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계탕과 치킨에서 보이는 공룡의 흔적

무엇이 공룡을 공룡으로 만드는가



여러분 혹시 삼계탕 좋아하시나요? 삼계탕은 복날, 아니면 엄청 더운 날 먹으면 매우 맛있는 보양식입니다. 마늘과 양파, 생강, 인삼과 생닭을 오랜 시간동안 푹 삶아서 맛있는 국물이 우려져나온 삼계탕 한 그릇 뚝딱이면 무더운 여름도 견딜 수 있죠! 그리고 한국인의 소울 푸드라고 불리는 음식이 있죠. 치킨! 후라이드 치킨뿐 아니라 각종 양념 맛이 있는 치킨은 오늘도 많은 사람들의 배를 채우고 있을 겁니다 (참고로 전 간장양념파입니다.).


자 그런데 갑자기 삼계탕이나 치킨 이야기를 왜 하냐고요? 어느 날 삼계탕을 먹으면서 '다음에 혹 대중 강연을 할 일이 있으면 뭘 해볼까...?'하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그러다가 문득 닭뼈를 보니까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사람들은 잘 모르겠지만 닭도 공룡인 만큼 공룡의 특징이 보이니까 그것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면....?'. 그래서 이 주제를 가지고 대중에게 이야기를 해야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지금 이 주제를 가지고 대중 강연도 기획을 하고 있습니다 (단 내용은 많이 수정하였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대중 강연의 주제로도 준비하였던 주제인 삼계탕이나 치킨을 먹을 때 보이는 공룡의 특징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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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계탕. 출처- https://ko.wikipedia.org/wiki/%EC%82%BC%EA%B3%84%ED%83%95


1. V자 형태의 뼈

닭고기를 먹을 때 가장 먹기 힘든 부분이라면 가슴살 입니다. 이 부분은 질긴 가슴살이 단단히 뭉쳐져 있어서 먹기 쉽지 않죠. 왜 가슴쪽에 먹기 힘든 퍽퍽한 살이 많이 뭉쳐져 있냐면 바로 가슴 근육이 있기 때문입니다. 새의 가슴에는 새가 날개짓을 할때 강한 힘을 낼수 있도록 근육이 매우 단단하게 뭉쳐져 있습니다. 그런데 새의 가슴에는 이 단단한 가슴 근육이 부착되는 V자 형태의 뼈가 있습니다. 제가 예전글 에도 몇번 설명한적 있었던 창사골입니다. 이 창사골은 가슴 쪽에 있는 쇄골뼈가 융합되어서 만들어진 뼈입니다. 이 뼈에 새가 날개짓을 할때 사용되는 근육인 상오훼근이 부착되어 있습니다. 새가 하늘을 날 때 이 근육이 움직여서 날개를 움직이는 것이죠.


티라노사우루스의 창사골 모형과 닭 칠면조의 창사골 출처 직접 촬영..jpeg

티라노사우루스의 창사골 모형과 닭, 칠면조의 창사골. 출처- 직접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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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의 창사골. 출처- https://en.wikipedia.org/wiki/Furcula


이 창사골은 공룡에서도 관찰된 바가 있습니다. 여러 육식공룡이 이 창사골을 가지고 있었죠. 그중에는 티라노사우루스나 그 친척에서도 관찰된 바가 있습니다. 심지어 대략 2억년 전에 살았던 초창기 육식공룡인 코엘로피시스라는 공룡에서도 이 창사골이 관측된 사례가 있습니다. 즉, 창사골은 새의 진화사에서 상당히 초기에 등장하였다는 것을 증명하지요. 다만 공룡의 것과 새의 것이 차이가 있다면 공룡의 창사골은 새의 것보다 각도가 훨씬 더 넓다는 것이 있습니다. 다른 공룡의 창사골은 V자 보다는 U자에 더 가까운 형태를 하고 있지요. 그러나 새와 가까운 공룡의 계통, 그러니까 벨로키랍토르나 그 친척이 속한 마니랍토라 라는 분류군에서는 새의 것과 매우 유사한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새에 가까워질수록 모양이 바뀌었다는 것을 화석으로 알수 있는 것죠.


티라노사우루스(A), 알베르토사우루스(B), 다스플레토사우루스(C), 고르고사우루스(D,E)의 창사골, 출처- Nesbitt et al (2009)..png

티라노사우루스(A), 알베르토사우루스(B), 다스플레토사우루스(C), 고르고사우루스(D,E)의 창사골, 출처- Nesbitt et al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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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엘로피시스의 창사골. 출처- Rinehart et al (2007).


마니랍토라에 속한 공룡들의 창사골. A 시노르니토이데스 B 메이 C 부이트레랍토르 D 시노르니토사우루스 E 미크로랍토르 F 밤비랍토르. 출처 Nesbitt et al 2009.png

마니랍토라에 속한 공룡들의 창사골. A: 시노르니토이데스 B: 메이 C: 부이트레랍토르 D: 시노르니토사우루스 E: 미크로랍토르 F: 밤비랍토르. 출처- Nesbitt et al (2009).


