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를 용궁으로 데려간 자라

공룡시대의 별주부

우리나라 판소리에는 수궁가라는 노래가 있습니다. 바닷속 용궁의 용왕님이 병에 들었는데 토끼의 간이 약이라는 처방을 받아서 토끼를 찾으러 별주부 자라가 육지로 올라가는 이야기입니다. 결말은 판본마다 다르긴 하지만 (단순히 토끼가 도망가고 끝나는 판본, 책임감에 자결하려던 자라에게 화타가 나타나 약을 지어주니 그것을 용왕이 먹고 병이 나았다는 판본, 토끼가 도망가기 전에 자기 간이라며 똥을 싸서 줬는데 그것을 용왕이 먹 병이 낳았다는 판본, 심지어 제가 어릴 때 읽었던 책에서는 자라가 돌아가서 토끼가 거짓말을 하였다고 보고하니 용왕이 매우 노하여서 군대를 소집하는 내용도 있었습니다. 아쉽게도 결말은 나지 않네요.) 기본적인 뼈대는 아마 한국사람이라면 다 알고 있을 겁니다.

별주부전에서 나온 자라와 매우 가까운 친척이 있습니다. 바로 돼지코거북입니다. 이 거북은 자라처럼 길게 튀어나온 코를 가지고 있는 재미있는 특징이 있습니다. 자라와 돼지코거북은 자라상과에서 각각 자라과(Trionychidae), 돼지코거북과(Carettochelyidae)로 나누어지는 사이입니다. 화석기록으로 보면 돼지코거북과 공룡시대 마지막 시기인 백악기 전기인 1억 2천 5백만 년 전쯤에 등장하였던 것으로 여겨집니다.

2025년에 우리나라에서 공룡이 살던 시대에 살았던 돼지코거북의 화석이 학계에 보고되었습니다. 이 거북의 화석에는 앞서 이야기하였던 별주부의 이름에서 따온 학명이 붙여졌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그 연구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겠습니다.


(1). 소록도에서 발견된 거북

이번 글에서 다루는 글에서 소개되는 거북의 화석은 전라남도 여수시 소록도라는 섬에서 발견되었습니다. 소록도에는 공룡시대 마지막 시기인 백악기 전기 시기인 1억 2천만 년 전에 만들어진 하산동층이라는 지층이 있지요. 이 지층에서는 여러 척추동물의 뼈 화석이 발견되었습니다. 그중엔 공룡의 뼈도 있었고 거북의 뼈도 있었죠.

이번 글에서 나온 거북의 화석은 2009년에 실시된 필드 조사에서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전남대학교의 한국공룡연구센터 소속의 연구진의 조사로 발견되었죠. 이 화석을 연구한 전남대학교의 김민국 연구원과 공동연구진은 이 거북의 화석에게 판소리 수궁가에서 나오는 자라인 별주부와 희랍어로 거북을 뜻하는 켈리스를 더해서 속명을 만들고, 화석의 발견지인 여수시의 이름을 따와서 별주부켈리스 여수엔엔시스(Byeoljubuchelys yeosuensis)라는 학명을 붙여주었습니다. 별주부켈리스가 속한 분류군은 거북 내에서 돼지코거북과라는 분류군에 속한다고 합니다. 오늘날 애완동물로 많이 길러지는 거북중 하나이지요.

별주부켈리스는 보존상태가 매우 좋은 거북의 화석이었습니다. 거의 완전히 보존된 등껍질과 배껍질, 2개의 목뼈와 어깨를 이루는 뼈견갑골과 오훼골, 위팔뼈와 아래팔뼈를 이루는 뼈중 하나인 척골, 왼쪽 골반을 이루는 장골과 좌골, 치골과 왼쪽 윗 뒷다리뼈와 아래뒷다리뼈, 그리고 발목뼈와 발바닥, 그리고 발가락뼈가 보존되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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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돼지코거북. 출처- https://ko.wikipedia.org/wiki/%EB%8F%BC%EC%A7%80%EC%BD%94%EA%B1%B0%EB%B6%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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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주부켈리스의 등껍질 화석. 출처- Kim et al (2025)


