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텔링)창녕 영산읍 '돌확'에 얽힌 똑딱 귀신의 사연
잘 있었더나? 오랜만이제? 인자 마 맨날 오랜만이다 보이 오랜만이라서 미안한 느낌도 안 든다 쿠이. 그래도 미안하다. 그동안에 이 할배가 마이 바빴다 아이가. 마, 구체적인 거 까지야 우예 말하겄노 마는, 참! 그라고 솔직히 7편으로 이어갈라꼬 맻 번이고 자판에 손을 올맀는데 안 있나... 괜히 이바구 설정에 욕심을 내는 바람에 좀 스토리 라인이 엉킨 것도 있고 그래가 좀 더 오래 걸린 탓도 있다. 마, 이리 솔직히 털어놓는다 내가. 우옜든 이바구 계속 이어가보께.
만복이 이 아재가 주막 앞을 서성이고 있는데, 이곳을 지나가고 고갯마루 장군바위 쪽으로 올라가는 나졸들 뒤를 멀찌감치 안 따라갔더나.
“창녕 김 대감 집 짓던 석수장이가 보름 전에 행방불명됐다” 쿠는 말을 듣고 난 뒤였으이, 나졸 여럿이 서둘러 산으로 향하는 기 ‘혹시?’ 하는 마음이 안 들었겠나.
그라고 말이다, 사람 맘이 참 희한한 기라. 원래는 “아이고, 남의 일에 내가 뭐 하러 끼어드노” 싶다가도, 사연을 다 듣고 나모 또 그리 안 되거든.
혜정이 밤마다 돌확 위에 떠올라가 “우리 서방님 못 보셨나요?” 하던 목소리가 귓전에 맴도는 통에, 만복이는 결국 돌확을 지게에 지고 고갯마루까지 와삔 기라.
고갯마루 올라서이, 나졸들이 장군바위 근처에서 우왕좌왕하고 있고 그라더마는 금줄을 치는 기라. 만복이도 마음 같애서는 현장에 가가꼬 시체를 확인하고 싶었지. 한데 그랄 수 있나? 잘못해가 나졸들한테 지가 범인으로 몰릴 수도 있으니까네 나졸들이 내려갈 때까지 기다리야지 밸 수 있겄나.
기다리는 거 진짜 시간 안 간다, 알제? 오후 반나절을 숲에 숨어 기다리는 만복이 맴이 어떻겄노? 아무리 기다리도 나졸들은 돌아갈 생각은 안 하제, 좀은 쑤씨제, 미치기 일보직전까지 갔는 기라.
해가 거의 저물 때가 돼서야 나졸 중에 한 명이 고개를 올라오더니 다른 나졸들에게 뭐라뭐라 하고 그라더마는 대여섯 나졸들이 고개를 내려가더란 말이지.
만복이는 나졸들이 한참 내려간 걸 확인하고 장군바위 쪽으로 안 갔더나. 가보이 나무팻말에는 큼지막하게 ‘출입금지’라 적혀 있고, 금줄 안쪽에는 시체 하나가 손발 묶인 채 반듯하게 누워있는 기라.
이상하다 아이가. 누군가 이 곳에서 지기삔 기라쿠모 시체가 흐트러지고 처참할 법도 한데, 누가 일부러 눕혀놓은 거 맹키로 얌전히 누워 있으니 그게 더 섬뜩한 기라.
나졸들도 가고 없고 밤은 점점 깊어가제, 사위가 고요해지니까네 어떻겄노? 인적 끊긴 산중, 그것도 밤중에 시체 옆에 홀로 남아 있는다는 게 어디 예사 일이겠노 이말이다.
만복이는 금줄에서 좀 떨어진 바위 뒤에다 돌확을 내려놓았는데 안 있나? 찬 기운이 골짜기에서 스멀스멀 기어올라오고, 저 멀리선 여우 우는 소리인지, 삵이 우는 소리인지 모를 음산한 울음도 들리는 기라.
달은 점점 차올라 보름달처럼 둥글게 산등성이 위에 걸렸고, 덕분에 사방은 훤한데 그 훤함이 또 을씨년스러운 기라.
“아이고 배야… 내가 와 여까지 와가 이 고생이고….”
