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나는 방에서 한 발자국도 밖을 나서지 않았다.
재택근무를 시작한 지 벌써 3~4년은 넘은 것 같다. Covid-19 바이러스로 인한 팬데믹 이후 지금까지 나는 집에서 근무하는 날이 대부분이다. 집과 회사와의 거리가 멀기에 집에서 일하는 편이 다행이다 싶다.
재택근무를 처음 시작했을 때는 집에서 일하는 것이 불편했다. 내 개인적인 공간과 일이 섞이는 것이 싫었다. 쉬는 공간이 일하는 곳과 겹치면 마음까지 일에 더 매달려 버리는 성향이기에 철저하게 일과 개인 공간을 분리시켰던 것이다. 그래서 일부러 카페로 나갔다. 카페 안에는 나와 같이 원격근무를 하는 사람들과 공부하는 사람들이 보였기에 이곳에서 나는 충분히 일하는 내가 될 수 있었다. 또, 매일 같은 업무를 하더라도 공간을 바꿔가면서 일하는 재미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집 밖을 잘 나가지 않는다. 굳이 나가지 않아도 하루는 잘 흘러간다. 익숙해졌다고 말해야 하는 게 맞을지, 나가는 것조차 게을러졌다고 말하는 게 맞을지 모르겠다. 그저 어느 순간부터 일과 개인적인 것을 나누는 경계선이 공간에 있지 않음을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이제는 공간이 일을 규정하지 않는다. 같은 방에서 일도 하고, 쉬기도 한다. 노트북을 열면 하루가 시작되고, 노트북을 닫으면 하루가 끝난다. 출근과 퇴근을 알리던 문은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 하루의 시작과 끝은 전원버튼 하나로 결정된다.
집에만 머물다 보니, 하루는 점점 단순해져 버렸다. 아침과 점심 그리고 저녁의 시간은 구분이 흐릿해졌고, 외출을 하지 않는 날이 며칠째인지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굳이 나가지 않더라도 내가 필요한 대부분의 것들은 집 안에 있다. 쉴 곳도 그리고 일할 곳도.
가끔은 이런 달팽이와 같은 생활이 여유롭고 편안하게 느껴진다. 이동하지 않아도 되고, 준비하지 않아도 된다. 불필요한 대화를 하지 않아도 되기에 내 하루는 조용하고, 따뜻하다. 시간은 큰 소리 없이 흘러가고, 나는 그 흐름에 크게 저항하지 않는다.
오늘도 아침 일찍 일어나 씻지도 않고 노트북을 켰다. 메일을 확인했다. 긴급하게 답변을 보내야 하는 내용들을 확인하고, 샤워를 한다. 젖은 머리에서 물방울이 떨어져 키보드에 번지더라도 그 사이 메일이 온 것이 없는지 한 번 더 모니터를 들여다본 후 머리를 말린다. 커피 한 잔과 차가운 감귤로 아침 식사를 대신한다. 창문은 열지 않는다. 차가운 공기가 세어 들어올까 봐 창문은 열지 않는다. 커튼도 걷지 않는다. 하늘이 흐렸는지, 맑았는지, 눈이 내렸는지 중요하지 않다. 다시 커피 한 잔을 내려서 조그만 책상 위에 내려놓는다. 검지 손가락 끝으로 마우스 휠을 돌리고, 모니터 화면은 아래로 그리고 내 하루는 내 안에서 충분히 흘러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