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석은 과거에 살았던 생물의 흔적입니다. 우리는 화석을 통해서 많은 것을 배웁니다. 우리는 화석을 통해서 과거에 어떤 생물이 살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통해서 과거 지층이 어떤 환경에서 만들어졌는지 알 수 있습니다 (물론 이것은 화석 이외에도 암석의 종류 및 퇴적 구조를 통해서 교차검증도 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지층이 어느 시대에서 만들어졌는가를 알수 있지요. 가령 예를 들자면 만약 어떤 지층에서 A라는 생물의 화석이 발견되었다고 가정해 봅시다. 그리고 이 화석이 발견된 지층은 대략 4천만 년 전에서 2천만 년 사이에 만들어진 지층인 것으로 연대측정이 되었다고 해보죠. 그러면 이 화석이 발견된 다른 지층의 연대도 대략 그 시대에 만들어진 지층이라고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화석은 일종의 연대측정의 요소 중 하나로 사용되기도 합니다. 이게 가능한 이유는 보통 생물은 특정 시기에만 살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서 티라노사우루스라는 공룡은 백악기 말에만 살았던 공룡이기에 어떤 지층에서 이 공룡의 화석이 발견된다면 그 지층은 백악기 말에 만들어진 지층이라고 볼수 있습니다 (단 실제로 화석을 통한 지층의 연대를 측정하는 연구에서는 공룡보다는 플랑크톤이나 미화석을 통해서 주로 이루어집니다.).
암모나이트는 공룡과 함께 중생대라는 시대를 대표하는 생물입니다. 오늘날 오징어나 문어와 같은 두족류에 속한 이 동물들은 공룡시대라고 불리는 중생대가 시작되었을 때 나타나서 공룡이 멸종한 시기에 같이 멸종하였습니다. 그런데 간혹 몇몇 화석기록을 보면 이 사례에 맞지 않는 경우도 보이기도 합니다. 그러니까 암모나이트의 화석이 중생대 이후에 만들어진 지층에서 발견되기도 한다는 것이죠. 이에 따라 최소한 일부 암모나이트들은 공룡 대멸종 이후에도 약간의 시간동안은 더 오래 살아남지 않았었을까 하는 이야기가 학계에서 제기되기도 하였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그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암모나이트의 화석. 출처- https://www.nhm.ac.uk/discover/what-is-an-ammonite.html
(1). 공룡 대멸종 이후에 만들어진 지층에서 발견된 암모나이트 화석
공룡 대멸종 이후 시기에 살았던 암모나이트의 화석에 대한 이야기는 1996년에 처음 학계에 보고되었습니다. 네덜란드에 있는 브리예 대학교(Vrije Universiteit Amsterdam)의 얀 스미트 (Jan Smit)교수와 위트레흐트 대학교(Utrecht University)의 행크 브링크하이스(Henk Brinkhuis)교수는 네덜란드에 위치한 마스트리히트층(Maastricht Formation)과 하우텀층(Houthem Formation)이라는 지층의 경계면을 연구한 연구 결과를 발표하였습니다. 이 연구 지역에는 공룡 대멸종 시기인 백악기 말기에서 공룡시대 이후인 신생대 팔레오세 극초기 시기에 지층이 연속으로 쌓여있습니다. 공룡 대멸종 시기 당시의 지층이 마스트리히트 층, 그리고 그 이후 시기인 신생대 시기 지층이 하우텀층인 것이죠. 두 지층은 바다 환경에서 만들어진 지층입니다. 좀 더 자세히 이야기해 보자면 마스트리히트층은 산호초가 있는 연안에서 외해환경, 하우텀층은 조간대에서 연안 환경이지요.
