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늘보의 선배?
나무늘보. 이 동물은 오늘날 나무 위에서 살아가는 이 귀여운 동물은 한가지 특징이 있습니다. 바로 긴 발톱입니다. 나무늘보의 긴 발톱은 이 동물이 매우 느리게 움직여도 나무에서 떨어지지 않도록 나무를 잘 붙잡는 역할을 합니다. 이런 발톱은 나무늘보의 먼 친척인 땅늘보라는 동물들도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 동물들은 나무늘보와는 달리 나무 위에서 살지는 않았지만 (애초에 몸집이 너무 커서 나무 위로 올라가는 거조차도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크고 긴 발톱은 나뭇가지 및 나뭇가지에 난 잎을 먹기 위해서 잡아당기는 역할을 하였을 것입니다.
나무늘보(좌)와 땅늘보 메가테리움(우). 출처- https://en.wikipedia.org/wiki/Sloth (나무늘보), https://en.wikipedia.org/wiki/Megatherium (메가테리움).
그런데 이 동물들이 지구상에 모습을 드러내기 전, 그러니까 공룡이 살던 시대에 땅늘보와 비슷한 삶을 살지 않았을까 여겨지는 공룡 분류군이 있습니다. 전편에서 소개하였던 테리지노사우루스와 그 친척들입니다. 이들은 가만 생각해 보면 땅늘보와 정말 유사합니다. 거대한 몸집, 두 발로 걸었다는 점, 크고 거대한 발톱...정말 유사합니다. 그렇다면 이 둘은 생김새만 비슷한 것이 아니라 실제로 생태도 비슷하였을까요?
(1). 테리지노사우루스류는 무엇을 먹었을까?
테리지노사우루스의 가장 눈에 띄는 거대한 발톱. 전편에서 소개하였듯 거대한 발톱이 거북의 늑골로 판단되었을 때도 발톱 자체는 매우 거대한 동물이라고 인식되었습니다. 그래서 테리지노사우루스의 거대한 발톱은 처음에는 해초류를 긁어모으는 용도로 판단되었습니다. 즉, 초창기부터 초식성으로 주장되었던 것입니다.
그렇다면 거북이 아니라 공룡이라는 것으로 판단되고 난 이후라는 것은 어떨까요? 현재 학계에서도 테리지노사우루스와 그 친척들은 초식성이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이 공룡들의 신체 구조가 딱 초식성이라는 것을 증명하기 때문입니다. 이 공룡들은 나뭇잎과 유사한 모양의 이빨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런 구조의 이빨은 초식성 공룡에서 보이는 특징 중 하나입니다. 거기에다가 골반의 형태에서도 초식성 공룡의 모습을 보입니다. 이 공룡의 골반은 측면으로 늘어나 있고, 동시에 골반을 이루는 뼈인 치골뼈가 후방으로 밀려 있습니다. 이런 모습은 주로 초식공룡에서 보이는 특징입니다. 단단한 식물의 섬유질을 소화하기 위해서 다란 장을 가지고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테리지노사우루스의 친척 중 하나인 팔카리우스의 이빨. 출처- https://en.wikipedia.org/wiki/Falcarius
그래서 테리지노사우루스 및 그 친척은 초식공룡이라는 점은 분명한 것으로 보입니다. 진짜 땅늘보랑 엄청 일치한 부분이 많은 것이죠. 자 그렇다면, 대체 테리지노사우루스이 저 거대한 발톱은 어디에 쓰였던 것일까요? 일단 사냥용은 분명 아닙니다. 그러면 무슨 용도 였을까요?
(2). 먹이를 먹을때 발톱을 사용하였을까?
앞서 이야기 하였듯 테리지노사우루스의 발톱을 처음 발견하였던 말레예프 박사는 이 발톱이 해초류나 수생식물을 긁어모으는데 사용되었을 것이라고 판단하였습니다. 본래 거북과 비슷한 생물이라고 판단하였을때였죠. 물론 실제 테리지노사우루스는 바다나 강, 호수에서 살지는 않았기에 해초류나 수생식물을 먹지는 않았을 것압니다. 그 외에도 전편에서 이야기하였듯 테리지노사우루스가 공룡이라는 것을 처음 밝혀낸 로즈데스트벤스키 박사는 이 발톱이 흰개미 둥지를 파괴하거나 아니면 땅을 파는데 사용되는 것이 아니었을까 판단하였습니다.