(2). 돼지코거북의 진화에 대한 인식을 바꾼 별주부

별주부켈리스의 화석을 통해서 연구진은 기존에 알려진 돼지코거북의 진화사에 대해서 기존에 알려진 가설에 도전장을 내밀었습니다. 본래 돼지코거북은 진화 과정에서 껍질이 변화를 거쳤던 것으로 인식되었습니다. 배껍질이 앞,뒤로 길어지고 앞부분과 뒷부분의 튀어나온 부분의 측면이 진화 과정에서 넓어지게 되었다고 여겨졌죠. 이런 인식은 별주부켈리스보다 더 이후에 살았던 돼지코거북과인 키질쿠메미스 슐츠이(Kizylkumemys schultzi)라는 거북의 배껍질 화석이 근거로 제기되었습니다. 몽골과 우즈베키스탄에서 화석이 발견된 이 거북은 별주부켈리스보다 2천만년 정도 이후에 살았던 돼지코거북이었습니다. 이 거북의 배껍질 화석을 보면 앞뒤의 튀어나온 부분이 좁고 뾰족해지는 경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돼지코거북은 신생대 이후에 오늘날 배껍질과 비슷한 형태를 가지게 된 것으로 여겨졌습니다. 신생대 이후로 등장한 돼지코거북의 화석에서 보이는 배껍질의 같은 부분이 오늘날 돼지코커북의 그것처럼 넓어지는 모습이 보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별주부켈리스의 화석은 이런 인식을 뒤집게 했습니다. 별주부켈리스는 후대에 등장한 키질쿠메미스 슐츠이의 배껍질처럼 앞뒤로 튀어나온 부분이 좁지 않고 신생대 시기에 등장한 돼지코거북의 화석들처럼 넓은 형태를 하고 있었습니다. 또한 연구진은 키질쿠메미스의 다른 종인 코라텐시스종(K. khoratensis)의 경우 해당 부분이 보존되지 않지만 남아있는 부분의 형태로 미루어보아 별주부켈리스의 배껍질과 비슷한 것으로 보인다고 합니다. 즉, 기존에 알려진 것과 달리 돼지코거북과의 배껍질은 과거에서부터 형태에서 큰 차이가 없었으며 키질쿠메미스 슐츠이종이 예외적인 사례인 것으로 보인다는 겁니다. 이는 돼지코거북의 진화과정이 기존에 알려진 가설이 실제로는 아니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돼지코거북의 배껍질은 과거에는 형태가 더 다양했다는 것을 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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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주부켈리스와 다른 돼지코거북 화석의 배껍질 비교. 별주부켈리스의 배껍질은 후대에 등장한 돼지코거북인 키질쿠메미스 슐츠이종과는 달리 오늘날 돼지코거북의 형태와 더 닮았다. 출처- Kim et al (2025).


돼지코거북의 배 껍질이 과거에는 형태가 다양하였지만 오늘날에는 넓은 배 껍질만 가지고 있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여기에 연구진은 두 가지 가설을 제시하였습니다. 첫 번째 가설은 배 껍질이 거북의 신체가 커지면서 무거워지는 몸무게로부터 몸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라는 것입니다. 실제로 몸집이 큰 거북에서 배 껍질의 크기가 커지는 경우가 종종 발견됩니다. 하지만 자라과에서는 예외로 몸집이 커지는데 배 껍질이 작아진 자라가 있고 오히려 몸집이 작은데 배 껍질이 커진 자라도 있기에 완벽한 설명은 아닙니다.

두 번째 가설은 신체 보호입니다. 공룡 대멸종 이후로 등장한 몸집이 작은 포유류 포식자들 같은 경우는 대형 포식자와는 달리 배 쪽을 공격하는 것에 더 유리합니다. 몸이 작으면 거북의 아래쪽 부분을 공격하기 더 쉽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신생대 초기에 살았던 거북들을 보면 배부분 껍질, 그리고 머리뼈가 더 발달된 경우가 관측됩니다. 그래서 아마 별주부켈리스, 그리고 다른 자라들도 비슷한 이유로 넓은 배 껍질을 가진 종류가 오늘날까지 살아남을 수 있게 된 것으로 여겨지는 것입니다.


(3). 별주부에 대한 다른 이야기들

[1]. 별주부의 유영 방식

그렇다면 배 껍질 외에 별주부켈리스에 대해서는 또 어떤 것을 알수 있을까요? 별주부켈리스를 연구한 연구진은 이 거북에 대해서 몇 가지를 더 알아내었습니다. 정리해 보면 이 거북은 오늘날 돼지코거북과는 좀 다른 방식으로 유영하였던 것으로 보이며, 동시에 오늘날 자라처럼 부드러운 껍질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합니다.

별주부켈리스의 위팔뼈는 대략 10도 정도 비틀린 구조를 하고 있었습니다. 이런 구조는 앞다리를 펼칠 때 앞다리의 방향과 손바닥이 바깥쪽을 향하게 합니다. 동시에 팔꿈치가 많이 펴질 수 있게 하지요. 이런 형태의 독특한 앞다리는 거북이 물속에서 유영을 할 때 유용합니다.

