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형 독감과 류마티스 진료
3개월 만에 류마티스 진료를 다녀왔다. 작년 겨울, 스테로이드를 갑자기 끊으면서 찾아왔던 류마티스 통증과 부기가 두려웠던 탓일까, 이번 겨울엔 겨울잠을 자는 동물처럼 나를 아주 조심스럽게 다뤘다. 손가락을 쓰는 일도 최대한 자제했다. 글도 쓰고 편집도 할 일들이 많았지만, 이번 겨울은 이 상태를 유지하는 것으로 목표의 최대치를 잡았다. 백미는 염증을 유발한다고 해서 하루에 한 번 정도는 오트밀을 먹기도 하고, 단호박을 다른 채소와 과일을 곁들여 먹기도 했다. 겨울이라 움직임이 적어 체중이 늘어나는 관계로 식사를 조금 더 조절하고 싶었지만, 약을 복용해야 해서 식사를 거를 수는 없었다. 대신 하루에 40분 정도를 꾸준히 걸었다.
하지만, 모든 일들은 그리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시댁 쪽 결혼식에 참석한 이후, 갑자기 목이 아파오더니 몸에 기운이 없고, 감기 증세가 나타났다. 병원을 두 군데 가도 증세는 점점 심해져 갔다. 다행히 열이 오르지 않아 독감이나 코로나가 아니라고 생각했고, 병원에서도 별다르게 생각하지 않고 감기약만 처방해 줬다. 학교행사로 춘천 1박 2일 일정을 떠나야 하는 날 아침, 일어났는데 허리를 바로 세울 수가 없었다. 이대로 행사에 참석할 수 없을 것 같아서 학교에 전화를 하고, 다시 병원을 방문했다. 열은 37.5. 미열이었지만, 독감 검사를 해달라고 했다. 선생님은 독감이 아닐 것이라고 예측했지만, b형 독감이었다.
결국, 타미플루 주사를 30분 동안 맞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제야 허리를 세우고 일상생활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기침이 3주가 지나도록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다른 증상은 전혀 없는데, 아직까지도 기침이 남아 있다. 인터넷을 살펴보니, 면역억제제를 먹을 경우, 감기가 빨리 낫지 않을 수도 있다고 했다. 나 또한 독감이라는 사실을 알고, 그 주는 mtx를 먹지 않았다. 하지만, 그 이후에는 다시 복용했다. 생강차를 마시고, 홍삼도 먹고, 운동도 하면서 회복하기 위해 노력했다. 사실, 몇 년 동안 심한 감기에 걸린 적이 없었고, 독감 주사를 맞지 않아도 독감에 걸린 적이 없어서 이번에도 잘 지나가리라 생각했는데, 이번 겨울은 나의 예상을 빗나갔다.
겨우내 좋은 컨디션을 유지한 상태로 류마티스 진료를 보러 가기 위한 나의 계획이 틀어졌다고 생각했다. 늘 인생은 내 의지와는 다른 방향으로 가게 마련인 것 같다. 그래도 주어진 상황에서 차근차근 잘 풀어가다 보면, 일은 해결점을 향해 있다는 것을 믿는다.
10시 20분쯤 병원에 도착해서 피검사와 골다공증 검사를 했다. 골다공증 검사는 류마티스 진단을 받던 날 한 이후, 처음 하는 검사였다. 약 1년 7개월 만이다. 그 당시에 골다공증 검사는 100명을 기준으로 볼 때, 앞에서 20등 안에 든다고 했지만, 스테로이드를 복용하면, 골다공증이 쉽게 온다고 했던 예전에 진료를 봐주시던 선생님의 말씀이 떠올랐다.
1시간 이후, 피검사 결과가 나왔고, 진료실로 들어가 유 선생님을 만났다.
허리 쪽의 골밀도는 괜찮은데, 다리 쪽 골밀도가 조금 약해졌다고 하셨다.
- 다리 쪽은 비슷한 연령대 100명을 줄 세워 놓았다고 봤을 때, 70등 정도라고 보면 돼.
- 그럼 높일 수 있는 방법은 뭘까요?
- 걷기 운동이 제일 좋아.
나름대로 걷기와 달리기를 하고 있지만, 조금 더 걷는 시간을 늘려야겠다. 그리고 갑상선 진료 때 받는 비타민d와 칼슘제를 일주일에 3회 정도 먹었는데, 앞으로는 더 잘 챙겨 먹어야겠다.
다행히 류마티스 관련 염증 수치는 안정적이라고 하셨고, 먹고 있는 메치론정을 조금 더 줄여 보기로 했다. 한 달 동안은 일주일에 2mg을 두 번 복용하고, 나머지 5일은 1mg를, 나머지 두 달 동안은 일주일에 2mg을 한 번 복용하고, 나머지 6일은 1mg을 처방해 주셨다. 그리고 매번 처방받는 유산균과 다른 류마티스 약들도 함께 처방받았다. 남아 있는 기침에 먹을 약도 일주일 치를 처방해 주셨는데, 약국에서 약이 너무 많다고, 빵집에서 담아 주는 큰 종이봉투에 약을 담아 주셨다.
약만 봐도 이미 배가 부른 느낌이었다.
- 열심히 먹어 보자.
어쩔 수 없는 일은 받아들이고, 독한 약들이지만, 내 몸은 그 약으로 나아질 수 있기에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것은 현명한 생각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어쩌면 나에겐 달콤한 빵보다 그 약들로 행복한 순간들이 더 많이 찾아들 수 있을지도 모른다. 분명 그런 날들이 펼쳐지리라 생각한다.
오늘은 이미 밤이 찾아왔고, 이틀이 지나면 3월이다. 다시 새 학기가 시작되고, 올해에는 다른 학교로도 겸임을 가야 해서 부담스럽기는 하지만, 90명의 제자들이 더 생긴다는 즐거움을 안고 힘차게 출발해 보려고 한다. 분명 좋은 일들이 펼쳐질 것이다. 화려하진 않아도 그 소박한 행복들이 내 삶을 채울 것이다. 다시 싹이 돋아나고, 난 쌈채소 모종과 방울토마토 모종을 사기 위해 올봄 시장을 기웃거릴 것이다. 봄꽃들은 꽃망울을 터뜨릴 것이고, 벚꽃은 올해도 어김없이 눈부실 것이다.
결국, 시간이 흘렀고 나의 40대 겨울도 이렇게 지나갔다.
나의 50대에는 더 좋은 책들을 읽고, 운동도 열심히 하고, 가족들과 행복한 식사를 하고 모두 건강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아름다운 노래를 들으며, 행복한 미소를 지을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