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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아 Nov 06. 2018

책은 현실적인 설렘

설레게 해서 그래서 좋다고요.



항상 설레게하는 시즌 참 잘 타는 헬레보루스입니다.



남편은 영화로 일을 잊고 휴식하고 나는 책으로 생각과 기분을 전환하는 편이다.


나는 책을 좋아하는 편에 속하는데 '좋아하는 편'이라는 게 어떤 기준일까 생각해보니 '설레는 마음'의 척도다. 서점에서 언뜻 마음에 드는 책을 보았을 때는 너무 설렌다. 그 책 속에 나를 투영해서 생각하게 되는 그 과정이 너무 좋다.


책 구입에 따른 나름의 내가 정한 규칙이 있는데 '한 달에 3권까지'. 이건 중고서적도 포함이다.

집에서 놀고 있는 책들이 있으니 걔네에 대한 죄책감과 내 용돈은 많지 않으니.

이끌리게 되는 책은 단번에 이끌린다. 1장만 읽어도 마음속으로 '엄마야 이거다. 왔다. 왔어' 한다.

긴가민가 한 책은 몇 챕터를 읽어도 긴가 만가 하다. 다만 좋길 바라는 마음에서 계속 읽어보는 것일 뿐.

내 마음을 이끄는 책을 만나도 바로 구입하지 않고 몇 번 참고 고민하고 구매하는 편인데 구입을 참고 돌아서면 대 부분 그때부터 발을 동동 굴리는 심정이 돼버린다.


집으로 발걸음을 돌리는 버스 안에서부터 그리움 마음이 시작된다. 시시때때로 책을 읽고 싶어 생각나고 그 작가님의 다른 책들은 무엇인지 찾아보고 결국에는 서점에서 그 책을 안고 계산대에 선 나를 발견한다. 결국에는 반했던 책들은 대부분 꼭 샀다. 어쩌면 내가 변태같이 '나는 이 책을 얼마나 사고 싶은가?'를 알아본 것인가.?


내 주변에 유난히 책을 좋아하는 지인을 꼽자면 많지는 않다. 지인 중 책을 좋아하는 사람은 독자이자 작가인 경우.


예전 회사의 직장 동료였던 Y언니는 카피라이팅에 관심이 많았는데 이제는 자신만의 콘텐츠가 쌓여서 벌써 몇 권의 책을 냈다. 요즘 그녀를 보면 정말이지 박수를 쳐주고 싶다. 오래오래 천천히 걸은 사람. 그녀의 책 내용을 보니 내 생각보다 더 오래 책을 좋아하고 곁에 두었더라.


비슷한 시기에 서로의 사업을 시작해 서로 응원해주는 서점의 주인인 친구 J.

그녀가 모두에게 소개해주는 SNS 계정으로도 좋은 책 영감을 많이 받았는데 그녀 역시 ,

본인과 본인의 서점을 닮은 책이 나온 지 얼마 안 됐다. 그녀는 자기만의 길을 너무 잘 걸어가고 있어 때론 부럽고 기특하다.


그리고 아주 가끔 연락하지만 만날 때마다 기분 좋은 통함을 느끼는 그녀도 아이를 낳기 전에 한 권의 책을 내고 지금은 새로운 책을 준비 중이다. 덧으로 그녀의 책을 읽고 친밀감이 두배가 됐다. 그녀의 책도 ‘지인이니까 궁금하다’ 로시 작해서 ‘어머 이거 뭐야. 나랑 같네’하며 어느새 며칠 내내 나를 붙잡았다.


이렇게 내 책 리스트에 영향을 주는 사람은 많은 편이 아니다. 작가님인 그녀들은 외에 지인들에게서 책 추천을 들어본 적이 없다. 누군가의 가방 속에 쏙 얼굴을 내민 책을 보며 자연스레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그런 경험도 없다. (참고로 그런 경험 있고 싶다)


이렇듯 보통 내 주변에는 책보다는 다른 미디어로 기분을 전환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나는 어떻지 하고 생각해보니 나는 책 > 드라마 > 영화의 순인 것 같다.


그러던 어느 날 집에 가는 버스 안에서 물음표가 생겼다.

'아니, 그럼 왜 나는 책이 더 좋지', '나 왜 책을 더 애정 하지? 영화는 눈이 확확 돌아가는데 느리기도 느리도 내가 수동적으로 읽어가야 하는 이 책이 왜 좋지’ 생각이 들었다.


나의 결론은 책은 내 마음대로 펼쳤다 닫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책은 내 맘대로 읽어나가다 내 멋대로 양껏 상상할 수 있다. 쉬이 빠져들다가 원하는 만큼 쉬고 다시

다음 페이지를 읽을 수 있다. 그렇게 책은 내 생각과 기분의 속도를 기다려주기 때문이었다.

영화는 나에게 자기만의 속도로 주입돼서 나만의 속도를 읽어갈 수가 없다.

내게 상상할 틈을 안 주고 빠르게 흘러간다. '야 빨리 따라와라. 이다음 장면 나온다' 하면서.


결국은 내가 기분 전환을 할 수 있던 것은 단지 책만으로 가 아니라 책으로 따라온 내 생각 때문이었단 것. 나는 상상하길 좋아하고 과거를 회상하기를 자주 하는 사람이었으니까 그런 연결고리로 생각하니 끄덕끄덕 이해가 간다.


이로써, 오늘 이후로는 한 달에 3권 이상 책 사기 규칙에 죄책감을 덜 느낄 것 같다.

오늘 마음에 드는 책 장바구니에 책 넣으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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