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스터리속 공룡의 모습-
영화 쥬라기공원 시리즈는 꽤 오랜 시간 동안 다양한 시리즈가 나온 작품이었습니다. 2001년에 개봉하였던 쥬라기공원 3편 이후로 14년 이후인 2015년에 다시 시작된 쥬라기월드에서는 혼종 공룡이라는 독특한 컨셉이 나오기도 했었습니다.
사실 다른 분들은 어떨지 모르겠으나, 전 개인적으로 혼종 공룡이 쥬라기월드 1편에서는 좀 신박하였으나, 후속작에서는 '굳이 꼭 낼 필요가 있었을까?'하는 의문점을 가졌습니다. 차라리 그보다는 기존에 등장하지 않은 독특한 고생물을 넣으면 더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였죠.
그러던 차에 2022년에 혼종 공룡이 등장하지 않는 새로운 영화가 개봉하였습니다. 쥬라기월드 도미니언이었습니다. 비록 영화 자체에는 호불호가 많이 갈리긴 하지만 개인적으로 이 영화에서 마음에 드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바로 이 영화에서는 기존 시리즈에서는 등장하지 않은 여러 고생물이 등장하였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자면 동굴에서 공포의 존재로 등장하였던 디메트로돈, 비행기 만한 거대한 크기의 익룡 케찰코아틀루스 등 여러 고생물이 등장하였다는 것입니다.
이 영화에서 등장한 공룡 중에서 매우 독특한 모습의 공룡이 하나 등장하였습니다. 긴 목에 긴 발톱을 가지고 있어서 그것을 휘두르면서 상대를 공격하는 공룡입니다. 이 공룡은 티라노사우루스 못지않은 거대한 몸집으로 영화 최후반부에서 극 중의 메인 악역을 담당하였던 공룡 기가노토사우루스와 싸우기도 하였습니다. 이 공룡의 이름은 테리지노사우루스입니다.
이 독특한 생김새의 공룡은 생긴 모습처럼 연구 역사도 여러 이야기가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테리지노사우루스의 연구사에 대해서 간략히 이야기 해겠습니다.
(1). 거북으로 판단되었던 독특한 공룡
영화에서는 굉장한 인상을 남겼던 공룡 테리지노사우루스. 그런데 이 공룡은 본래 공룡이 아니라 다른 동물로 여겨졌습니다. 테리지노사우루스라는 이름은 1954년에 소련의 과학자 예브게니 말레프(Evgeny Maleev)가 처음 명명한 이름이었습니다. 소련에서는 1918년부터 주기적으로 고비사막으로 화석 탐사를 하였습니다. 말레프 박사는 1948년에 진행되었던 몽골 화석탐사에서 발견된 화석을 연구한 결과를 발표하였습니다. 이 화석은 몽골 네메게트 계곡에서 발견되었습니다 (현재 네메게트층이라고 명명된 지층이 분포하는 지역입니다.). 당시 말레프 박사는 어떤 거북과 같은 모습으로 추정되는 파충류의 늑골로 추정되는 화석과 발톱, 그리고 손목뼈를 발견하였습니다.
이 화석들 중에서 늑골과 발톱은 매우 눈에 두드러지게 큰 크기였습니다. 특히 늑골의 경우에는 길이가 1미터가량의 거대한 길이였죠. 발톱 역시 거기에까지 미치지 않았지만 매우 큰 발톱이었습니다. 큰 발톱을 가지고 있었기에 말레프 박사는 이 발톱과 늑골의 주인이 거대한 발톱을 가졌다고 판단해서 큰 낫 도마뱀이라는 뜻의 테리지노사우루스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말레프 박사는 테리지노사우루스가 거북 중에서 바다거북에 가까운 친척이라 판단하기도 하였죠.
시간이 흘러 1970년이 되자 테리지노사우루스는 사실 거북이 아니라 공룡이라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습니다. 아나톨리 콘스탄티노비치 로즈데스트벤스키 (Anatoly Konstantinovich Rozhdestvensky)라는 소련의 고생물학자가 테리지노사우루스의 발톱과 늑골로 판단되었던 화석이 사실은 전부 다 발톱이라는 것을 알아낸 것이었습니다. 로즈데스트벤스키 박사는 테리지노사우루스의 발톱과 다른 육식공룡 (킬란타이사우루스, 알로사우루스, 알렉트로사우루스)의 발톱을 비교한 결과, 길이가 매우 길다는 것을 제외하면 형태는 전형적인 수각류 공룡의 발톱이라는 것을 알아내었습니다. 그래서 로즈데스트벤스키 박사는 테리지노사우루스가 수각류 공룡이었을 것이라고 결론 내렸습니다. 동시에 이 공룡이 개미를 잡아먹는 개미핥기와 같은 공룡이었으리라고 판단하였습니다. 거대한 발톱으로 개미나 흰개미 집을 파헤쳐서 개미를 먹었으리라 판단하였던 것이죠.
