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 뉴스레터를 만들다.

내가 사내 뉴스레터를 기획한 이유

by RAMI

처음 뉴스레터를 기획했던 시기는 2023년이었다.

당시 7년 차였던 나는 회사 내의 좋지 않은 문화 확산이 가장 염려스러웠다. 사람들 사이의 대화는 점점 사라지고, 대신 오해, 무관심, 고립 같은 정서가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었다. 문제는 그저 느낌이 아니라, 겉으로도 충분히 관찰될 만큼 명확히 드러나 있었다.


그것은 단순한 소통의 부재가 아니었다.

서로를 존중하지 않는 언어, 문제의 원인은 그대로 둔 채 표면만 덮는 리더들의 해결 방식, 그리고 점점 더 무심하게 서로를 평가하고 냉소적으로 대하는 분위기가 서서히 조직 전체에 스며들 다 못해 흘러넘치고 있었다.


더 큰 문제는, 이를 '문제'라고 인식하는 사람보다 그저 '원래 그런 것'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이 훨씬 많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안타까웠다. 이런 문화에 문제의식이 없는 매니지먼트가 아니라 이런 문화가 스믈거리는 회사에 입사한 새내기들이, 내 후배들이 안타까웠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리더십의 부재가 있었다. 매니지먼트에서는 소통을 말했지만, 매니지먼트를 비롯한 리더들이 사용하는 언어에는 배려도, 존중도 담겨 있지 않았다. 실질적인 고민과 공감 없이 이루어지는 전달은 그저 비효율적인 업무 지시로 들렸고, 사람들은 점점 더 침묵하거나, 마음의 문을 닫았다.



나는 왜 뉴스레터를 선택했는가?


그래서 나는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이 조직에 필요한 건 무엇일까? 무엇이 이 분위기를 조금이라도 바꿔놓을까? 회의 때 의견을 내는 소수의 목소리만으로는 부족했다. 전사 이메일도, 한 줄 공지도, 제안함도 결국 누구도 보지 않는 칸이 되어버렸다. 그 사이 나는 점점 말수가 줄어들었다.


솔직히 말하면, 몇 년 전부터 매니지먼트는 더 이상 내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았다. 말해도 바뀌지 않는다는 체념이 쌓이자, 사람들은 점점 침묵했고, 떠나갔다. 나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하지만 그럴수록 더 또렷해졌다. 내게 필요한 건 단순한 전달 수단이 아니라, 사람들의 일상 속으로 조용히 스며들 수 있는, 그리고 개개인의 얼굴과 목소리를 다시 되찾아줄 수 있는 소통의 공간이었다.


그래서 나는 뉴스레터를 선택했다.

기존의 방식들과는 다르게, 누군가에게 강요하지 않으면서도 조금씩 스며들 수 있는 형식.

가볍게 읽히지만, 읽고 나면 마음에 작은 울림을 남기는 콘텐츠.

그게 뉴스레터가 가진 힘이라고 생각했다.



현실감 있는 실패의 누적, 그리고 그 실패에서 출발한 전환의 동기


2025년에 처음 뉴스레터를 시작했고 대차게 실패했다. 그 가능성을 전혀 살리지 못했다. 사실상 실패였다. 메일은 보냈지만, 열지 않았다. 읽는다 해도 대충 넘기거나, 나중에 보겠다는 알림만 남기고 사라졌다. 기껏 준비한 콘텐츠는 열람률조차 확인되지 않았다. 반응도 없었다. 질문도, 의견도, 공금도 따라오지 않았다.

그렇다고 피드백 구조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제안함도 있었고, 익명 피드백도 열려 있었다. 하지만 아무도 쓰지 않았다. 아니, "써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걸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에 누구도 시도조차 하지 않은 것일 수 있다.

스크린샷 2025-07-03 오후 8.58.19.png

또 하나의 한계는 도달 범위였다. 우리는 이메일 하나에 모든 걸 담으려 했지만, 정작 현장 근무자, 외근자, 시차 근무자들은 그 소식을 받지 못했다. 정보 전달은 더딘데, 기대는 빠르게 식어갔다.


결국 뉴스레터는 '누군가 만든 자료'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으로 취급되었다. 살아 있는 콘텐츠가 아니라, 보고용 문서로만 소모되고 있었다. 나는 그 지점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사람을 연결하고 공감이 일어나고, 조직의 온도를 유지하는 도구가 되기를 꿈꿨지만 이토록 무기력하게 작동하고 있다는 사실이 오히려 이 뉴스레터를 다시 시작해야 할 또 다른 이유가 되었다.




실패를 교훈 삼아 뉴스레터를 어떻게 새롭게 설계했는가


그래서 나는 처음부터 다르게 설계했다. 뉴스레터가 다시 실패하지 않으려면, 무엇보다 '읽히는 구조'를 먼저 만들어야 했다. 누가, 언제, 어떤 방식으로 봐야 하는지부터 다시 고민했고, 정보가 아니라 사람을 중심에 놓기로 결심했다.


