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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아 Jun 12. 2022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에서의 고민을 들은 적이 적지 않게 있다. 아직 시작 전 고민 단계라면 먼저 무언가에 발을 담그라고 말하고 싶다. 지금 그 고민을 한다는 것은 아마 좋아하는 일을 시작했는데 생각만큼 피드백이 오고 있지 않을 수 있고 좋아하는 일을 용기 내 겨우 시작했는데 막상 그 안에서 또 같은 고민을 하고 있어 좌절도 했을 것이다. 당신이 자영업자라면 돈이 될 거 같은 아이템과 내가 하고 싶은 아이템과 방향에서 갈림길에 선 자신을 정말 자주 만났을 것이다.


도움이 되고자 전하고 싶은 얘기는 '분리해서 생각하지 말고 같이하세요.'이다. 고민을 가벼이 여기나 싶어 서운할 수도 있겠다. 잘하는 일 (이것이 진정 내가 잘하는 일인지도 살펴봐야 한다. 아마도 해왔기 때문에 잘하는 일이 더 가까울 것)을 메인으로 하면서 꾸준히 매일 '좋아하는 일'을 작게라도 하면 언젠가 그 두 가지에 사용하는 에너지와 시간 비율이 달라질 때가 온다.  처음부터 나를 도와줄 지원군이나 지원금이 많이 장착된 경우가 아니라면 우리는 어쩔 수 없이 한 스텝씩 걸을 수밖에 없다. 내 엉덩이에 부스터가 달려 한 번에 껑충 올라가지 못한다면 현 상황은 어쩔 수 없다. 받아들여야 한다. 인생은 원래 불공평하니까 나보다 열 계단 위에서 '시작이다!"하는 누군가들은 남의 이야기다. 시작이 다르다는 비교와 부러움은 정말이지 도움이 하나도 안된다. 차라리 먼저 앞서간 친구에게 자문하는 것이 질투를 감추기에도, 생산적으로도 낫다.


나도 혼자 시작하고 운영했기에 미리 당신의 마음에 공감을 표한다. 나에게도 부스터는 없었고 어쩌면 혼자 이뤄냈다는 대견함이 내가 지키고 싶은 자존심이었던 것 같다. 결혼 후에도 내가 좋아하는 일에서 생기는 책임을 나누자고 하는 건, 성인이 다 되어 만난 새로운 가족에게 '우린 가족'이라는 프레임을 씌어 그가 조금 더 행복해질 권리를 빼앗는 일이라 생각됐다. (물론 여유가 있으면 예외다. 남의 집 일은 신경 쓰지 않습니다.) 내가 움직이지 않으면 아무런 미동이 없는 나만의 일에 오롯이 혼자가 되면 많이 외롭고 무겁다. 그럴 땐 자영업자 친구들과 이야기하면서 위로하고 해결하는 것이 우리 가정에 더 평온하고 현명하다. 이제 시작하여 수익이 저조한 일 이야기를 한 집 생활하는 동거인과 의견을 나눈다는 것은 남편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누구도 일 이야기 자체로만 받아들여질 수가 없다. 그 안에 저축과 생활비 앞으로의 미래가 속속들이 이야기에 끼어들고 마니까.


 꾸준히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을 동시에 하다 보면 어느샌가 비등해지더니 좋아하는 일이 그 이상으로 올라오는 날이 온다. 뒤를 돌아봤을 때 지나 온 자욱이 생기면 '세상에는 두 가지의 선택지만 있는 게 아니구나.' 하는 걸 알게 된다. 그렇게 하다 보면 예상치도 못한 세번째 일이 찾아오기도 하고 네 다섯 번째쯤은 조금 일찍 미리 마중 나가는 것도 가능해질 것이다.


 '좋아하는 일이 뭔지 모르겠지만 지금의 일이 하기 싫어 고민입니다.'라고 생각되면 굳이 안 찾아도 되니 '스트레스를 덜 받는 일'을 하시면 좋을 것 같다. 스트레스 덜 받는 일이라는 건 내가 쓴 에너지에 비해 책임을 적게 가져도 되는 일이거나 또는 생각보다 좋은 성과를 얻거나, 주변에서 좋은 피드백을 준 경우가 많다. 책임감을 적게 느껴도 되는 일에 만족한다면 쭉 그 일을 해도 좋다. 하지만 대부분 책임감을 덜지는 일은 곧잘 지겨워진다.


같은 맥락으로 나도 디자인 안에서 아트웍이나 포스터같이 한 눈에 보여줘야 하는 디자인 작업을 꺼린다. 내가 안 좋아한다는 것은 경험이 쌓여 생겨났고 그런 디자인을 의뢰 받을 때 쉽사리 작업이 나오지 않고 만족도가 적었다. 작업이 어렵고 반응이 적으니 작업 자체를 안 좋아하게 돼버렸다. 그리고 나는 컨셉이나 무드가 명확하게 보이는 것에 희열을 느낀다. 작업물이 명확한 카테고리에 속하는 것을 보면 짜릿하고 대견하다. 나의 기쁨이기에 디자이너로 늘 품고 있는 우선순위다. 프리랜서 때를 비롯해 디자인 의도가 자주 변경된 디자인들이 있었다. 그런 것은 대부분 이도 저도 아니게 되어 모두가 찝찝한 마무리로 끝나곤 했다. (때로는 완성도를 더 많이 올려주는 경험도 합니다) 나의 그런 점을 알고 나서 내 브랜드인 토크메이드에 반영했고 템플릿이 있는 디자인에서 간단한 커스텀이 되는 쪽으로 선택했다. 그편이 나의 정신 건강에도 좋았다.