우짜겄노? 돌확에서 혜정이 나와가꼬 저 시체가 지 서방인지 확인을 해 줘야지 한을 풀든지 말든지 할 거라서 무작정 기다리는 거 말고는 할 수 있는 기 없는 기라. 자정이 가까워졌을랑가?
“똑딱, 똑딱. 똑딱, 똑딱….”
그 소리가 들리는 기라. 처음 듣는 사람이라쿠모 사시나무 떨듯기 와들와들 떨면서 공포에 휩싸였을 낀데, 만복이는 오히려 그 소리가 반가웠는 기라. 그 소리, 몇 번이나 들었겠노. 혜정이가 나타날 적마다 어김없이 들리던 그 소리 아이가.
돌확 가장자리에서 연푸른 빛이 은은하게 번져나오더마는, 혜정의 모습이 물안개 맹키로 스르르 피어오르는 기라. 이내 형상이 또렷해짔는데, 알제? 혜정이 어떤 모습인지?
하늘색 치마저고리 자락이 달빛에 젖은 듯 흔들리고, 맨발은 땅에 닿지 않은 채 허공에 떠 있는 거? 인자 마 너무 익숙해서 놀랄 것도 없다 아이가?
혜정이는 만복을 볼 겨를도 없이 금줄 안쪽 시체 쪽으로 천천히 떠가더라꼬. 만복이도 따라갔지. 그라고 그 앞에 이르러 한참을 내려다보더니, 두 손으로 입을 막고 휘청하는 거라.
“서방님….”
그 한마디가 얼마나 처절했는지, 만복이도 눈시울이 촉촉해지는 기라. 몇 날 며칠, 아니 몇 달 몇 해를 그리 찾아 헤맨 사람을 눈앞에 두고도, 살아서 만난 게 아니라 저리 차디찬 주검으로 만났으이 오죽했겠노.
혜정이 그렇게 흐느끼고 있으니까네, 금줄 안 시체 위로 하얀 김 같은 기운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거 아이가. 처음엔 달무린가 싶었는데, 그기 점점 사람 형상을 이루는 거라. 뭔지 알겄제? 그렇게 해가 시신 위로 석근의 혼령이 일어난 거 아이가.
혜정은 쏟아지는 눈물을 닦을 겨를도 없이 떨리는 손으로 석근의 손을 붙잡는데, 아이고 그 장면 진짜 눈물 없이 볼 수 없는 드라마 아이가.
“서방님, 어쩌다 이리 되셨소?”
“여보….”
석근 목소리도 마른 바람 소리 같았지.
“내가 너무 늦었소.”
둘이 그렇게 한참을 말도 없이 서 있는 기라. 그래 이렇게 만났는데 무신 말이 필요하겄노. 그란데, 그란데 말이다. 말이 없어도 다 들리더라. 그렇게 만복이 두 귀신의 만남을 바라보고 있는데, 석근이 혼령이 만복을 스윽 돌아봐. 만복은 속으로 덜컹 겁이 났지. 와 안 그렇겠노? 오늘 처음 만나는 귀신인데. 그란데 석근이는 석근이대로 ‘저 양반이 나를 알아보네?’ 하면서 이상하게 생각했을 거 아이가.
그때 혜정이가 말해.
“저분은 나를 당신한테 안내해준 고마운 분이세요.”
그 말을 들은 석근이 혼령이 만복에게 목례를 해. 만복이도 목례를 하니까 둘이 포옹을 하면서 그 긴 세월의 그리움을 나누는 거지. 그것도 잠시, 혜정이 눈물을 훔치믄서 입을 떼더라꼬.
“누가 서방님을 이리 만들었소?”
그라니까 석근이 혼령이 한숨을 길게 내쉬고는 조용히 이바구를 푸는 기라.
“돌확을 거의 다 만들었을 때였소. 그날도 밤이 깊도록 망치를 쥐고 있었지. 똑딱, 똑딱 소리가 마을 끝까지 울렸을 거요. 당신 생각을 하면서 하나하나 깎아냈으니까.”
석근이 말을 듣던 혜정이 눈에서 또 눈물이 고여.
“그때 장 서방이 찾아왔소. 술 냄새를 풍기며 돈을 빌려달라 했소. 말이 빌려달라는 거지, 사실은 내놓으라 협박하는 거나 다름 없었소. 김 대감한테 받은 삯이며, 고향집 처분한 돈이 있다는 걸 알고 있었던 게요.”
