과 함께 신규로 작성한 글을 보냈다. 이 과정을 수차례 반복하고 나서야 원고 집필을 마무리 지을 수 있었다.
집필 초기에는 기본적으로 책 원고로 활용할 글이 있어서,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라고 예상치 못했다. 특히 그 글들은 내가 작성한 글이었기에 이미 내용을 알고 있어 6개월 정도면 정리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주중에는 야근을 하다 보니 개인 시간을 내기 어려웠고, 주말에야 집필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전체 집필 기간이 늘어났다. 또 사실상 '활용할 원고'는 그저 초고였기에 집필을 하면서 많은 부분을 고쳐야만 했다. 짧은 호흡의 블로그 글을 긴 호흡의 책 원고로 정리하기 위해 중복되는 부분은 제외하고, 문장의 어투를 바꾸었다. 또 잘못된 부분은 수정하고, 부족한 부분은 더하고... 내가 썼던 글에 부족한 면이 얼마나 많았는지를 깨닫고 느끼면서 수정을 이어나갔다. 때때로 어쩌면 초고 없이 처음부터 새롭게 글을 쓰는 일이 쉬웠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책의 마지막 부분에는 '에필로그'와 부록'을 넣었다. 에필로그만 읽어도 책에서 전하고자 하는 핵심을 이해할 수 있고, 책을 다 읽고 나서 언제라도 이 부분을 펼쳐보면, 책의 특정 부분을 찾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부록의 경우 처음 구성한 목차에는 없던 구성이었는데, 빠르게 시각화 차트를 찾아보고 싶을 때 도움이 되기 위해 추가로 구성했다. 시각화 차트의 주요한 사용 목적 5가지마다 적합한 시각화 유형을 분류하여 시각화 유형의 개념과 사례를 넣었다. 과거에 회사 팀원들과 '차트 위키 워크숍'이라고 시각화 차트 유형을 하나씩 살펴보며 분류를 나누고 정리했던 경험이 있는데, 다양한 시각화 유형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됐던 기억을 바탕으로 작성하고 책의 내용으로 구성했다.
한편, 책에는 회사에서 직접 제작한 사례 외 다양한 외부 자료를 인용하였다. 따라서 자료의 원작자에게 연락하여 책에 인용을 해도 될지 의견을 묻고 확인을 받는 작업을 진행했다. 인용이 어려운 경우에는 대체할만한 사례를 찾거나 직접 제작을 해 활용했다. 책 출판을 위한 작업은 거의 혼자서 진행했는데, 원작자에게 연락하거나 신규로 사례를 제작하고 이미지로 디자인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팀원과 이사님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 도서 제목과 표지 시안 정하기
원고 집필 전 목차 구성을 할 때에 정한 가제는 '데이터 활용의 가치를 더하는 데이터 시각화'였다. 데이터 시각화의 역할을 강조한 제목이었는데, 원고를 집필을 마무리하고 보니 책의 내용에 비해서 두리뭉실한 느낌이 들었다. 출판사에서 제목과 부제에 대해 여러 아이디어를 주셨고, '책의 내용을 가장 정확히 전달하는 제목은 무엇일까?' 하는 질문에 답을 제목으로 선정하게 되었다. 표지 시안 역시, 출판사에서 시안을 보여주셔서 그중에 선정했다.
> 편집 시안 검토 및 수정으로 인쇄본 확정하기
원고 집필 과정 중에는 출판사와 워드 문서를 주고받으면서 작업을 진행했다. 원고 집필이 끝난 이후 출판사에서는 편집 시안을 공유해주시고, 최종 인쇄를 위한 편집물을 공유해주신다. 매번 워드 문서만 보다가 pdf로 정리된 자료를 보니, '이제 정말 책이 나오려나보다'하고 실감할 수 있었다. 원고 집필을 마무리할 때만 해도 수정해야 할 사항이 이제는 없겠지 하고 생각했었는데, pdf 파일을 보고 나니 수정할 부분이 또 보였다. 그래서 또 몇 차례 수정과 검토를 반복하고 (원고의 마지막에 들어가는 인덱스도 지정하고) 나서야 정말 인쇄를 위한 원고를 확정할 수 있었다.