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의문점은 남아있었습니다. 거북이 아닌 공룡이라는 것 까지는 알게 되었지만 대체 어떤 모습의 공룡이었을까 하는 것이었죠. 공룡의 화석이라고 밝혀졌지만 여전히 테리지노사우루스의 화석이라고는 발톱뿐이었기 문입니다. 이는 오랜 시간 동안 미스터리였습니다. 이 미스터리는 테리지노사우루스가 아닌 다른 친척 공룡의 화석이 서서히 발견되면서 같이 실마리가 풀리게 되었습니다.
(2). 테리지노사우루스의 친척들
테리지노사우루스의 모습은 어떻게 유추해 낼 수 있었을까요? 현재는 테리지노사우루스의 친척으로 밝혀진 공룡들이 차례로 발견되면서 이 공룡의 모습을 점차 밝혀내게 되었습니다. 다만 본래 이 공룡들은 테리지노사우루스와 친척이 아니라 다른 계통에 속한 공룡이라고 해석되었습니다.
1979년에 중국 척추고생물 및 고인류 재단의 동지밍 박사는 남중국에 분포한 난시옹층(Nanxiong Formation)이라는 지층에서 난슁고사우루스(Nanshiungosaurus)라는 새로 발견된 공룡의 목뼈와 척추, 그리고 골반뼈를 발견하였습니다. 그러나 처음 발견될 당시에 이 공룡 목 긴 공룡이라고 판단 되었습니다. 그래서 테리지노사우루스와 가까운 공룡이라고는 생각되지 못하였습니다.
같은 해에 몽골의 고생물학자가 새로운 공룡을 학계에 발표하였습니다. 알탕게렐 펄(Altangerel Perle)이라는 몽골의 학자가 몽골 바얀시레층(Baynshire Formation)이라는 지층에서 세그노사우루스라고 하는 공룡을 학계에 보고하였습니다. 이 공룡은 아래턱과 목뼈, 불완전한 팔뼈와 불완전한 다리뼈, 불완전한 골반과 꼬리뼈 일부가 발견되었습니다.
비록 완벽한 형태는 아니긴 하지만, 세그노사우루스는 기존에는 발견된 사례가 없는 매우 독특한 형태의 공룡이었습니다. 길고 가느다란 아래턱에는 작고 톱니가 난 형태의 이빨이 촘촘하게 배열되어 있었습니다. 어깨가 융합된 앞다리는 매우 강력하게 잘 발달하여 있었습니다. 골반은 앞쪽이 길고 넓게 뻗은 반면에 뒤쪽은 짧은 편이었습니다. 이 공룡의 제일 독특한 특징이라면 땅을 밟는 발가락입니다. 대부분의 육식공룡은 세 개의 발가락(두 번째, 세 번째, 네 번째)으로 땅을 밟습니다. 그런데 세그노사우루스는 여기에 더해서 첫번째 발가락 까지 총 네 개의 발가락으로 땅에 닿았습니다. 이러한 독특한 특징으로 인해 펄 박사는 이 공룡이 기존에는 전혀 발견되지 않은 새로운 분류군에 속한 공룡이라고 판단하여서 세그노사우루스과(Segnosauridae)라는 분류군을 만들었습니다.
1980년에는 에를리코사우루스(Erlikosaurus)라는 공룡의 화석이 학계에 보고되었습니다. 이 공룡은 아래턱의 형태와 치열, 팔의 구조 및 목의 구조, 발의 구조에서 세그노사우루스와 유사한 점이 발견되었습니다. 그래서 이 공룡은 세그노사우루스과에 속하는 것으로 결론 내려졌습니다. 세그노사우루스와는 달리 이 공룡은 얼굴 화석도 발견되기도 하였습니다.
자 지금까지 이야기한 것을 보면 난슁고사우루스, 세그노사우루스, 에를리코사우루스라는 공룡들을 소개하였습니다. 앞서 이야기하였듯 본래 이 공룡들은 테리지노사우루스와는 전혀 관계가 없는 것으로 판단되었습니다. 그러나 점차 연구가 지속되면서 이 공룡들이 실은 테리지노사우루스와 깊은연관이 있다는 것이 밝혀지게 되었습니다. 이는 테리지노사우루스의 다른 신체 부위가 화석으로 발견되면서 알게 된 것입니다.
1976년에 몽골의 고생물학자 린첸 바스볼드 (Rinchen Barsbold)박사는 몽골 남부 고비사막에 있는 케르민 차브(Khermin Tzav)에서 어떤 공룡의 어깨와 팔 화석을 발견하였습니다. 당시 바스볼드 박사는 이 공룡의 화석을 테리지노사우루스의 것으 판단하였습니다.
1982년에 펄 박사는 바스볼드 박사가 테리지노사우루스의 어깨화석이 발견된 케르민 차브에서 공룡의 뒷다리 화석을 발견하여서 학계에 보고 하였습니다. 이 화석은 세그노사우루스의 것처럼 네 번째 발가락까지 땅에 닿는 형태였습니다. 하지만 세그노사우루스의 발가락과는 달리 측면으로 압축되어 있다는 차이점이 있었습니다. 따라서 펄 박사는 그 뒷다리 화석이 세그노사우루스와 친척관계이긴 하나, 세그노사우루스가 아닌 다른 공룡의 다리라고 결론 내렸습니다. 펄 박사는 이 다리뼈 화석이 테리지노사우루스와 같은 시대에 살았던 공룡이라는 점, 그리고 테리지노사우루스의 어깨 화석이 퇴적된 것과 거의 동시에 퇴적되었다는 점을 근거로 이 다리뼈가 테리지노사우루스의 다리뼈라고 결론 내렸습니다.