그렇다면 현재 학계에서는 테리지노사우루스 및 그 친척의 발톱 용도에 대해서 어떤 주장이 제기되었을까요? 테리지노사우루스류의 발톱은 생김새에 따라 차이가 있습니다. 알샤사우루스나 에를리안사우루스와 같은 초창기 테리지노사우루스의 친척은 발톱이 짧고 두꺼운 반면에 후에 등장한 테리지노사우루스는 길고 휘어졌으며 덜 두꺼운 형태를 하고 있었습니다. 이런 차이점은 이 공룡들이 발톱을 다른 용도로 사용하였다는 것을 뜻합니다.
테리지노사우루스 발톱. 길고 두께가 얇다. 출처- https://en.wikipedia.org/wiki/Therizinosaurus
이러한 차이점은 비록 발톱이 크고 거대하다고 해도 쓰임새에서 차이가 있다는 점을 뜻합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2014년에 영국 브리스톨대학교의 스테판 라우텐슐라거(Stephan Lautenschlager)연구원-현재 버밍엄 대학교 소속-이 발표된 연구에 의하면 알샤사우루스와 에를리안사우루스의 발톱은 땅을 파기에 적합한 반면 테리지노사우루스의 발톱은 땅을 파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합니다. 알샤사우루스와 에를리안사우루스의 발톱 형태가 마치 오늘날 나무를 기어오르거나 땅에 굴을 파거나 하는 동물과 유사하였기 때문입니다. 몸길이 4미터에 400킬로그램 정도인 알샤사우루스의 몸집을 볼 때 나무늘보처럼 나무를 기어오르긴 어려웠겠죠. 하지만 땅을 파고 그 속에 숨어있는 먹이를 먹기에는 적합하였을 것입니다. 실제로 이 공룡들의 발톱 형태는 오늘날 땅에 굴을 파는 포유류와도 유사하였다고 합니다.
그 반면에 테리지노사우루스의 긴 발톱은 땅을 팔 경우엔 발톱이 버티기 어려울 정도의 강한 힘이 작용하여서 땅을 팔 수 없었을 것이라고 합니다. 발톱의 형태도 땅에 굴을 파는 포유류와는 그다지 유사하지 않기도 하였고 말이죠. 그렇다면 저 길다란 발톱은 그저 장식이었을까요? 그렇지는 않다고 합니다. 이들의 앞발 구조는 타조공룡이라고 불리는 오르니토미무스류와 유사하다고 합니다. 이 공룡들은 앞발을 갈고리와 유사하게 사용해서 먹이를 잡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앞발의 구조가 유사한 테리지노사우루스 역시 앞발을 먹이를 집는데 사용하였던 것으로 보인다고 합니다. 길게 자라난 발톱은 이 공룡의 머리가 닿지 않는 지점에 있는 초목을 잡기 적합하였던 것이죠.
자 그러면 다시 처음 질문으로 돌아가보겠습니다. 과연 테리지노사우루스류는 땅늘보와 비슷한 공룡이었을까요?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만 보자면 그렇다고 볼수 있습니다. 이들은 땅늘보처럼 큰 몸집의 공룡이었습니다. 또한 땅늘보처럼 큰 발톱을 가지고 있었죠. 그리고 둘다 초식성 동물이었습니다. 둘다 큰 발톱을 이용해서 나뭇가지나 나뭇잎을 끌어모으며 먹고 살았던 것으로 보이는 공통점이 있었던 것이죠.
(3). 기다란 발톱은 왜 생겼던 것일까?
2023년에 테리지노사우루스과의 발톱에 대한 새로운 연구가 발표되었습니다. 영국 브리스톨 대학교의 진자천 박사와 공동연구진이 수행한 이 연구에 의하면 초창기 테리지노사우루스류와 후기 테리지노사우루스류의 발톱은 용도의 차이가 매우 뚜렷하게 난다고 합니다.