2. 날개뼈에서 보이는 흔적


여러분은 닭날개를 먹는걸 좋아하시나요? 닭 날개는 먹기 쉬운 부위는 아닙니다. 여러 뼈가 있기 때문이죠. 닭 날개를 이루는 뼈중에는 상완골이라는 뼈가 있습니다. 이 뼈는 사람으로 치면 어깨에서 팔꿈치까지 부분을 이루는 뼈입니다. 당연히 공룡에게도, 새에게도 이 뼈가 있지요. 새의 상완골은 날개에서 가슴과 붙는 부분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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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의 상완골 위치. 출처- liubov


당연하겠지만 공룡 역시 이 상완골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공룡의 상완골에는 공룡의 특징을 보여주는 돌기가 있습니다. 공룡의 상완골 윗부분에는 삼각형에 가까운 모양의 튀어나온 돌기가 있습니다. 이 돌기는 삼각흉근(deltopectoral crest)이라고 불립니다. 공룡의 삼각흉근은 삼각형 형태에 길는 전체 상완골의 대략 38%정도 된다고 합니다. 이 돌기에는 오훼골위근(Supracoracoideus), 흉근(Pectoralis), 그리고 삼각근(Deltoideus)이라는 근육이 붙어있습니다. 이 근육들은 모두 팔 및 어깨의 움직임을 관장하는 근육들입니다. 앞에서 소개한 V자 형태의 뼈인 창사골과 함께 이 돌기는 새가 날개를 움직일 때 사용되는 근육이 부착되는 지점입니다. 즉, 새의 하늘을 날아다니는 능력을 가지기 위한 기본적인 신체 설계는 공룡에서부터 있었던 것이죠.


트리케라톱스의 골격 붉은색으로 표시한 부분이 삼각흉근이다 출처 직접 촬영..jpeg

트리케라톱스의 골격. 붉은색으로 표시한 부분이 삼각흉근이다. 출처- 직접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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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케라톱스의 근육. 붉은색으로 표시한 부분이 삼각흉근에 부착된 근육의 모습이다. 출처- https://sketchy-raptor.artstation.com/projects/LeDqav?album_id=354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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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라노사우루스의 팔뼈. 붉은색으로 표시한 부분이 삼각흉근이다. 출처- 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The_Right_Arm_of_SUE.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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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의 상완골. 붉은색으로 표시된 부분이 삼각흉근이다. 출처- http://www.boneid.net/product/domestic-chicken-gallus-gallus-humerus-view-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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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의 날개 근육 구조. 출처- 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Wing_Muscles,_color.svg


3. 다리뼈에서 보이는 흔적

닭다리는 치킨이나 삼계탕에서 매우 맛있는 부분입니다. 치킨에서 닭다리는 허벅지, 그러니까 윗다리입니다. 이 다리는 대퇴골(femur)이라고 부르는 뼈, 그리고 거기에 근육이 부착되어서 형태를 이루고 있습니다. 이 닭다에도 사실 공룡의 특징이 숨겨져 있습니다. 그 특징은 다리뼈와 골반이 만나는 부분에서 볼 수 있습니다. 공룡은 똑바로 일어서서 걸어 다니는 보행인 직립보행을 합니다. 이 직립보행을 하기 위해서 공룡의 대퇴골에는 툭 튀어나온 부분이 있습니다. 대퇴골이 골반에 제대로 장착되기 위해서 말이죠. 사지동물의 골반에는 다리뼈가 들어가는 부분에 흡반(acetabulum)이라는 구멍이 있습니다. 공룡의 경우에는 이 구멍이 완전히 뻥 뚫려 있습니다. 그리고 이 구멍에 맞게 쏙 들어가는 돌기인 대퇴골두(femoral head)라는 돌기가 있습니다. 즉, 이 돌기가 크게 툭 튀어나와 있는 것이죠, 이것도 공룡의 특징입니다. 그리고 닭에서도 고스란히 보이는 부분이기도 하죠.


파리 자연사 박물관에서 전시 중인 목긴공룡의 다리뼈.jpeg

파리 자연사 박물관에서 전시 중인 목긴공룡의 다리뼈. 붉은색으로 표시한 부분이 대퇴골두이다. 출처- 직접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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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의 다리뼈. 붉은 색으로 표시한 부분이 대퇴골두이다. 출처- http://www.boneid.net/product/domestic-chicken-young-fryer-femur-view-2/


자 이렇게 치킨이나 삼계탕에 있는 닭 뼈에서 보이는 공룡의 특징을 살펴보았습니다. 혹시 나중에 삼계탕이나 치킨을 먹을 기회가 있다면 닭 뼈를 버리기 전에 이런 특징들을 한번 찾아보는 건 어떨까요?


연구 및 자료 출처-

Nesbitt, S. J., Turner, A. H., Spaulding, M., Conrad, J. L., & Norell, M. A. (2009). The theropod furcula. Journal of Morphology, 270(7), 856-879.


Rinehart, L. F., Lucas, S. G., & Hunt, A. P. (2007). Furculae in the Late Triassic theropod dinosaur Coelophysis bauri. Paläontologische Zeitschrift, 81(2), 174-180.


Weishampel, D. B., Dodson, P., & Osmólska, H. (Eds.). (2004). The dinosauria. Univ of California Pre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