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텔링)창녕 영산읍 '돌확'에 얽힌 똑딱 귀신의 사연
오늘이 ‘똑딱귀신 이바구’ 마지막편이 되겄다.
원래는 이기 3편으로 마무리되는 스토린데 사투리 버전으로 각색하믄서 스토리도 더 구체화되고 사건도 이리저리 만들다 보이 이바구가 이리 길어졌다. 마 우야겄노, 느거들이 이해를 하는 수밖에.
장 서방 이기 덩치는 산만해도 겁이 많은 사람이었던 모양이라. 귀신이 지 뒤에 있다쿠이 비명까지 지르는 거 바라. 사람꺼정 죽있으이 와 안 그렇겄노. 그리 와들와들 떨믄서 뒤를 돌아보이 아무것도 안 보이거든.
“핫! 이 새끼가 어디서 거짓말을 하고 있어?”
그라믄서 주먹을 들어 만복이를 때릴라꼬 해. 근데 그 땐기라. 장군바위 위로 바람이 우우웅 불어오더마는 금줄이 마구 떨리고 돌확에서 연푸른 빛이 서서히 퍼져나오는 거 아이겄나.
“똑딱, 똑딱….”
금줄이 흔들리고 돌확에서 연푸른 빛이 서리고 돌쪼는 소리꺼정 들리는데 겁먹지 않을 사람이 어데 있겠노? 장 서방은 고마 몸이 돌이 되삔 거 아이겄나. 그리 몸이 굳은 채로 돌확에서 비치는 빛을 얼이 빠져나간 듯 쳐다보고 있는데, 그 연푸른 빛들이 선명해지더마는 한서린 여인의 모습이 되어가꼬 스윽 다가오는 기라. 장 서방은 완전히 오줌을 지릴 뻔했지. 와 안 그렇겠노?
“허억… 허억… 누, 누고! 오지 마라!”
그러니까 만복이가 또 이렇게 쏘아붙여.
“와? 니가 아는 얼굴 같제?”
“아니다! 아니다! 내는 모른다!”
“모르긴 뭘 몰라.”
만복이 목소리가 점점 더 낮고 차가워지는 기라.
“충청도서 온 진석근. 병든 마누라 살릴라꼬 창녕까지 와가 밤새 돌 쪼던 사람. 니가 돈 욕심내가 몽둥이 휘둘러 죽게 만든 사람.”
장서방은 인자 대답도 제대로 못 하는 기라. 입은 벌어졌는데 소리가 안 나오고, 손은 벌벌 떨리고, 빨간 염주 감긴 왼손은 자꾸만 등 뒤로 숨기려 하고. 그때 혜정이가 입을 열었는데 말이다. 목소리가 억수로 작았는데도 장서방 귀에는 천둥처럼 들렸을 끼다.
“우리 서방님… 못 보셨나요…?”
아이고야. 이 말이 그냥 들리겠나? 죽은 줄 알았던 여자가, 자기가 죽게 만든 남편 곁에서, 달빛 아래 저리 묻는데. 장서방은 다리가 탁 풀려 그 자리에 주저앉아삣다 아이가.
“살리도! 살리주이소! 내, 내는 죽일라 한 기 아이요! 돈만… 돈만 좀…”
만복이가 그말 듣고 가만 있었겠나. 호통을 치지.
“돈만 좀 뺏을라 캤는데 사람은 죽어도 상관없었단 말 아이가!”
“아니다! 아니다! 내는 그냥… 겁만 줄라 했는데….”
“그 겁에 사람 하나가 산속서 죽었다?!”
장서방은 바닥을 더듬으며 뒤로 기어가고, 혜정은 점점 다가갔지. 치마 끝이 장서방 무릎께에 스치자 장서방이 온몸을 떠는 기라.
“서방님… 이 사람입니꺼?”
혜정이 남편을 보믄서 물었지.
“맞소.”
그 순간 혜정 눈빛이 확 달라졌어. 퍼런 불이 켜진 듯 서늘한 기운이 사방으로 번지는 거라. 장군바위 위 소나무들이 우두둑 흔들리고, 금줄은 팽팽하게 떨리고, 돌확은 더 푸르게 빛났지.
장서방은 그걸 보고 혼이 빠져나가는 기라.
“용서해주소! 내가 잘못했심더.”
“니가 우리 서방님 숨 넘어갈 때 그 소리 들었나?”
혜정 목소리가 그야말로 얼음장 아이겄나.
“니가 묶어 놓고 버릴 때 그 사람이 살려달라 카는 소리 들었나?”
“자, 잘못했소! 내가 잘못했소!”
“내가 장독대 앞에서 정화수 떠놓고 서방님 무사하기만 빌던 그 마음은 알기나 하고?”
장서방은 울지도 못하고 헉헉대기만 하지. 그때 석근이 혜정 앞을 가로막으믄서 말해.
“여보, 그만하오.”
