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해방일지: 아내 11일째
7월 4일(월) 폭풍 전 열대야
병원 정기검진 날이었다. 담당 선생님이 말한다.
“내일 유도할까요?”
“네?”
나는 찐으로 당황했다. 유도분만에 대한 거부감보다 예상치 못하게 내 생각보다 일찍 하트를 만나게 된다는 게 부담스러웠다.
아직 2.6키로도 안되고 별로 내려오지도 않았는데, 유도분만을 하면 나나 하트가 너무 힘들지 않을까. 그렇다고 예정일인 8일까지 기다리면 뭐가 좀 달라질까.
고민 끝에 그렇게 하기로 했다. 가진통도 없고 이슬도 안 비치지만 하트가 뱃속에서 성장이 더디니 얼른 세상에 나와 무럭무럭 자라는 게 더 나을 수도 있다. 또 난 더 수월하다는 경산모니까, 이럴 때 잘 유도하면 더 빨리 낳을 수도 있다.
긍정 회로를 돌려본다. 난 할 수 있다. 하트야, 우린 할 수 있어. 하지만 무섭다. 그간 하트에게 잘해주지 못한 것들도 생각난다. 더 많이 얘기해주고 팀워크(?)를 다져줄걸. 더 사랑해주고 세상은 따듯하고 나올만하다고 많이 알려줄걸.
이제와 출산 유도 영상과 계단 오르기를 하고 있는, 휴직 후 내 몸뚱이 편히 쉬고 노는 것 외에 출산에 대해 아무 대비를 하지 않은 나는 철없는 엄마다.
오늘 첫째에겐 잘 설명했다. 최대한 납득 가능하도록 구체적으로 알려주었다. 납득해야 받아들이는 아이니까. 엄마가 없을 동안 읽을 책과 할머니와 할 교재도 선물했다.
첫째와 이야기를 하다 솔직한 내 마음을 얘기했다.
“너무 많이 보고 싶을 것 같아 힘들면 어떡하지?”
“전화로 통화하면 되지!”
아이는 쿨하게 반응한다. 역시, 내 아들. 다섯 살 오빠는 역시 다르구나. 엄마보다 낫네.
이 아이는 아이가 대체 엄마 뱃속에서 어떻게 태어나는 건지가 너무 궁금할 뿐이다. (정말 구체적으로 납득 가능하게 아무도 얘기를 안 해주니… 이 부분이 나에게도 난제다. 어떻게 알려줘야 할지)
오늘 난 유도분만을 하기로 하고 첫째, 둘째와 소통하느라 분주했다. 너무 급한 건가 싶은 마음이 계속 든 것도 그 때문이다. 하지만 이미 지른 결정, 난 최선을 다할 거다. 난 고래와 하트의 엄마다. 내일 난 세상에서 가장 강한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