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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에 살면 얼마가 들까?

현실멘토의 생활비 공개

홍콩의 집값이 어마무시하다는 말은 다들 들어봤을 것이다. 그런데 그 어마무시가 과연 얼마일까?

(부동산 얘기는 아니고) 오늘은 홍콩의 월세를 포함해 한 달 생활비가 얼마인지 알아보자. 한국산업인력공단 케이무브에서 발표한 자료와 함께.


나의 월평균 지출. 이것보다 더 든 달도 적지 않았다.


1. 월세

홍콩 생활의 질을 좌우하는 가장 큰 요소는 집이다.

월세는 서울의 비슷한 평수와 비교했을 때 2~4배 가량 더 드는 것 같다. 이것도 어느 지역에 사느냐에 따라 천차만별이라 하지만, 한국인들이 많이 사는 홍콩섬 (성완, 사이잉푼, 케네디타운, 홍콩대, 코즈웨이베이, 해피밸리, 사이완호 등) 그리고 침사추이는 큰 차이가 없는 것 같다. 그나마 노스포인트는 가성비 괜찮은 집들이 좀더 있는 편.

홍콩 내에서도 구룡반도의 몽콕, 올림픽스, 가족 단위로 많이 사는 정관오, 신주택 건립이 활발한 신계 지역, 공항 부근으로 새 아파트가 많은 통총은 월세가 이보다 낮은 편이지만 회사가 홍콩섬에 있을 경우 편도 통근 시간이 40분~1시간 정도 걸리며 교통비도 만만찮다. 즉 교통비를 감안하면 월세 비싼 곳에서 사는것과 큰 차이가 없을 수 있다. 혹은 긴 통근시간의 비효율을 감수해야 한다.


나의 케네디타운 집은 월세 9,700HKD. 실평수 7평(210-220sqf)으로 부엌, 욕실 (샤워부스와 변기 분리), 작은 거실과 침실이 분리돼 있는걸 감안하면 좋은 월세였다. 물론 그 암울한 이면을 알면 왜 저렴한 편이었는지 이해할 텐데, 다음 브런치글 '주거시설' 편에 담겠다.


암튼, 홍콩섬 또는 침사추이에서 살 만한 집을 3명이서 나눠써도 7,000HKD 이하로 내긴 쉽지 않을 것이다. (3명이서 각각 6,800HKD을 내는 Jordan역 집에 가보았더니 냄새나는 집은 물론이고 2층 아래 천막같은 지붕엔 담배꽁초가 수천개, 계단마다 오줌냄새가 가득하였다) 센트럴에 가까운 케네디타운, 성완, 사이잉푼의 경우 실평수 7~8평으로 1층에 경비와 엘레베이터가 있는 경우 13,000HKD 정도다.


2. 교통비

케네디타운 (집)-센트럴 (직장)의 경우 바다를 건너지 않으며 4정거장. 따라서 편도 지하철은 5, 왕복은 11 정도. (일요일에 교회를 갔고 평일에 약속도 있었기에 택시비를 포함해 300-400HKD으로 잡았다) 홍콩섬과 구룡반도 사이 바다를 건너면 교통비는 확 뛴다. 즉 센트럴(홍콩섬)을 지나 침사추이(구룡반도)로 가면 편도가 10HKD 정도. 통총까지 간다면 교통비는 거의 2배로 점프.


3. 통신비

통신사 2년 계약시 보통 180~200HKD대 초반이다. 외쿡인인 경우 처음부터 비싼 요금제만 소개하니 자기가 월 데이터 몇 기가 쓰는지 정확히 파악해서 홍콩 로컬 친구 데리고 가라. (참고로 한두달 시험삼아 머무를 경우, 모 통신사에서는 월 500HKD짜리 덤탱이 요금제 씌운다. ㅠㅠ 차라리 편의점에서 pre-paid 심카드를 사서 이용하라. 단 심카드를 다 쓰고 다른 심카드를 쓸 경우 현지 전화번호가 바뀐다)


4. 음식

점심은 조금 구리게 먹을 경우 (위생 장담 못함) 50HKD 이하도 가능. 혈기왕성한 젊은이라면 매우 배고플수 있다. 좀 쿨하고 세련되게 먹는다면 100HKD 전후도 가능. 문제는 저녁이다(!!!) 한 끼에 200, 300, 400HKD, 물론 그 이상 끝없이 먹을 수 있다.

