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새의 입

먹이를 먹기 효율적인 구조

오늘날 새는 하늘을 날아다니는 동물의 대명사입니다. 이 생물들은 앞발이 진화하여 형성된 날개를 이용해 하늘로 날아오릅니다. 날개의 움직임, 그리고 날개에 부착된 깃털로 하늘을 나는 것이지요. 그런데 날갯짓을 하기 위해서 새는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합니다. 하늘로 날기 위한 충분한 양력을 만들기 위해서는 그만큼 날개를 강하게 움직여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새의 주둥이는 매우 잘 발달하였습니다. 새의 부리 끝에는 예민한 감각기관이 발달해 있습니다. 새는 이 감각기관을 통해 주변 환경을 감지하고 먹이를 정확히 탐지합니다. 그리고 새의 입안에는 연부조직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 연부조직에 오톨도한 부분이 있죠. 구강 유두(oral papillae)라고 불리는 이 부위는 먹이가 식도로 정확히 들어갈 수 있도록 유도하는 역할을 합니다. 새는 혀를 효과적으로 움직여 먹이를 삼킬 수 있도록 혀 근육이 부착되는 설골(hyoid)이 잘 발달되어 있습니다. 단, 타조나 에뮤 같은 고악류(古顎類)에 속하는 새들은 이 부분이 퇴화되어 있습니다.

그렇다면 새는 과연 언제부터 이처럼 발달된 먹이 섭식 구조를 가지고 있었을까요? 사실 이 부분은 오랜 시간 동안 미스터리로 남아 있었습니다. 새의 진화사를 보여주는 화석 기록은 매우 풍부하지만, 새의 구강 구조를 완벽히 보여주는 화석 기록은 그리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최근 새의 이러한 발달된 구강 구조가 꽤 이른 시기부터 존재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습니다. 오늘날 새의 먼 친척인 시조새 화석 표본에서 오늘날 새의 구강 구조와 유사한 형태가 보존된 것이 확인되었기 때문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그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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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위의 얼굴. 새의 얼굴에 부착된 부리에는 매우 예민한 감각기관이 있어 촉각기능을 한다. 출처- 직접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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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매의 입안에 있는 구강 유두. 오톨도톨한 부분이 있다. 이 구조는 새가 삼킨 먹이가 식도가 아닌 다른곳으로 들어가는 것을 막는다. 출처- https://www.themodernapprentice.com/choanal.htm


(1). 시카고 표본, 보존률이 뛰어난 시조새화석

본 연구에서 활용된 시조새 화석인 시카고 표본은 현재까지 발견된 시조새의 14번째 표본으로, 유럽 바깥의 공공기관에서 보관 중인 시조새 화석 표본입니다. 본래 스위스의 개인 수집가가 소장하고 있었던 이 표본은 미국 시카고에 있는 필드 자연사 박물관으로 소유권이 이전되어 2024년 5월에 대중에 공개되었습니다. 이 표본은 시조새의 전신이 매우 잘 보존되어 있는 귀중한 표본입니다. 필드 자연사 박물관의 징마이 오코너(Jingmai K. O'Connor) 박사와 공동 연구진은 시카고 표본을 자외선 장비와 텍사스 대학교의 CT 스캔 장비를 이용해 스캔한 데이터를 다른 화석 및 현생 조류와 비교 분석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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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새 시카고 표본. 출처- https://en.wikipedia.org/wiki/Specimens_of_Archaeopteryx#The_Chicago_specimen


(2). 시조새의 구강구조

시카고 표본을 암석에서 분리하는 작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연구진은 한 가지 독특한 구조를 발견하였습니다. 시조새의 입, 정확히는 왼쪽 위턱뼈 쪽에서 둥근 형태의 구조물 7개를 발견한 것입니다. 이 구조는 자외선 조명으로 관찰할 때만 보이는 구조라고 합니다. 연구진은 이 구조가 뼈에 남아 있는 것이 아니라 얇은 층에 보존되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였습니다. 이러한 구조는 새의 입천장에서 보이는 구강 유두와 매우 유사하기 때문에, 연구진은 이 구조가 구강 유두라고 결론 내렸습니다.