재미있는 건 여기에서 발견된 암모나이트의 화석입니다. 일단 시기가 시기인 만큼 암모나이트의 화석이 발견되는 거 자체는 이상할 것이 아닙니다. 그런데 이 연구에서는 암모나이트의 화석이 마스트리히트층과 하우텀층 경계면보다 더 이후의 층에서 발견된 것입니다. 즉, 공룡 대멸종 이후 시기의 지층에서 암모나이트의 화석이 발견된 것입니다! 연구진은 이 연구에서 암모나이트뿐 아니라 중생대의 마지막 시기인 백악기 말기에 살았던 해양 플랑크톤의 화석도 하우텀층에서 찾아내었습니다. 즉, 공룡 대멸종 당시 암모나이트뿐 아니라 일부 해양 플랑크톤들도 살아남았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죠.
이렇게 신생대 극초반부 시기에 만들어진 지층에서 발견된 암모나이트의 화석은 네덜란드 이외의 지역에서도 보고되었습니다. 2012년에 미국 뉴저지에 있는 틴톤층(Tinton Formation)이라는 지층에서 총 8종의 암모나이트의 화석이 발견되었습니다. 이 지층은 중생대 마지막 시기에서 중생대대 이후 시대까지 만들어진 지층입니다. 그리고 암모나이트의 화석이 중생대 이후에 만들어진 층준에서 발견된 것이죠. 그러니까 중생대 이후에 만들어진 층에서 암모나이트의 화석이 발견된 것입니다. 다만 뉴저지에서 발견된 암모나이트의 화석은 정말로 신생대 시기의 것이 맞는지 의문이 제기되기도 하였습니다. 지층의 생성 연대가 진짜로 신생대 것인지 아니면 중생대 말기의 것이 잘못 측정이 된 것은 아닌지 하는 의문이지요. 거기에다가 몇몇 학자들은 '설렁 진짜로 암모나이트의 화석이 발견된 지층이 신생대 시기에 만들어진 지층이 맞다고 해도 원래는 백악기 시대에 살았던 암모나이트의 화석인데 신생대 시기에 다시 파묻힌 것은 아닐까?'하는 의문을 제기하기도 하였습니다.
뉴저지에 있는 틴톤층에서 발견된 신생대시대 암모나이트의 화석. 출처- Landman et al (2012).
(2). 덴마크에서 발견된 신생대 암모나이트 화석
유럽에는 덴마크라는 나라가 있습니다. 덴마크의 수도는 코펜하겐이죠. 코펜하겐에서 남쪽으로 내려가면 스테븐스 클린트(Stevns Klint) 라고 불리는 해안가에 있는 절벽이 있습니다. 이 절벽은 분필의 재료가 되는 백악으로 이루어진 석회암 절벽입니다. 이 절벽을 이루는 지층을 케리티움 석회암층(Cerithium Limestone)이라고 부릅니다. 이 지층은 백악기 말기에서 신생대 극초기 시기에 만들어진 지층입니다.
이 지층에서도 암모나이트의 화석이 발견된 사례가 있습니다. 2005년에 폴란드 고생물 재단(Institute Of Paleobiology Polish)소속의 마르친 마할스키(Marcin Machalski)박사와 코펜하겐 대학교 소속의 클라우스 하인베어(Claus Heinberg)박사는 케리티움 석회암층에서 발견된 암모나이트의 화석이 신생대 시기에 살았던 암모나이트가 맞다는 연구를 발표하였습니다.
마할스키 박사와 하인베어 박사는 케리티움 석회암층에서 바쿨리테스 베르테브랄리스(Baculites vertebralis), 호풀로스카피테스 콘스트리크투스(Hoploscaphites constrictus)라고 이름 붙여진 암모나이트의 화석을 발견하였습니다. 이 암모나이트들은 기존에 백악기 말기 시기에 살았던 암모나이트들입니다. 즉, 신생대 시기까지 살았을 가능성이 있는 암모나이트들이죠. 하지만 앞서 이야기하였듯 화석이 노출되었다가 다시 묻혔을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케리티움 석회암층에서 발견된 암모나이트의 화석. 출처- Machalski et al (2005).
