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가로 스며드는 햇살이 이토록 따뜻했다는 사실을 미처 알지 못했다. 지금이라도 이 복도를 지나 밖으로 나가는 문으로 자유롭게 나갈 수 있다면 나에게 모멸감을 주었던 사람들을 다 용서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런 다짐은 순간적으로 나에게서 증발해 버린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내 마음은 자유롭지만, 이미 내 몸은 자유롭지 못하다는 사실을 내 손이 증명하고 있었다. 수갑은 이미 내 몸에 대한 결정권이 나에게 없으며, 더 이상 저항할 수 없는 존재라는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내가 이렇게 차가운 존재로 변해버린 이유에 대해 생각했다. 누구라도 원망하고 싶었다. 내가 이렇게 된 이유를 추궁하고 싶었다. 마지막 남은 티끌 같은 내 자존심을 찾고 싶었다. 나를 버린 사람들, 어떤 결정도 내릴 수 없던 어린 시절의 고통스럽던 기억들. 문제는 나에게서 시작되지 않았다고 나를 위로하고, 원망할 대상이 필요했다.
그런데 법정 문이 열리는 순간, 한 번도 본 적 없는 엄마의 얼굴이 그리웠다. 마지막까지 버티고자 하는 내 발끝을 잡아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이제까지 보고 싶다고 생각해 본 적 없는 엄마의 존재. 법정 문을 들어서는 첫걸음에 나도 모르게 속으로 '엄마'라고 가늘게 내뱉고 말았다. 분명 내가 태어났을 때는 적어도 한 번쯤은 웃어주었을 존재. 어쩌면 따뜻한 품에 나를 안아주고 사랑한다는 감정을 느꼈을지도 모른다. 세상에 그렇지 않을 엄마는 없을 테니까.
법정 안 공기는 너무나 적막했다. 나를 바라보는 눈빛들은 슬픔과 증오, 그리고 동정도 아닌 무감정을 골라 냉각화한 것처럼 느껴졌다. 그럴수록 나는 얼굴도 모르는 엄마의 얼굴을 억지로 떠올리며, 그 품속으로 도망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