콥토클라바 스피노사 - 13년만에 붙은 이름 -
예전에 콥토클라바라는 곤충을 소개한 적이 있었습니다 (https://brunch.co.kr/@dinos20000/9). 이 곤충화석은 진주층이라고 불리는 우리나라 남부지역에 분포한 1억 년 전에 만들어진 퇴적층에서 매우 흔하게 발견됩니다. 이 곤충의 화석은 우리나라의 여러 자연사 박물관에서 전시되고 있습니다. 대부분 유충의 화석이 전시되고 있지요. 그래서 대부분의 박물관에서 딱정벌레 유충이라고 설명하는 설명판을 놓고 전시하고 있습니다.
지난번에 쓴 글에서 이야기하였듯 콥토클라바는 1928년에 중국에서 처음 보고되었습니다. 그리고 러시아, 몽골에서도 화석이 발견되었죠. 현재 이들은 모두 다 콥토클라바 롱기포다(Coproclava longipoda)라는 종으로 분류되었습니다. 그런데 독특한 것은 우리나라에서 발견되는 콥토클라바입니다. 정확히는 우리나라의 진주층에서 발견된 콥토클라바이죠.
콥토클라바 유충의 화석. 출처- https://ko.wikipedia.org/wiki/%EC%BD%A5%ED%86%A0%ED%81%B4%EB%9D%BC%EB%B0%94
진주층에서 콥토클라바의 화석은 2013년에 처음 보고되었습니다. 극지연구소의 박태윤 박사님과 김영환 박사님, 당시 대전과학고등학교의 교사로 재직 중이셨던 남기수 교수님 (현재 공주교육대학교의 교수)의 공동연구에서 처음 다루어졌었죠. 하지만, 이 연구는 곤충을 자세히 연구하고 분석한 연구가 아닌 간단하게 다루는 선행 연구였습니다. 그래서 우리나라 진주층에서 콥토클라바의 화석이 발견 되었다라는 내용만 간단하게 다루어졌죠. 그러니까 콥토클라바가 맞는 걸로 보이지만 종은 확실히 결론 내려진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이 연구에서 콥토클라바의 종류도 콥토클라바 sp.(Coptoclava sp.)라고 다루어졌죠. sp.란 정확한 종이 불분명한 생물에게 붙여지는 이름입니다. 이는 콥토클라바가 맞는데 정확한 종은 알 수 없다라는 것을 뜻합니다.
이 상태로 13년이 지나도록 아무도 진주층의 콥토클라바에 대해서 연구를 하지 않았습니다. 더군다나 콥토클라바의 친척중에 생김새가 비슷한 다른 곤충도 있기에 진주층에서 발견된것이 정말로 콥토클라바가 맞다고 결론 지으려면 콥토클라바의 해부학적 특징이 관찰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2013년에 나온 연구에서는 그 부분이 상세히 다루어지지는 않았습니다.
2026년 1월 21일에 저, 그리고 프랑스 국립 자연사 박물관의 안드레 넬 박사님, 공주교육대학교의 남기수 교수님의 공동연구가 발표되었습니다. 이 연구에서 진주층의 콥토클라바에게 신종이라는 이름을 붙여주었습니다. 마침내 진주층의 콥토클라바가 이름이 붙여진 것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콥토클라바의 화석을 연구하던 과정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겠습니다.
(1). 본래는 콥토클라바가 아닐뻔 하였다!
저는 현재 해외의 학자들과 함께 화석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2021년부터 지금까지 계속 진행하고 있지요. 2024년에 우리나라에서 발견된 바퀴벌레의 친척 화석에 대한 연구를 진행할때 였습니다 (보러 가기). 그때 넬 박사님꼐서 '이거 혹시 바퀴벌레 친척의 날개 화석 아닐까?'하고 이야기하셨던 것 중에서 날개 화석이 하나 있었습니다. 이 날개 화석은 매우 길쭉하고 날개 바깥쪽 경계에 톱날 형태의 돌기가 가득하였습니다. 넬 박사님은 이 표본에 한국을 뜻하는 korea에 날개를 뜻하는 elytron을 합해서 코레아엘리트론 스피노수스(Koreaelytron spinosus)라는 이름을 붙이자고 하셨습니다.
