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가 같이 육아휴직을 하기까지

우리들의 해방일지: 남편 0일째

by 디내누

프롤로그


나에게 육아휴직이란 원래 '남의 일'이었다. 물론 첫째가 태어났을 때 아내가 육아휴직을 하긴 했었다. 그때는 남편이 육아휴직을 쓸 수 있다는 것도 잘 몰랐다. 주변을 둘러봐도 육아휴직은 '출산 휴가 이후에 엄마만 쓰는 것'일 뿐이지 부부가 같이 하는 사람은 물론이고 육아휴직하는 남편도 찾아볼 수가 없었다.


하지만 난 기본적으로 아이는 부모가 함께 키우는 거라고 생각한다. 맞벌이 부부인 우리에게는 집안일도, 육아도, 회사 생활도 서로 같이 하는 것이고 ‘니일, 내일’ 구별이 없다. 남편이 집안일이나 육아를 ‘도와주는’ 게 아니라는 거다. 단지 반드시 잘 해내야 하는 인생의 과업을 위해 치열하게 협력할 뿐이다.


그런데 둘째가 생기면서 여러모로 알아보니 육아휴직이 '나의 일'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생각과 계획을 정리하다가 일단 아내에게 이야기를 해봤다. 결국 아내가 동의하지 않으면 불가능한 꿈이다.


"여보, 둘째 태어나면 나도 같이 육아휴직을 하는 건 어떨까?"

"엥...? 번갈아가면서도 아니고 같이? 그건 또 갑자기 무슨 소리래?"


아내의 반응은 방어적이었다. 만약 휴직을 한다 해도 번갈아가면서 하는 게 더 기간도 길고 효율적이지 뭐하러 같이 하냐는 거였다. 일리가 있는 주장이었지만 나 역시 아무 생각 없이 휴직 얘기를 한 게 아니었다. 아내를 설득할 충분한 명분과 이유가 있었다.


우선 첫 번째로는 독박 육아의 고통을 나눈다는 것이었다. 당연하게도 아이가 둘이 되면 이미 꽤 키워놓은 5살 아들 하나를 키우는 것보다 두배 이상으로 버거워질 것이 뻔했다. 특히 신생아 시절의 새벽 수유 기간은 정말 힘들다. 그 이후에도 최소 돌 정도까지는 손이 많이 가고 항상 옆에 붙어있어야 한다. 내가 회사에 다니면서 같이 하더라도 혼자 독박 육아로 둘을 키우는 것은 굉장한 부담이다. 그렇게 되면 결국 부모님들의 손을 자주 빌리게 되고 온 가족의 고생길이 훤하다. 둘이 같이 육아휴직을 한다면 이런 걱정은 덜 수 있다.


두 번째로는 첫째의 정서적 안정이었다. 다른 가정의 사례를 들어보면 혼자서는 문제없이 잘 자라던 아이가 동생이 생기면서 '금쪽이'가 되는 경우가 꽤 있다고 했다. 애 입장에선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엄마가 갑자기 다른 애를 데려와서 매일 안아주고 달래주면서 자기한테는 전보다 소홀해지니 세상이 무너지는 기분일 것이다. 그렇지만 신생아는 반드시 해줘야 하는 것들이 있으니 첫째와 놀아준다고 아기를 내버려 둘 수는 없는 노릇이다. 물론 반드시 엄마만 해줄 수 있는 것도 있지만 내가 같이 있다면 적어도 한 명이 방치될 일은 없다.


마지막으로는 우리가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복지제도들이 있다는 것이었다. 나는 본래 나라에서 주는 혜택이라든가 복지 제도 같은 것들을 잘 챙기는 편이다. 최근에는 출산율 감소로 뭔가 계속 늘어나는 분위기여서 꼼꼼히 찾아봤다. 언젠가 다른 일기에서 자세히 다루겠지만, 결론적으로 나는 일단 첫째를 대상으로 ‘육아휴직 아빠의 달 특례’라는 것을, 둘째를 대상으로는 우리 부부가 '3+3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었다. 이 제도들을 통하면 둘 다 휴직을 해도 우리의 월 수입은 최소 평균 500만 원 이상을 유지할 수가 있는 것이다.


이처럼 같이 육아휴직을 함으로써 생기는 장점들은 정말 많은 반면에 줄어드는 소득은 어느 정도 커버가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아내도 긍정적으로 같이 계획 짜기에 동참하기 시작했다. 출산일이라는 것은 여러 변수가 많으므로 미리 확실히 날짜를 지정할 수는 없다. 그래도 일단 대략적인 예정일에 맞춰서 '부부 합동 육아휴직 플랜'을 세울 수 있었다. 나는 6월 말에 잔여 연차와 배우자 출산 휴가를 쓰는 것으로 시작해 1월 중순까지, 아내는 나보다 3개월 정도 더 휴직을 해서 둘째가 어린이집에 들어간 이후 4월쯤 복직하는 일정이다.


나는 여기에 마지막을 장식할 화룡점정을 생각해냈다.


"우리 12월에 제주도 한 달 살기를 해볼까?!"

"그렇게 어린애를 데리고?? 너무 무리 아니야?"

"그래서 최대한 늦게 12월에! 그쯤이면 5개월 넘으니까 새벽 수유도 안 할 거고"


사실 가족이 다 함께 제주도 한 달 살기를 하는 것은 우리 부부의 버킷리스트였다. 이렇게 둘 다 휴직을 할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고, 이번에 하지 않는다면 당분간은 제주도 한 달 살기를 꿈도 꿀 수 없을 것 같았다. 아내도 길지 않은 설득으로 금세 거절할 수 없는 달콤한 제안에 빠져들었다. 내친김에 애 둘을 데리고 살만한 숙소를 샅샅이 찾아보고 아예 예약까지 해버렸다.


"이제 숙소 예약까지 했으니까 무를 수 없어. 무조건 둘 다 휴직도 하고 12월에 제주도도 가야 돼!"

"그래 한번 해 보자!"


한 명은 회사에 다니고 한 명은 육아만 한다면 아무리 서로를 배려하고 이해하려 해도, 경험하는 시간이 다른 만큼 완벽하게 역지사지를 이루긴 어렵다. 아마도 둘 다 열심히 사는데 서로 자기가 더 힘들다고 생각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전에 첫째 때는 회사일을 마치고 집에 오면 아내에게 ‘남는 시간’에 운동도 하고 그림도 그리지 왜 아무것도 안 하냐고 잔소리를 하기도 했다. 실은 혼자 하루 종일 집에서 아기를 보면 남는 시간 같은 건 별로 없고 까딱 잘못하면 씻을 시간도 없다.


첫째 때의 시행착오를 되새기면서 이번에는 둘이 함께 힘을 모은다면 힘든 시기를 슬기롭게 헤쳐 나갈 수 있으리라 마음먹었다. 아마도 처음이자 마지막일 둘이 같이 하는 우리 부부의 육아휴직은 이렇게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