커피 아메리카노 기준 28~34HKD 정도. 술 한 잔은 해피아워의 경우(평일 저녁 7~8시 이전) 50~60HKD.

일주일에 두 번 정도 (나만을 위한) 장을 보면 월 2,000HKD 정도.


즉 생활비를 줄이는 최고의 방법은 밖에서 사먹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밖에서 사람들과의 교류를 차단하므로 (훌쩍) 열일해서 돈 많이 버는 수밖에. 우리가 집에서 바퀴벌레가 올까 노심초사하며 붙박이하자고 홍콩에 가는것은 아니잖은가...!


5. 그외

생활필수품 사는게 의외로 돈이 많이 든다. 처음 가거나 이사를 한다면 여러 가구, 제습기, 식기 등을 사야 하고 특히 홍콩은 습기가 어마무시해 드라이클리닝(한 벌에 60-80HKD) 맡길 경우가 종종 있다. (한국서 본 적 없는, 커피방울 튄 모양의 곰팡이가 여러분의 실크옷에 생길수 있습니다) 또 살다보면 비타민 등 영양제, 휴지, 습기제거제, 난방기구 등 필요한걸 사게 되며 아플때도 있잖은가. 내 경우 홍콩에 살며 각종 질병을 다 체험했는데 한 번 갈때마다 병원비와 약값은 250-400HKD이었다. 이 정도면 적게 든 경우다. 그리고 몇 달에 한번 쇼핑도 해야 하잖은가. Zara, H&M에서만 살 게 아니라면 한화로 20~30만원, 그보다 더 들 수도 있다. 여가생활로 원데이 클래스도 몇백은 하며, 하이킹은 돈이 얼마 안 들지만 보트나 카약 등 수상 스포츠를 즐긴다면 교통비와 시설 이용비가 또 몇백 깨진다. 또 금밤이나 주말 등 친구들과 집에서 파티라도 하면 와인이든 꽃이든 준비해야 하는데 이것도...


100, 200HKD 쓰다보면 어느새 지출이 훌쩍...

참고로 오늘 기준 홍콩 환율은 1원:152.4HKD입니다.


월세를 제외하고 생활비는 6,000~8,000HKD, 가구나 의류 쇼핑을 한 경우 10,000HKD이 넘어가는 달도 꽤 있었다.


많은 외국인들이 홍콩에 3~5년 있다가 떠나가는 주요한 이유가 이것이다. 모국에 비하면 높은 연봉을 벌어도 월세 및 생활비 지출이 너무 크다. 홍콩에서 꽤 괜찮은 커리어를 쌓았으니 모국에 가면 좋은 기회 잡을 수 있을 것 같다. (+ 모국이 그립고 그곳 생활이 편하다 -> 돌아가자)


암튼 이제 좀 감이 오는가? '홍콩에서는 얼마를 벌까'에서 간단히 짚겠지만 홍콩 대졸 신입사원 평균 초봉은 15,000~18,000HKD이다 (금융 대기업 핵심부서인 경우 제외). 이들 대부분은 월세 때문에 부모 또는 대가족과 함꼐 살거나 한 방에 4명 들어가는 기숙사 호스텔에서 모르는 사람들과 함께 산다. 넷플릭스에 홍콩 관련 블랙코미디 시리즈가 있는데 집 때문에 별 고초를 겪는 형제의 에피소드를 보라.


만약 어떤 홍콩 회사가 당신을 채용한다는데 월급이 18,000HKD 이하면 잘 생각해보라. 더 좋은 회사에 이직하기 전까지는 정말 불청결하고 보안이 부실한 곳에서 살고, 친구와 커피 한 잔 사먹는데 마음이 쓰이며, 아프면 안 되는 삶을 살아야 할 수 있다.

월급 20,000HKD 이하인 한국인 채용 자리가 워낙 흔해서 당부하는 거다........ ㅠㅠ


개인 블로그가 아닌, 무슨 에이전시 블로그나 안내책자에 나온 생활비가 본인이 감당할 수준이라고 믿지 말라. 그런 '해외생활 홍보목적' 수치는 '최소'보다도 이하다. (비자 취득이 어렵지 않은 것처럼 묘사하는 자료도 마찬가지다) 홍콩에 살고 있거나 살았던 사람 여러 명에게 물어보고 내가 부딪칠 만한 어려운 상황이 어디까지인지 감을 잡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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