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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내누 Oct 26. 2022

행복하려면 행복한 걸 알아야 한다

우리들의 해방일지: 아내 125일째

2022년 10월 26일(수) 따듯하고 흐림


첫째 아이가 열감기로 유치원에 가지 못한 지 이틀째다. 첫째가 아프면 우리 집은 올스톱이 된다. 오늘도 모두가 집에 틀어박혀 첫째의 삼시 세끼 밥과 약 먹이기, 체온 재기 등에 골몰하였다.


태어나서 늘 우량했던 첫째가 비실해진건 네 살 무렵부터였던 것 같다. 분유와 이유식으로 터질 것 같았던 아이의 허벅지는 점점 가늘어졌다. 밥을 잘 먹이려고 호통칠수록 아이는 말라갔다. 밥 먹는 것 자체를 싫어하고 음식에 관심이 줄었다. 동일 연령대의 신체 발달 상황을 백분율로 환산하는 퍼센티지는 점점 떨어졌다.


그래도 평범하게 잘 크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렇게 한 달에 한 번꼴로 아이가 열감기로 고생하면 진이 빠진다. 남편은 그래도 이런 감기 정도로만 힘든 게 어디냐고 어른스럽게 말했다. 우리를 도와주러 들러주신 친정엄마는 유치원이야 못 가도 괜찮으니 건강만 회복하면 된다고 하셨다. 나도 다 안다. 그런데도 마음이 속상한 건 어쩔 수 없었다.


하루 종일 집을 굴러다니는 아이는 잘 안 보던 책도 꺼내 보기 시작했다. 친할아버지가 예전에 사주신 미국 유치원생들의 애창동요집을 아빠와 보다가 세이펜으로 <If you're happy>라는 노래를 눌렀다.  


If you're happy and you know it, clap your hands

If you're happy and you know it, clap your hands 

If you're happy and you know it, then your face will surely show it, 

If you're happy and you know it, clap your hands.  


남편이 "와, 이 노래. 가사 봐"라며 감탄했다. 가만 들어보니 정말 깨달음을 주는 노래였다. '행복하면 박수를 치세요'가 아니라 '행복하고, 그것을 안다면' 박수를 치는 것이다. 우리는 행복해도 행복한 줄 잘 모른다. 그러니 진짜 행복하려면 내가 행복하다는 걸 '알고' 그 행복을 '느끼고 표현해야' 한다.


지금 아이와 부대끼며 열감기와 사투를 벌이는 우리들의 모습들도 고통이 아니라 사실은 행복이다. 아이가 아파도 잘 웃고 잘 놀고 있으며, 우리들도 기분 좋게 첫째가 입을 할로윈 의상을 만들고 있다. 첫째는 엄마, 아빠, 할머니가 다 같이 자신만을 위한 할로윈 코스튬을 만드는 것을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다.


그래, 조금 아플 수도 있지. 이런 게 행복이지. 별 거 있겠나.

인생은 '원효대사 해골물'이다.

내 행복을 스스로 알아차리는 것이 행복을 위한 첫걸음이다.   

Hurr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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