나는 이 뉴스레터가 단순히 사내 공지나 소식이 아니라 조직 안에 있는 사람들의 얼굴을 보여주는 창이 되길 원했다. '이달의 사람', '일하는 방식', '리더의 진자 이야기' 같은 콘텐츠를 구성해, 모든 구성원이 콘텐츠의 대상자이자 주인공이 될 수 있도록 설계했다.


또한, 읽고 끝나는 일방향이 아니라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양방향 구조를 넣었다. 퀴즈, 추천, 제안, 투표등과 같은 것들을 말이다. 작은 참여라도 '내가 이 뉴스레터에 포함되어 있다.'는 감각을 주고 싶었다. 그 감각이 결국 조직을 향한 관심으로 이어진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래서 콘텐츠 형식도 바꿨다. 길고 딱딱한 텍스트 대신, 카드 뉴스, 사진, 인터뷰, 영상, 팟캐스트 등 시선이 머물 수 있고, 모바일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형태로 바꾸었다. 기획의 중심은 사람이고, 표현의 방식은 가벼워야 한다. 그 원칙 아래 하나씩 조정해 나갔다.




새로운 사내 뉴스레터 Paper Plane을 기획하다


그렇게 나는 실패했던 작년과 다른 새로운 사내 뉴스레터를 만들었다.

이름부터 바꿨다.

"Paper Plane" (내가 좋아하는 방콕에 있는 코워킹 플레이스이자 카페 이름에서 영감을 얻음)


무거운 전달물이 아니라, 회사 이곳저곳을 가볍게 날아다니는 종이비행기처럼 누구에게나 닿을 수 있고, 누구에게나 읽힐 수 있는 뉴스레터. 가벼움 속에 진심을 담고, 진지함을 유머로 감싸는 소통을 시도하고 싶었다.


뉴스레터를 읽는다 -> 뉴스레터에 머문다


그래서 구성부터 글쓰기 방식까지 전부 다시 썼다. "뉴스레터를 읽는다."는 개념 대신, "뉴스레터에 머문다."는 감각을 주기 위해 킥 있는 제목, 키치 한 표현, 낯설지만 웃기는 문장을 과감히 집어넣었다.


예컨대, 인터뷰 코너의 제목은

"이달의 사람들 | 그들은 대체 왜 그렇게까지 일하는가?"

추천 코너는

"우리 회사에도 은근히 좋은 사람이 있다면, 이참에 칭찬하자"

이런 식이다.


우리는 모두 바쁘다. 이메일 하나 넘기는 데도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그런데 사내 뉴스레터는 어떠한가? 굳이 열지 않아도 되고, 스킵해도 되고, 읽지 않고 삭제해도 아무 일이 생기지 않는다. 사실 대부분은 그렇게 하고 있을 것이다. 읽히지 않아도 되는 콘텐츠. 그게 지금까지 뉴스레터가 가진 현실이었다.


나는 내가 힘들여서 발행한 뉴스레터 왜 안 읽어 주냐고 투덜거리고 징징거리고 싶지 않다. 그래서 나는 그 전제를 아예 깨고 싶었다. '읽히는 뉴스레터'가 아니라도 좋다. 그냥... '안 보면 아쉬운 뉴스레터'를 만들고 싶었다.



나는 이 뉴스레터를 기획하고 발행하며 무엇을 바라고 있는가?


나는 이 뉴스레터가 누군가의 하루를 바꾸진 않더라도, 잠깐 멈추게는 하길 바란다. "아, 이 사람은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구나.", "우리 회사에 이런 팀이 있었네.", "괜찮은 사람이네." 그 짧은 멈춤과 인식이 조직의 온도를 서서히 높여줄 수 있다고 믿는다.


다행히도 지금,

그 믿음이 현실로 조금씩 이어지고 있다. 매달 조회수는 늘어가고 있고, 직접 인터뷰를 참여하는 사람도 생겼다. 다음 콘텐츠에 대한 아이디어를 보내오는 직원도 있다. 좋아다는 메시지를 슬쩍 건네거나, 뉴스레터에 실린 동료에게 따뜻한 말을 전하는 모습도 자주 목격된다.


뉴스레터는 여전히 작고 느린 매체다. 하지만 나는 이 작고 느린 매체가 회사를 조금 더 사람답게 만드는 데 필요한 속도라고 믿는다.


누군가는 콘텐츠라고 부를 것이고, 누군가는 그냥 소식지라 말하겠지만 나에게 이 뉴스레터는 회사를 조금 더 사람답게 만드는 실험이다. 그리고 나는 그 실험을 계속할 생각이다. 작고 느리게, 그러나 꾸준히.






그 외)

Paper Plane 이름은 어디서?


사실 이 뉴스레터의 이름 Paper Plane은 내가 원격근무 중 머물렀던 방콕의 코워킹 플레이스에서 영감을 받았다. 그곳의 이름은 "Paper Plane Project"였는데 넓고 정갈한 공간에 각자의 일을 하러 온 사람들이 묘하게 조용하면서도 연결된 느낌으로 함께 있었다.

말을 걸지 않아도, 말을 걸 수 있는 분위기. 가벼운 종이비행기 한 장이 이 테이블에서 저 테이블로 날아가듯 자연스럽고 따듯하게 서로를 잇는 공간이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실패 일기를 써야하는 이유와 작성 방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