넬 박사님꼐서 코레아엘리트론 스피노수스라고 명명하자고 제안하신 표본. 출처- 직접 촬영.
하지만 남기수 교수님께서 보시고 '이건 내가 보기엔 콥토클라바의 날개 같은데?'라고 이야기하셨습니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넬 박사님께 말씀드리니 박사님께서도 동의하셨습니다. 그래서 이 표본은 최종적으로 바퀴벌레 친척의 화석을 연구할 때 제외되었습니다.
하지만 전 아직 석연치 않았습니다. 콥토클라바는 날개만 발견된 곤충이 아닙니다. 전신이 온전히 발견되었죠.따라서 날개만 보고 콥토클라바가 맞다고 섣불리 단정 짓기는 어렵다고 생하였습니다. 즉, 콥토클라바의 전신 화석에서 저 날개에 보이는 특징이 동일하게 보여야 한다는 뜻입니다. 이것을 만족하지 않는 이상에는 저 화석이 콥토클라바가 맞다고 결론 내리기 어렵다고 생각했었죠. 하지만 아쉽게도 제가 연구 중인 표본에는 콥토클라바의 전신이 보존된 표본이 없었습니다. 따라서 이걸 연구하기 위해서는 콥토클라바의 전신이 보존된 표본이 필요한 상황이었습니다.
(2). 콥토클라바가 맞다고 결론을 내리다.
2024년 6월 7일 저는 강원도 정선으로 로드자전거를 타러 갔었습니다. 자전거 의류기업에서 주최한 자전거 라이딩 행사가 있어서 타러 갔었죠. 아침 9시에 강원도에서 시작되는 일정이다 보니 새벽에 나가야 했었습니다. 이날 새벽에 나가려던 차에 문득 콥토클라바의 성충을 관찰하는 게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2018년에 발표된 중국 산둥반도에 있는 라이양층(Laiyang Formation)에서 발견된 콥토클라바의 성충 화석을 다룬 논문을 가져갔었죠. 혹시나 시간 나면 읽어나 봐야지..하는 생각을 하면서 말이죠.
강원도에서 라이딩을 마치고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 가져온 논문을 읽어 보다가 '지금 나한테 있는 건 콥토클라바의 날개 뿐이라...중국에서 발견된 표본이랑 비교를 하려면 전신이 보존된게 필요한데....'하는 생각했었죠.
그러다가 문득 떠오른 것이 2013년에 발표된 콥토클라바를 처음 다룬 논문이었습니다. 이 논문에서는 전신이 나름 잘 보존된 표본이 사진으로 실려있었습니다. 처음엔 '에이 스마트폰 화면으로는 확대해 봐야 잘 안 보일 텐데'라고 생각했었죠. 그러다가 '아니다. 확인이라도 해보자.'하는 생각으로 대한지질학회 사이트에서 논문을 다운받아서 논문에 실린 사진을 비교해 보았습니다.
그런데 비교를 해본 결과 앞서 소개한 톱날 형태의 구조물이 2013년에 발표된 논문에 실린 표본의 사진에서도 보인다는 것을 알아내었습니다. 즉, 앞서 소개한 콥토클라바의 날개로 추정된 화석에서 보이는 톱날 형태의 구조물이 전신이 보존된 콥토클라바의 표본에서 동일하게 관찰된 것입니다! '아 그러면 진주층의 콥토클라바가 진짜 콥토클라바가 맞다고 결론 내리면 끝나는 건데?'하고 두 논문을 다시 읽어보면서 중국에서 발견된 콥토클라바와 진주층에서 발견된 콥토클라바의 형태를 비교하였습니다. 그 결과 날개의 형태는 다르지만, 그 부분을 제외하면 콥토클라바의 특징이 진주층의 콥토클라바에서도 동일하게 관찰되었습니다. 그렇게 진주층에서 발견된 곤충은 콥토클라바가 맞고, 신종이 분명하다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옆에 계시던 분이 지금 논문 읽으시냐고 물어보시기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보다 더 확실히 하기 위해서는 화석을 직접 볼 필요가 있었습니다. 서울로 돌아온 이후로 남기수 교수님께 연락드려서 공주교육대학교에서 보관 중인 콥토클라바의 표본을 사진을 찍어가며 관찰한 결과 제가 생각한 결론이 맞다는 것을 다시 확인하였죠. 그렇게 논문으로 정리해서 넬 박사님께 보내드리니 박사님께서도 동의하셨습니다.