1990년에 폴란드의 고생물학자 테레사 마리안스카 (Teresa Maryańska)는 바스볼드 박사와의 공동연구에서 펄 박사가 보고한 공룡의 뒷다리 화석이 세그노사우루스류의 것이 맞으며 테리지노사우루스가 세그노사우루스류에 속한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즉, 앞서 소개한 세그노사우루스, 에를리코사우루스가 테리지노사우루스의 친척이라는 것이죠.
(3). 드디어 정리된 관계
1994년에 중국에서 새 공룡이 학계에 보고되면서 테리지노사우루스와 그 친척들의 관계가 확실히 정리되었습니다. 1994년에 미국의 고생물학자 데일 러셀 (Dale Russell) 박사와 동지밍 박사는 중국 내몽골에 있는 알샤 사막에 있는 바인 고비층(Bayin Gobi Formation)이라는 지층에서 새로운 공룡을 보고하면서 테리지노사우루스와 다른 공룡의 관계를 완전히 재정리하였습니다.
러셀 박사와 동지밍(Dong zhi ming) 박사는 알사사우루스라고하는 공룡을 학계에 보고하였습니다. 이 공룡은 전신의 상당수 부분이 발견되었습니다. 덕분에 어떤 공룡과 가까운 관계에 있는지는 알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정리를 해보니 이 공룡은 테리지노사우루스와 세그노사우루스와 공통점이 있다는 것이 보였다고 합니다. 견갑골이 매우 무겁고 머리가 작으며, 손목 및 손가락의 형태 에서도 전부 유사한 특징이 발견하였던 것이죠.
테리지노사우루스과와 세그노사우루스과에서 공통점이 발견면서 러셀 박사와 동지밍 박사는 기존의 세그노사우루스과와 테리지노사우루스과가 같은 분류군이라는 것으로 재정리하였습니다. 생물 분류학에서는 이런 경우에는 '선취권 우선 법칙' 즉 먼저 명명된 분류군 이름이 우선권을 얻는다는 규칙이 있습니다. 즉, 먼저 명명된 분류군 이름을 사용하고 나중에 명명된 이름은 사용되지 않는 것입니다. 테리지노사우루스과라는 학명은 1954년, 세그노사우루스과는 1979년에 명명되었습니다. 따라서 테리지노사우루스과가 먼저 붙여진 이름임으로 세그노사우루스과에 속한 모든 공룡은 다 테리지노사우루스과로 재분류 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앞서 소개한 난슁고사우루스와 에를리코사우루스도 세그노사우루스과의 특징이 전부 관찰되면서 테리지노사우루스과에 속한다는 것으로 결론이 났습니다. 그리고 그 덕분에 테리지노사우루스의 모습도 유추하게 되었습니다. 이 공룡은 작은 머리에 긴 목, 육중한 몸에 큰 앞발과 긴 발톱을 가지고 있었던 것입니다. 다른 친척 공룡들이 그런 모습을 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이렇게 정리가 되면서 테리지노사우루스는 그 모습을 우리에게 드러내었습니다. 맨 처음에는 거북으로 판단되었던 이 공룡은 거대한 발톱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그리고 1970년대에서 1990년대에 이르기까지 다른 친척 공룡들의 화석이 발견되고 또 테리지노사우루스의 다른 신체 부위의 화석이 발견되면서 점차 테리지노사우루스가 어떻게 생겼는지 실마리를 제공하는 단서들을 종합해서 정체를 알게 되었습니다.
지금까지 오랜 시간 동안 미스터리의 공룡이었지만 현재는 그 모습을 알게 된 공룡인 테리지노사우루스 및 그 친척의 연구사에 대해서 간략히 이야기하였습니다. 그런데 단순히 분류에 대한 이야기 이외에는 이 멋진 공룡들에 대해서 할 이야기가 없을까요? 과연 저 거대한 발톱은 테리지노사우루스가 수각류 공룡이라는 것을 처음 밝혀낸 로즈데스트벤스키 박사의 주장대로 개미를 먹을때 사용하였을까요? 다음 글에서는 이 공룡들의 생태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계속)
연구 및 자료 출처-
https://en.wikipedia.org/wiki/Timeline_of_therizinosaur_research
Barsbold, R. (1976). New data on Therizinosaurus (Therizinosauridae, Theropoda). In: Kramarenko, N. N.; Luvsandansan, B.; Voronin, Y. I.; Barsbold, R.; Rozhdestvensky, A. K.; Trofimov, B. A.; Reshetov, V. Y. (eds.). Paleontology and Biostratigraphy of Mongolia. The Joint Soviet-Mongolian Paleontological Expedition, Transactions. Moscow: Nauka Press. pp. 76−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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