“서방님!”
“당신 손으로는 안 되오. 이놈은 이미 제 죄에 제 혼이 빠지고 있소. 더 가면 당신도 돌아설 길이 막힐 거요.”
혜정은 이를 악물고 떨었어. 원망이야 왜 없겠노. 눈앞에 원수가 있는데. 하지만 석근이 말도 맞다 아이가. 여기서 혜정이 손을 대삐모, 혜정도 원귀가 되어 이승에 매이게 되는 기라. 혜정이 결국 얼굴을 감싸 쥐고 막 우는 거라. 얼마나 서럽게 우는지. 그 울음소리에 장서방은 더 미쳐버릴 것 같았어.
자기는 살아 있는 사람 앞에 앉아 있는데, 온 산중에 죽은 사람 울음이 퍼지는 거 아이가. 장서방이 벌떡 일어났지.
“귀신이다! 귀신이다아아!”
그라고는 뒤도 안 돌아보고 산길 아래로 냅다 뛰기 시작했지. 문제는 그놈이 덩치가 워낙 크고 급히 달아나다 보이 발밑을 못 본 기다. 장군바위 옆 비탈에 삐죽 솟은 돌부리에 발이 걸리더니, 우당탕탕탕!
몸이 통나무처럼 굴러 내려가는 거라. 바위에 한 번, 나무둥치에 또 한 번 부딪히고, 마지막에는 비탈 아래 큰 돌에 머리를 세게 박고는 축 늘어져삐더라꼬. 만복이가 놀라 아래를 내려다보니, 장서방이 몸을 겨우 뒤척이는데 눈은 이미 풀려 있었어. 입으로는 자꾸 헛소리만 해.
“오지 마라… 푸른 치마… 똑딱, 똑딱… 내 아니다… 내 아니다….”
팔 하나도 부러진 것 같고, 다리도 성하지 못한 모양이야. 그보다 더 큰일은 혼이 반쯤 나가삔 기라. 눈앞에 뭘 보고 있는지, 사람인지 귀신인지 구분도 못하는 얼굴이더라꼬.
만복은 그 모습을 한참 바라보다가 혜정과 석근 쪽을 돌아봤지. 혜정은 아직 울고 있었고, 석근은 그런 혜정 어깨를 조용히 감싸고 있었어. 바람이 잦아들자 사방도 조금 잠잠해졌지.
“똑딱, 똑딱” 소리도 인자 아주 멀리서 나는 것처럼 희미해졌지. 만복이 조심스레 입을 열어.
“인자… 우야면 좋겠심니꺼?”
석근이 만복을 향해 공손히 고개를 숙였지.
“이만하면 됐소. 사람 세상 일은 사람 손으로 마무리되어야지요.”
혜정도 눈물을 훔치며 고개를 끄덕였어.
“아저씨, 날이 밝거든 마을 사람들 불러주소. 저 사람 몸에서 우리 서방님 돈이며 물건도 나올 겁니다. 이제 숨길 수도 없을 겁니다.”
만복은 그 말을 듣고 지게끈을 다시 여몄지.
“알겠심더. 내가 내려가서 이바구하겠심더. 근데… 두 분은 우야실랍니꺼.”
혜정은 석근을 한 번 올려다보았고, 석근은 말없이 그 손을 꼭 잡았어.
“이제는 같이 가야죠.”
혜정이 그렇게 말하는데, 그 얼굴이 처음 만복이 봤던 그 한 맺힌 귀신 얼굴이 아니었지. 슬프긴 해도, 오래 찾던 사람을 결국 만난 사람 얼굴이더라꼬. 날이 어슴푸레 밝아올 즈음, 만복은 마을로 내려가 사람들을 불렀지. 나졸들도 다시 올라왔고, 마을 사람들도 따라왔는 기라.
장서방은 비탈 아래서 반쯤 넋 나간 채 발견됐는데, 왼손목의 붉은 염주는 아직도 차고 있었고, 허리춤에서는 석근의 돈주머니 자락이며 쇠끌 하나가 나왔지. 또 그놈 입에서는 정신 나간 소리로 같은 말만 되풀이되는 거라.
“돌창고에… 묶었지… 내가 묶었지… 똑딱, 똑딱… 푸른 치마가 왔다….”
이쯤 되이 누가 봐도 범행을 부인할 수 없었는 거라. 나졸들은 장서방을 묶어 끌고 갔고, 사람들은 금줄 안 시신을 수습해 정식으로 장사를 치라줐지. 만복은 사람들한테 간밤에 본 걸 다 말 안 했지. 허허, 누가 귀신 이야기까지 온전히 믿겠노. 그래도 할 말은 했는 기라.
“죽은 사람이 억울해서 잠을 못 자고 있었던 기다. 하늘도 보고 있었을 끼다.”