케리티움 석회암층에서 발견된 온전한 상태의 암모나이트의 화석. 출처- Machalski et al (2005).
마할스키 박사와 하인베어 박사는 화석이 다시 가능성을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 암모나이트들이 공룡 대멸종 이후 시기인 신생대 시기에 살아남았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첫 번째로 이 암모나이트들은 꽤 온전한 상태로 형태가 보존되어 있었습니다. 만약 이 암모나이트들이 묻히고 지표면 바깥으로 드러났다가 또다시 퇴적되었다면 껍질에 필연적으로 손상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만약 암모나이트의 화석이 한번 묻혔다가 꺼내져서 다시 또 묻힌 것이라면 암모나이트 껍질 내부로 쌓인 퇴적물이 빠지고 또 새로운 퇴적물이 들어와 쌓이는 과정을 필연적으로 거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껍질에 손상이 있어야 하겠지요. 특히 껍질의 입구 부분이 말입니다. 그런데 케리티움 석회암층에서 발견된 암모나이트의 화석들은 전부 상태가 괜찮은 편이었습니다. 껍질의 입구도 상태가 괜찮았지요. 거기에다가 껍질 안의 퇴적물과 껍질 바깥의 퇴적물의 성분도 같은 성분인 것으로 결론이 나왔습니다. 이는 암모나이트의 껍질 안에 퇴적물이 한 번만 들어갔다는 것을 뜻합니다.
이 외에도 마힐스키 박사와 하인베어 박사는 암모나이트의 화석이 발견된 퇴적층에서 같이 발견된 다른 화석들의 종류를 분석하기도 하였습니다. 와편모조류라고 하는 플랑크톤의 포자낭 단계 화석에서부터 완족류, 이매패류등 다른 생물의 화석 종류를 분류한 것이죠. 그 결과 암모나이트의 화석과 같이 발견된 화석들의 경우 신생대 시기에 주로 발견되는 종들이 같이 발견이 된 것입니다. 와편모조류의 포자낭의 한 종류인 오페르쿨로디넬라 오페르쿨라타(Operculodinella operculata)라는 이 포자낭은 고위도지역에서는 중생대의 퇴적층에서는 관찰된 사례가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중생대가 끝나고 신생대가 시작된 시기에 급격히 관찰되었지요. 또한 태형동물(Bryozoa)이라고 불리는 생물의 화석 기록을 관찰한 결과 이들은 중생대 말기에 만들어진 층준에서는 대량으로 발견됐지만 신생대 시기에 만들어진 층준에서는 화석이 거의 관찰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나마 발견된 것들도 다른 종이라고 하네요.
그 외에도 암모나이트 화석 외부에 묻어있는 석회암들도 동위원소 분석을 해보니 중생대보다는 신생대 극초반부 시기의 퇴적층과 더 유사한 패턴을 보인다고 합니다.
결론을 내리자면 암모나이트의 화석들이 중생대와 신생대를 가르는 공룡 대멸종 사건 이후로 다시 파묻힌 것이 아니라 공룡 대멸종을 견디고 살아남아 신생대 시기에 화석이 되었다고 보는 것이 더 적합하다는 것입니다. 이는 화석 및 다른 흔적을 분석하여 얻어낸 결론입니다
그렇다면 케리티움 석회암층에서 발견된 암모나이트의 화석 중에서 신생대 시기에 다시 퇴적된 화석은 없는 걸까요? 2025년에 마힐스키 박사는 폴란드 바르샤바 대학교(University of Warsaw), 미국 자연사 박물관(American Museum of Natural History), 네덜란드 마스트리히트 자연사 박물관(Natuurhistorisch Museum Maastricht)과 미국의 뉴욕 시립대학교(Brooklyn College)및 덴마크의 동질랜드 박물관(Museums of East Zealand)의 연구진들과 공동으로 스테븐스 클린트에서 발견된 암모나이트 화석을 연구한 결과를 발표하였습니다. 이 연구에서 연구진은 어떤 암모나이트의 화석이 중생대 말에 묻혔다가 신생대에 다시 묻혔다는 것을 밝혀내었습니다.