“그래서요?”
“거절했소. 그랬더니 뒤에서 몽둥이로 내리쳤지. 내가 쓰러진 뒤에는 손발을 묶어 돌창고에 처박아두었다가, 다시 여기까지 끌고 와 버린 거요.”
만복이는 자기도 모르게 이를 악물었지.
“죽일 놈….”
석근은 들은 듯 못 들은 듯 말을 이었어.
“정신을 차렸을 때는 몸이 말을 안 들었소. 줄은 겨우 풀 수도 있었을지 모르나, 이미 살고 싶은 마음도 반쯤 꺾였지. 당신 생각만 났소. 당신 따라가고 싶다는 마음뿐이었소.”
혜정이 그 말을 듣고는 더욱 목이 메이는 기라.
“무슨 말이오, 그래도 살아 내려오셨어야죠….”
“근데 당신이 너무 보고 싶었소.”
진짜 사람 심장을 후벼파는 말 아이가. 만복이도 그 말을 들으이 짠해가꼬 눈물이 핑 도는 기라. 그때 혜정이 문득 고개를 들어 이리 말하는 기라.
“서방님, 그 장 서방 손목에 빨간 염주 안 차고 있었소?”
“그렇소. 일할 때도 늘 왼손목에 붉은 염주를 감고 있었지. 헌데 왜 묻소?”
“제가 돌확에서 빠져나오려던 그날… 누가 서방님을 들쳐업고 달아나는 걸 봤소. 달빛에 그 사람 왼손목 붉은 염주가 반짝였는데, 그게 자꾸 맘에 걸렸는데… 역시 그 사람이었군요….”
석근이 말과 혜정이 말을 종합해보믄 석근이를 죽인 범인은 왼손목에 붉은 염주를 한 놈이렷다. 만복은 그 사실을 계속 되뇌고 있는데, 누군가 이쪽으로 걸어오는 소리가 들려.
보통 사람이 산을 오를 때 나는 가벼운 걸음이 아이다. 몸집 크고 무거운 사람이 조심조심 디디는 소리다. 만복은 본능적으로 몸을 낮춰가꼬 바위 뒤로 더 바싹 숨었다 아이가.
혜정과 석근이도 소리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리고. 그라더마 잠시 뒤에 어둠을 등지고 사내 하나가 나타나는 기라. 어깨가 떡 벌어지고 육중한 덩치. 만복이 딱 보기에도 인상착의가 그 범인으로 보이는 장 서방이라는 사람이 틀림없는 기라.
그 사내는 금줄 앞에 딱 멈춰 서더마는 안쪽 시신을 한참 내려다보는 기라. 그라다가 누가 따라오지는 않았는지 사방을 살피더니, 금줄 아래 허리를 숙여 시신 손목이며 발목이며 살펴보는 거 아이겄나.
그 모습이 딱, 죽은 자를 애도하러 온 사람의 모습은 아닌 기라. 마치 자기가 저질러 놓은 일이 아직도 들키지 않았는지 확인하러 온 사람인 기지. 그때 달빛이 한 번 쏟아지듯 비쳤는데, 사내 왼손목에서 빨간 염주가 번쩍했지.
혜정이 입을 틀어막았어.
“저 사람….”
석근도 이를 악물며 말했지.
“맞소. 장 서방이오.”
만복은 심장이 쿵 내려앉는 걸 느낀 기지. 인자 확실해 짔다 아이가. 저 육중한 놈이 바로 장 서방이구나.
장 서방은 금줄 밖으로 물러나믄서 혼잣말로 중얼거리는 거 들어볼래?
“설마 되살아나는 거 아인가 걱정했는데, 그래, 그럴 리가 없는 거지.”
그 말 듣는 순간, 만복이 속에서 불이 확 올랐는데, 그래도 우야겄노. 이 상황에서 뛰쳐나갈 수는 없다 아이가. 괜히 모습을 드러내가꼬 되레 자기가 몽둥이 맞고 나뒹굴 수도 있으이 말이다.
근데 혜정이랑 석근은 이미 장 서방 바로 뒤에 와가꼬 서 있더라. 장 서방은 그걸 못 보고, 만복만 보고 있는 기라. 그 순간 만복이 번쩍 생각이 드는 거야.