그런데 별주부켈리스의 위팔뼈는 오늘날 친척인 돼지코거북의 그것과는 형태가 달랐습니다. 별주부켈리스의 위팔뼈는 오늘날 돼지코거북의 위팔뼈보다는 훨씬 덜 휘어져 있었습니다. 오늘날 돼지코거북의 위팔뼈는 어깨와 팔꿈치 쪽이 매우 크게 뒤틀려져 있습니다. 이렇게 뒤틀려져 있으면 앞다리를 회전하는 것에 매우 유리합니다. 그래서 오늘날 돼지코거북은 물속에서 수중 비행 방식으로 유영을 합니다. 빠르게 앞다리를 움직여서 지느러미를 날개처럼 사용해서 유영하는 것이죠.

거북의 진화사 과정을 보면 거북의 위팔뼈는 여러 형태 변화를 겪었습니다. 현재까지 발견된 가장 원시적인 거북인 에우노토사우루스(Eunotosaurus)의 위팔뼈는 거의 90도 가까이 뒤틀려 있었다고 합니다. 이 뒤틀린 각도는 후대에 가서는 30도, 또는 그 이하인 10도로 줄어들었다가 자라에서 다시 위팔뼈가 뒤틀리는 모습이 관찰된다고 합니다.

위팔뼈의 형태를 보면 별주부켈리스의 위팔뼈는 돼지코거북의 위팔뼈보다 자라의 위팔뼈와 더 비슷하게 생겼습니다. 오늘날 자라는 물에서 유영을 할 때 지느러미를 날개보다는 노처럼 사용합니다. 돼지코거북처럼 지느러미를 화려하게 휘두르기보다는 천천히 휘두르면서 물을 가로질러서 유영하는 방식으로 유영하지요. 별주부켈리스는 자라와 비슷하게 유영하였던 것으로 보입니다.


[2]. 별주부와 돼지코거북과의 껍질

별주부켈리스를 연구한 연구진은 거북의 껍질에 대한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오늘날 자라와 돼지코거북은 부드러운 껍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정확히는 껍질을 피부가 감싸고 있는 형태이지요. 다른 거북들이 단단한 껍질만을 가지고 있는 것과는 다릅니다. 자라는 껍질에서 튀어나온 고랑(scute sulci)이 사라졌습니다. 그래서 화석으로 발견된 돼지코거북과에서 고랑이 없으면 자라처럼 부드러운 껍질을 가졌을 것이라 여겨지기도 하였습니다. 단 돼지코거북의 어린 개체의 경우는 초창기에는 고랑을 가지고 있기도 합니다. 따라서 연구진은 껍질에 고랑이 없으면 부드러운 껍질이는 것에 의문을 제기하였습니다. 특히 화석기록을 보면 돼지코거북과에 속한 거북들은 고랑을 가지고 있거나 부분적으로만 고랑을 가지고 있거나 고랑이 없는 등 여러 형태를 하고 있었기에 돼지코거북과에 속한 거북들이 모두 부드러운 껍질을 가지고 있었을까에 대해서는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이야기하였습니다. 그렇다면 별주부켈리스는 부드러운 껍질을 가지고 있었을까요? 이 거북은 등, 배 껍질에 홉이 없이 살짝 튀어나온 능선만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는 어린 돼지코거북과 비슷한 모습이기에 연구진은 별주부켈리스도 부드러운 껍질을 가지고 있었으리라고 결론 내렸습니다.

자라과와 돼지코거북과는 등껍질의 진화 과정에서 큰 차이점을 보니다. 자라는 진화 초창기에서부터 등껍질에 고랑이 없었으나, 돼지코거북과는 등껍질에 고랑이 있거나 없거나 약간의 홈이 있거나 하는 등 여러 형태 차이점이 있었습니다. 이들의 진화 과정에 대해서는 다음에 다시 이야기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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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턴 박스 터틀(Eastern box turtle). 껍질에 튀어나온 고랑을 가지고 있다. 출처- https://www.zillarules.com/information/care-sheets/eastern-box-tur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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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자라(Chinese softshell turtle). 껍질에 고랑이 없다. 별주부켈리스의 껍질도 이와 비슷하였다. 출처- https://en.wikipedia.org/wiki/Trionychidae


한반도에서는 여러 종류의 거북의 화석이 발견된 사례가 있었습니다. 거북은 공룡이 살던 시기에서부터 지금까지 다양한 종으로 진화하면서 살아남았죠. 한반도에서 발견된 거북도 그중 한 사례였습니다. 과연 앞으로 이 멋진 동물에 대해서 어떤 연구가 발표될지 기대됩니다.


연구 및 자료 출처-

Kim, M., Jung, J., Joyce, W.G. et al. A new, Early Cretaceous carettochelyid turtle from South Korea provides insights into softshell evolution and aquatic ecology. Swiss J Palaeontol 144, 75 (2025). https://doi.org/10.1186/s13358-025-00415-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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