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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아 Nov 07. 2018

이모 꼭 선우 생일에 와야해

의도되지 않은 말


여설살 조카의 생일 선물을 들고 갔다.
저녁 식탁에 언니와 나 조카 셋이 앉아 밥을 먹는데  대뜸 조카가 “이모는 몇실이야” 묻는다.
“이모 몇살 같은데?”하고 나도 되묻는데 (어린이한테도 젊어보이고 싶은 이모의 욕망 내재를 엿볼 수 있다.)

“엄마 37살 ! 이모는 36살 !”이란다. 아아.. 그런데 슬프게도 나는 34살이다.


그러다가 밑도끝도없이 이모부한테 이모가

“오빠”라고 하잖아!

하길래, 도대체 무슨 이야긴가 싶어 “응?”하니,

이내 “엄마는 울 아빠한테 자기라고 하는데”.하는거다.  나는 진짜 “푸학”하고 웃었다.

그렇게 웃음소리가 실제로 난 것마냥 그랬다. 눈도 만화책에 나오는 선이 세개되는 그 눈이었을껄.

나중에 들려주니 우리 형부의 반응은 “오 예리한데”란다. 역시 고슴도치다. 장점으로 승화한다.
우리 남편에게 얘기하니 어린녀석이 똑똑하고 냉철하단다.(남자들의 반응이란. 당신 반응도 냉철하구려)
아니아니 나는 그거는 둘째치고 아직도 혼자 푸학- 스러운 웃음이 나게 귀엽단 말이다 !!’
그러다가 아니 이것이 이다지도 왜 귀엽다고 느껴지는 것일까 궁금했다.

(그래 그런 쓸떼없는 궁금함도 나란 인간이지.)


생각해보니 어린이는 어린이 같지 않은 말을 할때 가끔 귀엽다 (근데 말투는 어린이이여야하는 아이러니).


가끔 어른도 어른같지 않은 말을 할 때 귀엽다. 이 역시 의도되지않은 것이여야 귀엽지. 의도한 거면 정말 역효과난다. (어휴 상상만해도)
결론적으로 내 생각의 도달은 “의도하지않은 나이를 벗어난 것은 귀여운 일”이다.

울 조카가 이 사실을 기억 못하면 좋겠다. 그래서 중학생이나 고등학생이되면 “야 너가 그랬잖아” 하고 낄낄거리며 웃고싶다. 아 그런데 낄낄거릴 그 때의 내 얼굴을 상상하니 급 울적해진다.


그 때 내 얼굴 어떡하냐. 아씨. 주름 자글자글.



조카들과의 꽃사과 백일장. 그 와중에 꽃사과들은 왕도 있고 왕비도 있다.
6살 조카도 우리 모두의 역할이 있다는 걸 아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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