지금까지 과정은 이렇게 정리될 수 있습니다. 1. 진주층의 곤충 날개 화석 중에서 하나를 새로운 종류의 곤충 화석으로 명명하려 하였다, 2. 그런데 그 날개는 사실 기존에 보고된 곤충의 날개로 추정되는 것이었다, 3. 그렇다면 기존에 보고된 곤충의 것과 비교를 해보면 되는데, 아쉽게도 비교할 부분이 없었다, 4. 혹시나 해서 다른 표본들을 더 살펴본 결과 기존에 보고된 곤충과 같은 종류이나, 종은 다르다는 것이 맞다. 즉, 신종이 맞다.
그렇게 모든 것을 정리한 다음 기존에 넬 박사님꼐서 처음 붙이고자 하였던 학명인 코레아엘리트론 스피노수스라는 이름을 좀 바꾸어서 콥토클라바 스피노사(C. spinosa)라는 학명을 붙이게 되었습니다. 그 결과를 HIstorical Biology라는 저널에 싣게 되었습니다.
날개화석이 콥토클라바의 날개가 맞다고 결론 내린 계기가 된 콥토클라바의 표본 사진. 출처- 박태윤 et al (2013).
(3). 진주층의 콥토클라바는 어떤 특징이 있을까?
자 그러면 진주층의 콥토클라바는 어떤 특징이 있을까요? 이 곤충의 가장 큰 특징은 날개에 있습니다. 기존에 발견된 콥토클라바는 날개의 경계면이 매우 매끄럽습니다. 그 반면에 진주층에서 발견된 콥토클라바는 날개 경계면에 톱날과 비슷한 구조가 관찰되었습니다. 이런 톱날과 비슷한 구조는 날개의 바깥쪽 경계의 절반 정도의 위치에서부터 날개 끝까지 주욱 존재하였습니다. 그리고 이 곤충의 날개 끝이 S자와 비슷하게 살짝 휘어져 있습니다. 그리고 날개에는 세로의 주름형태가 있었죠. 왜 진주층의 콥토클라바가 이런 특징을 가졌는지는 아직 분명하지 않습니다. 다만 분명한 것은 기존에 중국과 러시아, 몽골에서 발견된 콥토클라바 롱기포다종과는 분명히 다른 특징이라는 것입니다.
진주층의 콥토클라바의 전신화석에서 보이는 톱날 형태 구조. 출처- Lee et al (2026).
진주층의 콥토클라바의 날개화석에서 보이는 톱날 형태 구조. 출처- Lee et al (2026).
중국 라이양층에서 발견된 콥토클라바 롱기포다종의 화석. 날개에 톱날 형태 구조가 없다. 출처- Zhao et al (2018).
이렇게 진주층의 콥토클라바의 분류에 대한 연구를 마침내 끝내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아직 풀리지 않은 의문은 남아있습니다. 과연 이 곤충의 톱날 형태 구조는 무엇을 위한 것이었을까요? 그리고 과연 콥토클라바는 단 두 종만 있었을까요? 아니면 또 다른 종이 어딘가에서 발견되지 않고 남아있을까요? 앞으로도 계속 살펴볼 것이 많은 곤충입니다.
참고 문헌
박태윤, 김영환, & 남기수. (2013). 전기 백악기 진주층에서 산출되는 Coptoclava 속의 수서딱정벌레 화석에 대한 예비연구. 지질학회지, 617-624.
Lee, S.-B.; Nel, A.; Nam, G.-S. (2026). "A new species of the genus Coptoclava Ping, 1928 (Coleoptera: Coptoclavidae) from the Early Cretaceous Jinju Formation, Republic of Korea". Historical Biology: An International Journal of Paleobiology. doi:10.1080/08912963.2026.2616315
Zhao, X., Zhao, X., Jarzembowski, E. A., Chen, L., & Wang, B. (2018). First record of adult Coptoclava longipoda Ping (Coleoptera: Coptoclavidae) from the lower cretaceous of Laiyang, China. Cretaceous Research, 92, 205-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