OESM 13295라는 표본명이 붙은 이 암모나이트 화석은, 다른 암모나이트 화석들과는 형성 환경에서 뚜렷한 차이를 보입니다. 그 차이는 무엇보다도 화석이 발견된 층준의 퇴적 상태를 통해 알 수 있습니다. OESM 13295가 발견된 층준은, 태형동물이 대량으로 쌓여 형성된 브리오조아 마운드(bryozoan mound) 정상부에서 붕괴되어 내려온 퇴적물에 의해 다시 묻힌 것으로 해석됩니다. 이는 해당 층준이 태형동물 화석 파편이 풍부한 방해석질 퇴적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방해석(calcite)은 태형동물 골격의 주요 성분이므로, 이러한 퇴적물은 태형동물의 시체와 그 잔해가 대량으로 이동하여 쌓였음을 직접적으로 가리킵니다. 다시 말해, 이 층준은 현지에서 조용히 퇴적된 것이 아니라, 태형동물로 이루어진 언덕이 붕괴되면서 이동해 온 물질로 형성된 층이라는 의미입니다.
이 해석은 퇴적 구조에서도 뒷받침됩니다. OESM 13295가 발견된 구간에서는 연약퇴적물 변형과 슬럼핑(slumping) 구조라고 하는 교란된 퇴적 구조가 관찰됩니다. 이는 해저 비탈면에서 지진이나 급격한 환경 변화 등으로 인해 퇴적물이 갑작스럽게 이동·재배치되었음을 보여주는 전형적인 증거입니다.
따라서 OESM 13295는, 해저 비탈면에서 태형동물 시체로 이루어진 마운드가 붕괴하면서 발생한 퇴적물에 의해 함께 운반되고 매몰된 화석으로 해석되었습니다.
암모나이트의 사례를 보면서 우리는 무엇을 알 수 있을까요? 본래 기존에는 암모나이트가 중생대 말 공룡과 함께 대멸종에서 멸한 것으로 판단되었습니다. 하지만 몇몇 사례에서 일부 암모나이트가 대략 50만 년 정도는 더 살아남았다가 멸종한 것이 아닐까 추정되게 하는 흔적이 발견되었죠. 이렇게 새로운 증거를 통해서 기존의 관념이 바뀌면서 우리는 보다 더 진실에 가까이 갈 수 있습니다. 과연 과거 생물들이 살았던 시간에 대해서 또 어떤 것이 밝혀지게 될까요? 앞으로 또 어떤 새로운 것이 밝혀질지 기대해 보는 건 어떨까요?
연구 및 자료 출처-
https://en.wikipedia.org/wiki/Paleocene_ammonites
Landman, N. H., Garb, M. P., Rovelli, R., Ebel, D. S., & Edwards, L. E. (2012). Short-term survival of ammonites in New Jersey after the end-Cretaceous bolide impact. Acta Palaeontologica Polonica, 57(4), 703-715.
Machalski, M., & Heinberg, C. (2005). Evidence for ammonite survival into the Danian (Paleogene) from the Cerithium Limestone at Stevns Klint, Denmark. Bulletin of the Geological Society of Denmark, 52(9).
Machalski, M., Olszewska-Nejbert, D., Landman, N. H., Jagt, J. W., Garb, M., & Milàn, J. (2025). Ammonite survival across the Cretaceous–Paleogene boundary confirmed by new data from Denmark. Scientific Reports, 15(1), 45802.
Smit, J., & Brinkhuis, H. (1996). The Geulhemmerberg Cretaceous/Tertiary boundary section (Maastrichtian type area, SE Netherlands); summary of results and a scenario of events. Netherlands Journal of Geosciences, 283-2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