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해방일지: 아내 83일째
9월 14일(수) 선선한 가을 날씨
공동 육아휴직을 한 지 벌써 4개월 가까이 되고 있다. 내 전체 육아휴직의 1/3이 지났고, 남편의 경우엔 1/2이 지난 셈이다. 부부가 같이 육아휴직을 해보며 우리가 경험한 고난을 크게 세 가지로 나눈다면 아래와 같이 볼 수 있다.
1. 신생아를 낳고 기르며 생기는 어려움 극복하기
2. 둘째가 태어났을 때 생기는 첫째의 감정 다스려주기
3. 아이 둘 키우며 서로에게 소홀해지거나 육아 방식의 차이로 생기는 부부간의 갈등 해결하기
1번의 경우는 시간이 어느 정도 해결해준다. 물리적으로 몸이 힘들지만 셋 중 가장 심플한 문제다. 2번은 첫째와 둘째의 나이 터울이 네 살이라 그런 지 우리 가족에게 큰 문제는 아니었다. 다만, 첫째의 예민한 기질과 미운 다섯 살짜리 아이를 기르며 해결해야 하는 난관 정도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어찌 보면 지금까지 우리 육아휴직 기간 중 가장 어려운 고난은 '육아'가 아닌 '부부'의 문제였다. 우리는 결혼 7년 차 부부고, 결혼 전 약 3년 간 연애를 했다. 즉 10년 차 커플이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하는 시간이다. 남편과 나의 삶은 결혼과 출산으로 완전히 달라졌다. 특히 첫째가 태어난 후 지난 5년은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한 시간 그 자체였다. 상대적으로 서로에 대한 관심, 서로에게 집중하는 시간은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나도 남편도 아이가 생기며 서로에게 소홀해졌다고 많이 느껴 왔다. 서운한 일들이 생겨났다. 동시에 육아와 가사에 대한 업무 분담, 육아에 대한 의사결정하는 상황에서 입장차가 생겼고 자주 부딪혔다. 가만 보면 서로에 대한 서운함이 쌓여 그 외 일상에 더 자주 부딪히게 됐던 것 같다.
우리는 평범한 부부다. 특별히 사이가 엄청 좋은 닭살 커플도 아니고, 그렇다고 서로에게 무관심하거나 각자의 삶이 더 소중한 개인주의형 부부도 아니다. 적당히 일상을 공유하고 있고, 해결해야 하는 업무를 분담하기 위해 노력하고, 부부 공동의 여가생활을 재밌게 보내고 싶은 평범한 커플이다. 그렇지만 아무래도 워킹맘, 워킹대디로 살아가며 작고 큰 갈등이 있었고, 둘째 임신과 출산의 시기에 본격적으로 권태기가 찾아왔다는 건 인정해야 할 것 같다.
그리고 공동 육아휴직을 하며 같이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그 권태기의 민낯을 들여다보게 됐다. 어떻게 보면 부부 공동 육아휴직의 단점이다. 그렇지만 육아휴직을 나 홀로 썼다면 어떠했을까? 오히려 그 갈등의 정도가 더 심화됐을지 모른다. 난 나대로 아이 둘을 하루 종일 케어하며 '번아웃'을 느꼈을 테고 결국 남편한테 짜증을 내거나 퇴근 후의 육아와 가사에서 바라는 요구사항들이 늘어났을 거다.
부부가 같이 육아휴직을 하는 가장 큰 장점은 신생아 케어가 수월해지고, 첫째가 둘째로 인해 소외되는 상황을 최소화하면서 '쀼(부부)의 세계'를 내밀하게 들여다보는 시간을 만들 수 있다는 점 같다. 결국 모든 고난과 역경을 '부부가 같이 오롯이 느끼면서 협동 하에 해결해 나간다는 것'이 부부 공동 육아휴직의 장점이자 단점이다. 그 내밀함을 같이 들여다 볼 의지와 그러면서 생기는 문제들을 함께 해결해 나가려는 정성이 필요하다.
지금 우리가 느끼는 애로사항들을 있는 그대로 들여다보고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이 시간이 소중하게 느껴진다. 최근 들어 우리 부부는 굉장히 이야기를 많이 나누고 있다. 결혼 7년 차가 돼도 여전히 서로가 몰랐던 서로의 입장과 생각이 있다.
서로가 원하는 걸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들어주면서 남편에 대한 애정도가 높아지는 걸 느끼고 있다. 아이들(특히 첫째)에게 쏟는 관심과 따듯함의 1/10이라도 자기에게 주면 좋겠다고 토로했던 남편의 진심에 오히려 고맙다. 남편이 나에게 원하는 건 아내인 나의 관심과 사랑이라고 했다. 만일 남편이 나에게 개인 시간의 보장이나 나의 적당한 무관심을 원했다면 어땠을까? 그 또한 서로를 위해 필요한 부분이나 조금은 얄밉게 느껴졌을지 모르겠다.
결론, '쀼(부부)의 세계'를 넓히고 싶은 부부라면 공동 육아휴직을 강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