구강 유두 외에도 연구진은 시카고 표본을 관찰하면서 오늘날 새의 구강 구조와 유사한 점들을 하나씩 발견하였습니다. 시카고 표본의 부리 끝에는 이빨이 없는 영역이 있었는데, 이 부분에 아래쪽을 향하는 작은 구멍이 존재하였습니다. CT로 내부를 스캔해 보니 이 구멍이 두개골 내부의 신경망과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이는 시조새의 부리 끝에 오늘날 새처럼 예민한 감각기관이 있었음을 뜻합니다.

시카고 표본을 관찰한 연구진은 또 하나 흥미로운 뼈를 발견하였습니다. 입안쪽에 위치한 기설골(basihyal)이라는 뼈입니다. 이 뼈는 혀를 움직이는 근육이 부착되는 구조물입니다. 기설골은 오늘날 새의 가까운 친척인 악어에서도 나타나지만, 악어의 것은 연골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반면 시조새의 기설골은 공룡이나 새와 마찬가지로 단단한 뼈로 이루어져 있었습니다. 덕분에 시조새는 혀를 보다 유연하게 움직일 수 있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정리하자면, 시카고 표본을 통해 연구진은 시조새가 오늘날 새와 마찬가지로 입안에 구강 유두를 가지고 있었으며, 단단한 기설골을 통해 혀를 효과적으로 움직일 수 있었고, 부리 끝에 예민한 감각기관을 지니고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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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입천장을 따라 존재하는 연부조직의 흔적, B: 기설골, C: 주둥이쪽에 위치한 구멍. 출처- O’Connor et al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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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고 표본의 부리 끝에 난 구멍 (노란색 화살표) 위치와 두개골 내부 신경관의 모습 (파란색). 구멍이 신경관과 연결되어 있다. 출처- O’Connor et al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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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고 표본의 부리 끝에 난 구멍을 아래쪽에서 본 모습을 확대한 것. 출처- O’Connor et al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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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고 표본의 부리 끝에 난 구멍을 옆에서 본 모습. 출처- O’Connor et al (2025).


(3). 시조새에서 보이는 현생 조류의 특징

앞서 이야기하였듯, 새에게 먹이를 잘 먹는 능력은 매우 중요합니다. 먹이를 효율적으로 섭취해야 비행에 필요한 에너지를 충분히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오늘날 새는 부리를 통해 먹이를 탐지하고, 혀를 통해 먹이를 삼키며, 구강 유두를 통해 먹이가 식도로 원활히 이동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게 된 것입니다.

이번 연구를 통해 연구진은 새의 구강 구조에 관해 몇 가지 주장을 제기하였습니다. 연구진은 새의 구강 유두와 움직이는 혀가 서로 상호작용하며 함께 진화하였다고 주장합니다. 구강 유두는 혀가 먹이를 넘길 때 먹이가 식도로 정확히 들어갈 수 있도록 길을 유도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오늘날 새 가운데 구강 유두가 퇴화된 새들을 보면, 혀 역시 가동성이 떨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즉, 움직이는 혀가 없으면 구강 유두도 존재하지 않으며, 반대로 움직이는 혀가 있다면 구강 유두도 함께 존재하였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현재까지 발견된 중생대 원시 조류 화석에서 구강 유두의 흔적이 확인된 사례는 시카고 표본 외에는 아직 없지만, 연부조직이 화석으로 보존되기 매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 가능성은 충분히 열려 있습니다.

이처럼 새의 구강 구조로 볼 수 있는 특징들이 시조새에서도 나타난다는 사실을 근거로, 연구진은 새의 진화 과정에서 먹이를 효율적으로 섭취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춘 개체들이 자연선택을 통해 살아남았으리라고 주장하였습니다. 비행은 막대한 에너지를 소모하는 행동이기 때문에, 먹이 섭취에 유리한 구조를 갖춘 원시 조류가 그렇지 못한 개체보다 생존에 더 유리했으리라는 것입니다.


연구 및 자료 출처-


O’Connor, J. K., Clark, A. D., Kuo, P. C., Wang, M., Shinya, A., Van Beek, C., & Chang, H. (2025). Avian features of Archaeopteryx feeding apparatus reflect elevated demands of flight. The Innov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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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ttps://dinos119.tistory.com/entry/시조새의-입-먹이를-먹기-효율적인-구조 [고생물학 도서와 논문을 읽는 세계 World of Paleontology:티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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