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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눅눅한과자 Oct 18. 2023

Epilogue – 우리 이제 어떡하지?




  끼익. 거슬리는 소리를 내며 차가 멈춰 섰다. 보조석에 타고 있는 여자친구, 아니, 이제 결혼한 지 5일 차가 된 아내가 외쳤다.     


  “미쳤어? 도로 한복판에서 급브레이크를 밟으면 어떡해.”     


  “그러니까 그만 좀 하라고! 운전 중이잖아!”     


  운전대를 잡고 있는 나도 그녀만큼이나 표정이 상기되어 있었다.       



  신혼여행 처음 며칠간은 세상 걱정 없이 해방감에 취해있었다. 장시간의 비행도, 무거운 짐도 우리의 행복을 방해하진 못했다. 에메랄드빛 바다, 이국적인 언어와 거리 풍경, 그리고 무엇보다 내 옆에 있는 사랑하는 사람. 하지만 깨질 것 같지 않던 평화는 의외로 별 것 아닌 일들에 무너졌다. 처음엔 때 아닌 폭우로 일정에 차질이 생기는 바람에 잠시 다퉜던 것 같다. 또 한 번은 예약한 숙소에 문제가 생겨 해결하다가 감정이 상했고...  이번이 벌써 세 번째인가?     


  “아니, 며칠간 잘만 타고 돌아다니더니 이제 와서 차 렌트는 왜 했냐고?”     


  “그 말이 아니잖아. 택시 타고 다녔으면 훨씬 편했을 거라는 거지.”          


  어디서 들었던 말이더라. 연애할 때 싸우면 각자 집에 가면 그만이지만, 결혼하고 싸우면 한 방에서 또 봐야 한다고.      


   신혼여행 내내 그랬듯, 연애때부터 그랬듯 이번 언쟁도 몇 분(또는 몇 시간) 있다가 내가 못 이기는 척 미안하다고 말하면 얼추 수습될 것이다. 문제는 이렇게 평생을 살아야 한다는 것? 결혼한 지 30년이 훌쩍 지난 지금도 싸우고 화해하는 부모님의 모습이 떠오르자 갑자기 막막한 기분이 들었다. 우리, 이제 어떡하지.


여행지에서의 궂은 날씨 하나에도 정색하고 싸울 수 있는 것이 부부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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