 플라워 스튜디오를 운영하면서도 같은 맥락의 경험이 있었는데 유난히 예쁜 고급 꽃을 써야 하는 웨딩 부케가 그랬다. 보통, 평생 한 번의 꽃으로 신부님들은 깊은 고민을 할 수 밖에 없다. 나의 경험상에도 평생 그렇게 통 크게 돈을 쓴 적이 없었고 내 일생에 결혼이라는 이리 큰 결단이 없었다. 많은 것을 하고 싶지만 대부분 주머니 사정도 생각해야하니, 신부님의 디자인 욕구와 가격의 중간을 찾아드리는 에너지와 시간 소요가 만만치 않았다. 금액과 디자인 리스크가 적도록 한가지 꽃 종류가 중심이 되는 원플라워 부케만 하기에는 내 성에 차지도 않았고 우리 샵에 맞는 해결 방법이 아니라고 생각되었기에  '플로리스트 디자인 웨딩 부케'라는 것을 만들었다.


<토크어바웃 플라워 플로리스트 디자인 부케 > '디자인 부케와 같이 대부분 수입 꽃이 들어갑니다. 플로리스트에게 전적으로 맡기는 디자인으로 명확한 컨셉과 높은 완성도로 제작됩니다. 기존 부케보다 40~50% 합리적인 가격으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먼저 세 가지의 컬러 중에서 고르고 내츄럴이나 단정한 쉐입에서 결정하면 된다. 그 이후는 플로리스트의 몫이고 디자인에 대해 의견 요청은 불가능하다. 수업 분량에서 미리 빼놓은 고급 수입 꽃들도 있어 단가 절감이 가능했고 혼자 생각한 컨셉으로 디자인을 하니 오히려 완성도가 좋았다. 무엇보다 제일 만족한 것은 디자인 컨플레인 대한 우려로부터 해방된 것. 

 

더 행복해지기 위해 좋아하는 일을 찾고 싶다고 하지만 가까이 들여다보면 덜 불행하고 덜 스트레스 받기 위한 마음이 더 크다. 평소 나는 문제를 직시하려면 최대로 단순화시켜서 보려한다. 어렵게 애써 찾지 말고 스트레스를 걷어내고 최종으로 남아지는 것을 바라보는 것이다. 오늘 '내가 어느 지점에서 왜 스트레스받았지?', '아까 과장님이 이야기할 때 왜 억울했지. 나는 불합리한 상황은 겪었던가', '그 친구와 소통에서 마음이 불편했던 지점은 어디인가.' 나에게 묻다보면 내 마음이 절대 안 넘어가지는 부분들이 있다. 나의 마음이 불편해지는 것을 그냥 넘기면 안 된다. 발견한 예민한 지점을 어렵더라도 꺼내여 나라는 사람의 데이터로 쌓아두어야한다.


꼭 좋아하는 일을 해야만 더 높은 삶의 질을 누리고 있다거나 인생을 잘살고 있는 것은 절대 아니다. 너무  내뱉기에도 겸연쩍어지는 단어인 '행복한 사람'이 승자인데, 아니  '오늘에 만족하는 사람이 승자'로 정정한다. 거기에 '행동하는 사람'이 더해지면 더할 나위 없어진다. 좋아하는 일 쪽에 발을 살짝 담그고 누가 눈치채지 못할 만큼이라도 조금씩 무엇이라도 하고 있으면 바지 끝자락에 젖었던 물이 위로 서서히 올라오듯이 젖어 든다. 우리가 다이어트를 할 때처럼 결연에 차서 다부진 마음으로 시작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먼 미래와 큰 계획은 잠시 내려두고 내 바로 앞에 당장 할 수 있는 일을 미루지 않고 하면 더 빠르게 시도 할 수 있다. 좋아하는 홍진경 씨 말을 빌려 '잠들기 전에 아무 걱정이 없는 상태가 가장 행복하다'는 말이 와닿았을 때는 나는 이런 날이었다. '오늘도 나는 무언가를 했다. 죄책감이 없고 뿌듯하다. 앞으로 조금이나마 나아간 것을 나 자신이 아는 것.' 이것이 늘 내재하여 있었다. 그렇게 나와의 약속을 지키는 것이 자존감이 되고 쌓인만큼 분명히 단단해진다.


그러니까  좋아하는 일을 찾고 싶다면 '스트레스 받는 일은 감지하고 걸러내고 그리고 먼저 나아가세요.'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다면 '현재 일과 분리하지말고 같이 시작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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