‘그래, 니가 사람 말은 속여도 죽은 사람 말까지는 못 속이지.’
그리 맴을 묵고 만복이는 일부러 바위 뒤에서 천천히 걸어나왔지. 그랬더마는 장 서방이 기겁을 하고 뒤로 화들짝 나자빠지는 기라.
“누, 누꼬!”
장 서방이 화들짝 놀라는 바람에 만복이도 덩달아 화들짝 놀랐는데, 그래도 진정을 하고
“내? 내는 저 고개 너머 만복이란 사람인기라.”
“이 밤중에 요 와서 뭐 하는데?”
“그거는 내가 물어볼 말이다. 니는 이 밤중에 시체 곁에 와서 뭘 확인하고 있노?”
“아무 상관 없는 일이다. 길 가다 들른 기다.”
“길 가다?”
픽 웃는 만복이 얼굴 상상해봐라.
“길 가다가 손발 묶인 시체 손목을 뒤적이는 기 말이 된다꼬 생각하나?”
장 서방 눈빛이 날카롭게 변하는 거 직접 봤어야 하는 긴데.
“늙은이, 못 볼 걸 봤으면 그냥 모른 척 내려가라.”
양아치들이 괜히 사람 겁줄라꼬 쓰는 말 안있더나. 딱 그짝인 기라. 그란데, 만복이도 무슨 마음인지, 어디서 그런 용기가 생긴 긴지 딱 받아치는 기 딱 싸나인 기라.
“내가 모른 척할 수가 없는 기라.”
그라믄서 만복이 일부러 한 걸음 더 다가갔다 아이가. 그라고 장서방 얼굴을 똑바로 보믄서 아주 낮고 또렷하게 말하는 기라.
“니, 돌창고에 사람 묶어둔 적 있제?”
장서방 눈이 확 커짔겠제?
“머, 뭐라카노?”
“술 냄새 풍기며 밤중에 찾아가 돈 내놓으라 카고, 거절하니까네 몽둥이로 뒤통수 갈겼다 아이가, 니가!”
“……!”
“김 대감한테 받은 삯하고, 석근이 고향집 판 돈까지 다 챙겨묵은 거 누가 모를 줄 알고!”
“니가… 니가 그걸 우째 아노….”
장 서방 얼굴이 달빛 아래서 하얗게 질려가는 기라. 만복이 말은 멈추지 않았지. 오히려 더 차근차근, 마치 그 자리에서 다 보고 있었던 사람처럼 말하는 기라.
“몽둥이질 한 뒤에 손발 묶어가 돌창고에 처박아 두었제?”
“…….”
“그러고 다시 여기 장군바위까지 끌고 와 버렸다 아이가.”
“아, 아니다….”
“아니다?”
코웃음은 이럴 때 나오는 거 아이겄나. 만복이 코웃음을 흥하고 치믄서.
“니 왼손목에 빨간 염주. 달빛에 번쩍인 것도 봤다 카더라. 니가 들쳐업고 가던 그날 말이다.”
장 서방은 이 대목에서 진짜로 뒷걸음질을 치기 시작하는 기라. 입술이 달달 떨리고, 눈동자는 사방으로 튀고, 숨은 가빠지고. 사람이 자기하고 피해자만 아는 일을 제삼자가 줄줄이 말하면 우짤 것 같노? 더구나 이 밤중 시체 앞 산속에서 그라모 오금이 안 저리겠나.
“니… 니 누꼬….”
“내가 누군지는 중요하지 않다.”
만복이 장서방 바로 앞까지 다가섰지.
“중요한 거는, 니가 죽은 사람한테 들킨 기다.”
장 서방이 침 삼키는 거 들리는 거 같제?
“죽, 죽은 사람?”
“그래. 니가 마지막으로 본 그 사람 말이다. 밤마다 똑딱, 똑딱 돌 쪼던 그 사람. 네가 뒤통수 깨고 돈 뺏고 여기다 버린 그 사람.”
만복이 일부러 장 서방 어깨 너머 허공을 쳐다봤지. 마치 누군가 바로 거기 서 있는 듯이 말이다.
“니 뒤에 와 있다.”
그 한마디에 장 서방은 거의 비명을 지르며 돌아봤지. 오늘 요꺼정 하께. 다음 편이 마지막이다. 기대해라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