사람들은 그 말에 고개를 주억거렸지. 억울하게 죽은 사람 사연 앞에서는, 산 사람도 괜히 말이 적어지는 법이거든. 석근의 장례가 끝난 날 저녁, 만복은 돌확을 지고 다시 장군바위로 올라갔는 기라.
석근이 묻힌 자리에서 멀지 않은 양지바른 곳에 돌확을 가만히 내려놓았는데, 달이 다시 떠오를 무렵, 돌확 위로 연푸른 빛이 한 번 더 번지더마는, 혜정과 석근이 나란히 나타난다 아이가. 이번에는 전보다 훨씬 맑은 얼굴이었어.
“아저씨.”
혜정이 웃으믄서 만복이를 불렀지.
“그동안 참 고맙습니다.”
하고 목례를 하길래 석근이도 답례로 깊이 고개를 숙였지.
“우리 부부가 못다 한 인연을 잇게 해주셨소.”
“내가 머 대단한 거 했다고예. 누구라도 그런 사연 듣고는 안 나서줬겠심니꺼?”
혜정은 돌확을 한 번 쓰다듬었지.
“이 돌확은 우리 서방님 맘이 깃든 것이에요. 그래도 이제 더는 제가 여기에 얽매이지는 않을 겁니다.”
석근이는 이제 맺힌 한이 다 풀리는 느낌이 들었는 기라.
“이제 갑시다.”
혜정이 마지막으로 만복을 바라보며 말했지.
“이제 누가 ‘우리 서방님 못 보셨나요’ 하고 물으면, 봤다 하세요. 마침내 만났다 하세요.”
혜정이 귀신 그 말이 얼매나 짠하던지. 그랬는데 안 있나. 그 순간에 장군바위 뒤편 허공으로 은은한 빛길이 열리는 기라. 먼 데서 새 우는 소리 같기도 하고, 바람에 꽃잎 날리는 소리 같기도 한 게 들리는 기라.
혜정이하고 석근이는 두리 손을 꼭 맞잡고 그 길 위로 천천히 올라가는 기라. 그 모습이 얼매나 환상적이던지... 돌확에서는 안 있나, 마지막으로 푸른빛이 환하게 번지더니, 이내 잔잔한 돌빛으로 가라앉았다 아이가.
그라고 그날 이후로는 아무도 장군바위에서 “똑딱, 똑딱” 소리를 듣지 못했다 카더라.
장서방은 그 뒤 우찌 됐느냐꼬?
살긴 살았는데, 다리 하나를 절게 됐고 정신도 온전치 못했다 아이가. 밤만 되모 푸른 치마 입은 아낙이 자길 부른다 카고, 잠결마다 “내가 안 죽였다, 내는 그냥 돈만…” 중얼대며 벌벌 떨었다지.
결국 지 입으로 죄를 다 불어삐고, 그 죗값도 톡톡히 받았다 쿠더라. 사람들은 그걸 두고 장군바위 귀신이 혼을 빼갔다고 수군거렸고, 또 어떤 사람은 죄지은 놈이 제 죄에 짓눌린 것뿐이지 귀신은 무신 노무 귀신 하믄서 똑딱귀신이 있었다는 사실을 애써 부정하고 안 그랬나.
머가 맞는지는 모르지. 전설은 원래 보는 사람 맘에 따라 다르게 남는 거 아이겄나. 그라고 석근이 무덤 곁에 있는 그 돌확, 말이다, 한동안 장군바위 아래에 그대로 남아 있었는데, 새벽마다 이슬이 고이모 푸른빛이 감돌아 참 곱다 쿠더라꼬.
부부 사이 멀어진 사람이 그 앞에서 마음을 다잡으모 다시 정이 돌아온다는 말도 돌았고, 멀리 떠난 사람 무사하기를 비는 아낙들이 돌확 가장자리에 손을 얹고 빌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아이가.
그래서 사람들은 그 돌확을 두고 그냥 돌확이라 안 하고, ‘서방 찾던 돌확’ 그라고 ‘똑딱귀신 돌확’이라 불렀다 쿠더라. 자, 이래가꼬 ‘똑딱귀신’ 이바구가 끝이 났다. 이 이바구가 무슨 말 하려는지는 느그들도 알겠제?
귀신보다 더 무서운 건 사람 욕심이고, 한보다 더 질긴 건 사람 그리움이고, 죽어서도 같이 가는 건 미움이 아니라 끝내 놓지 못한 사랑이라는 기다.
그라고 느그들, 혹여 밤중에 고갯마루 넘다가 멀리서 “똑딱, 똑딱” 소리가 들린다고 캐도 너무 겁먹지는 마라. 그 소리는 사람 해치러 오는 소리가 아니라, 오래 헤어진 임을 찾던 마음이 마지막으로 울리던 소리였을지도 모르니께네. 알겄나?
그라모 인자 진짜 끝이다. 문단속 잘하고, 괜히 한밤중에 산길 돌아댕기지 말고, 다들 푹 자거라. 알겠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