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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홍콩을 떠나는 이유

홍콩에서 온 친구와의 브런치

그동안 브런치 글을 통 못썼다.

무얼 했냐면: 업무랑 관련된 금융자격증 공부를 했고 (체계적 지식을 쌓는데 매우 도움된다. 직업에 어떤 지식이 필요하다면 관련 기사들을 읽는것보다 시험 공부하는걸 추천), 음악&무용 취미생활, 주말엔 가족과 강아지를 챙기는 착한 딸로 변신...최근엔 넷플릭스와 유튜브로 로버트 드 니로, 레오 디카프리오, 브래드 피트 등 할리우드 명배우들이 나오는 영화를 집중적으로 봤다. 그래서 글쓰기는 뒷전


브런치를 꾸준히 하자니 홍콩을 떠난지 꽤 되어서 좋은 글이 못 나올거란 부담감이 컸는데, 오늘 마침 친한 (한국인) 친구가 홍콩에서 한국 방문 중이라 망원동 광합성카페라는 곳에서 브런치를 했다. (친구와 브런치 한 기념으로 브런치 글쓰기 ㅎㅎ)


망원동 광합성카페 브런치. 오믈렛 토스트와 새우 아보카도 토스트


홍콩에서 만났던 친구들 중 상당수가 지난 1년간 자신의 본국 또는 영미권 (영국, 미국, 캐나다, 호주 등)으로 이주했다. 오늘 오랜만에 만난 친구도 주변인들이 "정말 많이 떠났다"고 했다. 홍콩의 법률, 교육, 문화에 점점 빠르게 영향력을 높여가는 중국 때문인데, 아직 금융권에는 자기가 느낄 정도로 큰 변화나 위협은 없지만 그래도 불안하단다.

홍콩을 떠난 사람들의 이유를 간추려보면


1. 비(非)중국인이 설 자리를 점점 잃어간다 - 중국 경제가 엄청나게 성장하면서, 특히 2010년대부터 중국 클라이언트가 많아졌다. 이들의 본토인 선호 현상 때문에 협상 등 중요한 자리에 중국어를 못하는 백인보다 중국인을 내세우는 경향이 강해졌고 주니어 채용도 중국에 네트워크가 있는 본토 중국인을 늘리게 되었다.


회사마단 다르지만, 영어와 중국어를 꽤 잘하는 한국인을 채용하느니 영어는 유창하지 않아도 중국에서 교육받은 중국인을 채용하고, 원래 있던 한국인 직원들은 중국인 동료들이 중국 클라이언트 일감을 가져가며 바빠지는 걸 바라봐야 한다는 것.


2. 표현하고 토론할 자유가 사라진다 - 중국에 대한 애국과 충성을 다짐하는 국가안보법이 시행되면서 공공장소에서 중국 비하하는 얘기를 거의 할 수 없게 되었다. (일반 음식점에 시진핑 얘기하다가 경찰이 들이닥치는 경우가 꽤 많아졌다고 한다)


언어, 역사교육에서도 중국 비중을 강화하거나 홍콩인 = 중국인의 일부라는 정체성을 심다 보니 이전에 숨쉬듯 누렸던 '사상의 자유'에 대한 위협감이 커진 것. (민주화 시대에 태어난 나는 사실 이렇게 글을 쓰면서도 자유에 대한 위협감이 무엇인지 잘 몰라 미안할 뿐이다)

 

3. 홍콩의 코로나 격리기준이 너무 심해 이동이 힘들다 - 홍콩은 지금도 입국자들에게 3일 호텔 격리+4일 셀프 모니터링(외출은 가능하나 식당 착석 못함), 해당 기간동안 PCR 검사를 3번 시키며 야외에서 마스크 착용 필수다. 그전에는 호텔 3주 격리도 있었다. 어느 나라보다도 빡센, 상해 다음가는 격리 수준이다.


고국을 방문하거나 근접한 동남아국 출장도 너무나 어렵다 보니 회사가 용인하는 경우 고국으로 돌아가 원격근무를 하거나, 싱가폴에 개인적으로 or 부서 전체가 이동한다고 한다.


내 주변에도 정말 많은 홍콩인/외국인 친구들이 홍콩을 떠났다. 예를 들면


유명 패션회사 세일즈팀 인도인 직원: 부서 전체가 가을에 싱가폴로 이동

무역 대기업을 다녔던 홍콩인: 캐나다로 이주해 학생이 됨. 4년정도 있으면 비자가 나와서 취업하기 수월해지는, 홍콩인들에게 꽤 열려있는 국가라고 함.  

홍콩에서 평생을 살아온 한국인: 가족과 한국에서 새로운 삶 시작. 위에 언급한 자유의 공기를 더이상 누릴 수 없어서, 삼십년 넘게 살아왔던 홍콩이 더이상 그 홍콩이 아니라서 한국으로 역이민 옴. 미디어 종사자인데, 정부 브리핑 때 본래는 직설적이었던 기자들의 질문이 점점 우회하는 설명조로 바뀌자 (중국 정책, 경제에 대한 부정적인 표현을 삼가야 하기 때문) 회의감이 듦


홍콩에 아시아 지점을 두었던 많은 회사들도 홍콩의 불안정성 & 코로나로 인한 원격근무 활성화로 홍콩 사무실 사이즈를 줄이고, 아시아 각국에 작은 사무실을 두고 외국인 직원들을 고국으로 돌려보냈다. 내가 다녔던 홍콩베이스 영국계 회사도 한국, 싱가폴, 일본에 있는 공유오피스에 사무실을 빌리고 기존 홍콩 사무실을 작은 곳으로 옮겼다.

 

홍콩인들이 '엑소더스(대탈출)한다'는 헤드라인이 언론을 장식하던 2020-2021년, 내가 만난 홍콩 사람들의 반응은 크게 두 가지였다.


"떠나고 싶지만 떠날 수 없다"

"떠나고 싶지 않은데 떠나야만 한다"


그들의 속사정을 일일이 알진 못했지만, '나라를 잃었다'는 듯한 표정으로 말을 했다.

홍콩은 내가 살아온 홍콩이 이제 아니라서, 떠나야 하는데 여건이 안 된다, 영국이나 캐나다에 가더라도 좋은 삶을 보장할 수 없다

홍콩인으로서 홍콩을 사랑하는데, 이렇게 변해버린 홍콩에서는 더 이상 살 수 없다는 뜻이었다.


덕택에 홍콩의 월세값이 10-20%는 빠졌고, 집주인들은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계약을 할 세입자를 빨리 구하기 위해 협상을 잘해준다고.


홍콩이 급격하기 바뀌기 전 마지막 순간을 살짝 밟았던 거 같다. 지난 3년이 그런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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