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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오니소스 Mar 19. 2022

한 달에 천만 원 저금?
이게 왜 진짜?

1년 6개월 동안 1억 4천을 모으기로 약속하다

2022년 2월 26일,

1년이 넘게 준비한 결혼식을 드디어 마쳤다.


내 인생에 처음, 그리고 (아마도?) 마지막일 결혼식은 

(전날 잇몸 염증 때문에 3시간밖에 못 자고 당일 아침부터 치과에 들러 염증을 긁어냈으나 너무 아파서 밥도 못 먹고 진통제 투혼으로 헤메 샵에 도착하고, 결혼식에서 혼인서약서 대신 상영했던 식중 영상의 음성 싱크가 안 맞아 5분 동안 겁나 진지한 표정으로 신랑과 '어떡하지'를 반복했으며, 신랑 측 신부 측 모두 보증인원보다 적게 식사를 하여 150만 원 정도 빵꾸가 났던 것만 빼면꽤나 괜찮았다.


예식날 한 달 전부터 혹독한 다이어트를 했던 우리는 결혼식이 끝나자마자 4일 동안 뇌가 시키는 대로 먹고 마시고 누워 있었고, 그리고 오늘, 삼일절을 맞이하야, 내 집 장만을 현실로 이루기 위한 자금조달 대책을 세우기로 했다.






그와 나는, 

엄하지만 존경스러운 아버지와 가정적인 어머니 밑에서... 각자의 부모님이 모모의 사정으로 자녀가 아주 어렸을 때부터 빚더미에 올라, 그의 가족은 4인 가족이 1.5룸의 신림의 5천만 원짜리 전셋집에서, 나의 가족은 한때는 구로의 월세 아파트, 한때는 자다 보면 천장 틈에서 바선생이 얼굴 위로 떨어지고 겨울에는 화장실에 고드름이 어는 다세대 주택에서 오랜 기간 살아온 경험이 있다.

치열하게 살아오신 각자의 부모님들이 이제는 조금 숨통이 트여 지금은 모두 경기도의 작은 집에서 배부르고 등 따시게 지내고 계시긴 하지만, 그때 그 시절 하루 벌면 하루 먹는 것이 과장이 아니었던 터라 당연히 당신네 자식들에게는 해줄 수 있는 것이 없었다. (당연히 우리도 기대 안 함)

그래서 우리는 너무나 당연하게 반반 결혼을 준비하고, 전세자금 대출을 받아 신혼집을 마련했다.


다시 돌아와서, 이런 역사들 때문에 우리는 안정적인 보금자리를 구하기 위해서는 제삼자의 개입 없이 둘만의 힘으로 어떻게든 해야 하는 상황.

플러스, 작년부터 이어지는 생각만 해도 욕 나오는 집값 폭등으로 인해 소박한 경기도 주민인 우리에게 현재로써는 내 집 마련이 정말 택도 없는 상황.

그래서 이 자금조달 대책이라는 것은, 우리가 결혼하기 전부터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며

"결혼하면, "

"결혼하고 나서, "

"결혼하면 슬슬, "

세우기로 한 우리의 주택자금 마련 계획이다.






다만 불행 중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그와 나는 둘 다 한국에서 나름 알아주는 IT 회사 ㄴㅋㄹㅋㅂㄷㅌ에서 근무하는 N년차 직장인이고, 그는 IT 기업의 꽃, 주인공, 상위 포식자, 임금님인 개발자여서, 둘의 벌이가 그리 나쁘지는 않은 상황.

그래서 우린 이 각박한 세상 속에서 어떻게든 둘만의 힘으로 집을 사기 위해 자금 계획이라고 쓰고 거지처럼 살기 계획을 세우게 된 것이다.






자금 계획을 세우기 전에 여태껏 사용된 결혼 자금 정산을 했는데 그것 또한 축의금 모수가 매우 적었던 아싸 신부에게는 꽤나 힘든 출혈이었으나 그것은 이미 지난 일이니 차치하고, 현재 둘의 자금 상황과 가용 자금 정리, 향후 3~4년간의 저금 계획을 세웠다.