> 저자 약력과 저자 서문 작성하기
저자에 누구의 이름을 넣을지는 원고 집필을 시작하던 시기에 결정했기에, 원고 집필이 끝난 후에는 회사에 마지막으로 간단한 확인만 받으면 되는 상황이었다. 저자 약력을 취합하고, 저자 서문은 대표 저자로서 내가 작성했다. 저자 서문을 어떤 내용으로 작성해야 할지 고민이 되어, 책꽂이에 꽂혀있는 여러 책을 살펴보았다. 저자 서문은 대개 비슷한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어, 이를 따랐다. 개인적인 이야기를 비롯해, 책을 쓰게 된 배경, 책에 대한 소개, 감사의 글을 적었다.
마지막으로 무엇보다도 이렇게 글을 쓰고 책까지 낼 수 있었던 데는 지난 시간 동안 시각화 콘텐츠를 함께 만들며 가까이에서 많은 가르침과 도움을 주셨던 동료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특별히, 실무를 하면서도 좋아하는 글쓰기를 이어나갈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해주시고,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신 이사님께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 저자 서문의 일부
이 책을 쓰면서 시각화 콘텐츠를 함께 만들던 콘텐츠팀의 동료들이 자주, 많이 생각났다. 당시 팀에는 팀장, 기발자, 나, 디자이너 2명으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크고 작은 시각화 콘텐츠를 함께 만들었다. 인포그래픽, 인터랙티브 시각화 콘텐츠도 만들고, 해외 원서를 함께 읽으며 공부도 같이 했다. 하나를 물어보면 10개를 알려주시는 위키 같은 분들이 있었고, 또 tableau를 독학으로 터득하며 스토리텔링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주던 분도 있었고, 손으로 A4에 그려놓은 기획안도 보기 좋은 결과물로 만들어주시는 분도 있었다. 아련한 그리움으로 남아 지금도 종종 떠올리게 되는 그 당시, 회의를 하면 누가 어떤 일을 하자고 업무 분배를 하지 않아도 알아서 척척 하나로 또 같이 일하던 그때 참 좋았고, 많이 배웠다. 어쩌면 오늘의 책은 그때의 배움을 기록으로 남겼다고도 볼 수 있을 것 같다. 이 회고의 글을 통해서도 또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다.
> 추천사 받아보기
출판사에서는 책의 추천사를 받는 것이 필수는 아니지만, 그래도 넣을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고 의견을 주셨다. 추천사는 전혀 생각하고 있지 못했던 부분이라,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고민하다 회사 대표님께 여쭤보고, 개인적으로도 몇 분에게 조심스럽게 연락을 드려보았다. 최종적으로는 두 분께서 추천사를 남겨주셨는데, 과정 가운데에는 그 외에도 메일 커뮤니케이션으로 추천사 대신 응원의 답장을 주신 여러 분들이 있었다. 서평을 남겨주실 수 있냐는 메일을 작성하는 것이 왜 그리 떨렸는지 모르지만, 결과적으로는 메일을 보내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불쑥 보낸 메일에 친절히 답장해주신 모든 분에게도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인쇄를 위한 모든 준비가 완료되면 출판사에서는 도서 판매 사이트에 예약 판매 등록을 진행하고, 이와 동시에 인쇄를 진행한다고 했다. 출판사 대표님은 예약 판매 등록 이후 약 열흘 이후에 책이 나온다고 말씀해주셨는데, 그즈음의 시간이 지나고 난 지난 6월 19일 책이 출간되었다. 너무나도 기다려왔던 날이라 출판 제안 메일을 받았던 날처럼 신이 날 것 같았는데, 막상 그날이 오니 '휴- 다행이다..!' 하는 안도의 마음이 더 크게 들었다. 그러면서 아쉬움도 많이 들었다. 더 잘하고 싶었는데, 더 잘할 수 있었는데- 하는...! 개인적으로는 아쉬움이 남지만, 그래도 시각화에 대해 궁금증을 갖고 있는 분들에게 답을 주는데 의미 있는 역할을 하는 책이 되었으면 좋겠다.
다른 한편으로 다음을 또 기약해보기로 마음먹었다. 이번 책이 시각화 교양서로서 시각화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데 도움을 주는 것이 목표였다면, 기회가 된다면 다음번에는 보다 시각화를 만드는데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책을 써보고 싶다.
책 출간 후 회사에서 인터뷰를 했다. 지금 함께 일하는 팀원이 작성한 글인데, 아무래도 공식적인 느낌이 있기에, 브런치의 이 글과는 다른 느낌이지만 인터뷰 역시 책에 대한 나의 생각을 잘 담아준 것 같아서 함께 공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