초창기 테리지노사우루스류는 몸길이 4미터에 발톱이 크지만 길지는 않았습니다. 그 반면에 후에 등장한 테리지노사우루스 같은 경우는 몸길이 10미터 이상에 발톱이 매우 길었습니다. 즉, 초창기 테리지노사우루스류와 테리지노사우루스는 발톱의 형태와 몸집의 크기라는 차이점이 있습니다. 연구진은 발톱의 용도를 알아내기 위해서 발톱이 외부에서 전달되는 힘에 얼마나 잘 버티나를 분석하였습니다. 분석 결과 초창기 테리지노사우루스류의 발톱은 길이가 짧고 너비도 두꺼웠기에 발톱에 가해지는 힘에 버티기 충분하였습니다. 따라서 발톱을 여러 용도로 사용하기 적합하였던 것으로 보입니다. 땅을 판다거나 나뭇가지를 모은다거나 하는 용도로 말이죠. 그런데 테리지노사우루스의 경우엔 달랐습니다. 이들의 발톱은 길이는 길지만 너비는 좁았습니다. 따라서 발톱의 내구성이 훨씬 약해졌다고 합니다. 진자천 박사와 연구진은 이 발톱이 많은 용도로 쓰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결론 내렸습니다. 발톱의 내구성이 약하기 때문에 쉽게 부러질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아마 이 발톱은 많은 용도로 사용되기는 어려웠을겁니다.
만일 용도가 많지 않다면 이 공룡은 왜 기다란 발톱을 가지고 있었을까요? 진자천 박사와 연구진은 발톱이 길어진 이유를 몸집이 커지면서 진화하였던 것이라고 결론 내렸습니다. 몸집이 커질수록 발톱이 같이 커졌다는 것입니다. 초창기 테리지노사우루스류의 몸집은 후기에 등장한 테리지노사우루스류의 몸집보다 훨씬 더 작았습니다. 예를 들어 알샤사우루스의 경우에는 몸길이 4미터쯤에 체중도 400킬로그램 정도인 것으로 측정되었습니다. 그 반면에 테리지노사우루스는 몸길이가 10미터에 체중도 3톤 정도로 측정된다고 하네요. 즉, 테리지노사우루스류는 진화하서 몸집이 점점 커지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몸집이 커지게 되면서 발톱의 크기도 같이 커지게 되었다는 것이 진자천 박사와 연구진의 결론입니다. 그러니까 발톱이 어떤 특별한 용도가 있어서 커지게 진화하였다기보다는 그냥 몸집이 커지면서 발톱도 같이 커졌다는 것입니다.
테리지노사우루스는 영화나 대중매체 속에서 발톱을 강력한 무기로 사용하는 모습이 자주 등장합니다. 가령 예를 들자면 쥬라기월드 도미니언에서는 기가노토사우루스와 싸울 때 발톱을 일종의 무기로 사용하면서 할퀴거나 심지어 꿰뚫는 장면이 나오기도 하였죠. 그러나 여러 연구에서 나온 결론으로 볼때 테리지노사우루스의 길다란 발톱은 최소한 그런 용도로 사용되기는 어려웠을 것입니다. 발톱에 실질적인 용도가 있었던 초창기 테리지노사우루스류들의 경우에도 발톱을 꿰뚫거나 할퀴기보다는 주로 먹이인 나뭇가지나 나뭇잎을 모으거나 아니면 땅을 파는 용도로 사용하였던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초창기 테리지노사우루스류는 이 글의 서문에서 언급하였던 땅늘보와 매우 유사하였을 것입니다.
테리지노사우루스류는 굉장히 성공적으로 번성한 공룡이었습니다. 이들은 아시아, 북미에서 널리 번성하며 살았습니다. 종류도 매우 다양하였죠. 과연 이 공룡들에 대해서 앞으로 또 어떤 연구가 발표될지 기대가 됩니다.
연구 및 자료 출처-
Lautenschlager, S. (2014). Morphological and functional diversity in therizinosaur claws and the implications for theropod claw evolution. Proceedings of the Royal Society B: Biological Sciences, 281(1785), 20140497.
Qin, Z., Liao, C. C., Benton, M. J., & Rayfield, E. J. (2023). Functional space analyses reveal the function and evolution of the most bizarre theropod manual unguals. Communications Biology, 6(1), 1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