자금 현황


자금현황을 세세하게 정리해서 나온 결과

그는 재작년에 차를 구입하는 데 2천만 원을 썼고, 나는 결혼을 핑계로 흥청망청 쓴 개인적인 돈을 메꾸느라 1천만 원 정도 쓴 상황. (반성중이니 비난하지 말아 주라 신랑아.)


지출 계획

2인 생활비는 생필품, 식비, 데이트 등

매달 고정비용을 포함한 최소 생활 비용을 3백5만 원 정도로 계산했고, 각자 용돈을 30만 원씩 받아서 쓰기로 했다.


저금 계획 (매년 기본)

한 달 생활비 365만 원을 빼면 1년에 대략적으로 모을 수 있는 돈은 둘이 합쳐 최대 8,135만 원.

경조사비 같은 예외 상황을 제외하고 정말 정직하게 한 달에 365만 원만 쓰면 저 정도 저금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왔다.

아마 해가 갈수록 연봉이 높아질 테니 최대가 아닐 수 있지만, 어차피 월급이 막 100만 원씩 올라가는 게 아닐 텐데 그 정도는 모아 봤자인 것 같으니 용돈을 더 늘려 자기 계발에 투자하자는 남편의 의견. (근데 100만 원 올라가면? 생각해보니 너 작년에 연봉 1,500 올랐잖아)


저금 계획 (연도별 예상)

올해는 회사에서 특별 인센티브가 있어서 성과급이 두 번 나온다. 그 후로는 예측할 수 없으니 대략적으로 계산.

인센은 매년 같은 금액으로 책정해 두었는데, 남편의 인센은 매년 완만한 우상향 수준이나, 문송한 나는 매년 들쑥날쑥하여 예상치보다 낮을 수 있다는 우려가 조금 있다.

2023년 8월, 2025년 8월에 한 번씩 끊은 이유는 현재 우리 전셋집 2년 계약 만료가 내년 8월이기 때문. 내년 8월에 전세 재계약 여부를 판단해야 하기 때문에 8월에 한번 끊어 예상 자산을 정리했다.

이 표대로만 진행된다면, 내년 8월의 순자산은 집을 매매할 자금으로써 부족하다고 판단되기 때문에 현재 전셋집을 재계약할 확률이 높다. 남편이 예상하는 '비벼볼 만한' 금액은 올해부터 꽉 채워 3년을 보낸 뒤인 2024년, 약 3억 5천 정도.






이 날 어깨가 너무 무거워져서,

저녁에 둘이서 수기 안마를 받으러 갔다. 갑자기 나한테 꾼 돈을 갚겠다며 누군가 한 2억 정도 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잠시나마 했다.


어쨌거나 저쨌거나, 우리는 내년 8월까지 1.4억을 모아야 한다.

일단은 열심히 아끼면서 살아보고, 매 달 지출 내역을 리뷰하며 저 자금 계획이 가능할 것인지 검토해 보기로 했다.

그리고 우리가 오랜 기간 자리 잡고 살 수 있을 만한 지역들의 집들과, 그 집들을 얼마의 투자 금액을 가지고 어떻게 현명하게 매매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공부와 토론을 이어갈 것이다.


1년 반 동안 1.4억이라니, 이게 되나 싶으면서 싫다고 어리광 부릴 수도 없는 상황.

이 각박하고 어려운 상황 속에서 멘털을 다잡고 끊임없는 자아 성찰을 하기 위해, 매주 혹은 격주로 가계부 및 반성의 글과, 월급 이외의 재테크, '집'에 대해 공부하는 내용들을 정리하여 기고하려 한다.

그리고 가끔은 이런 나에 대한 조소와 이 상황을 만드는 모든 외부적 요소들에 대한 비난, 가끔씩은 이런저런 희망의 글까지.


이 글을 쓰기 시작한 지 벌써 두 시간이 지났다. 오늘과 내일의 고민이 긍정적인 나를 만들어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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