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약한 부분까지 드러낼 수 있는 용기
이제는 더 이상 기업이 혼자 고민하고 준비해서 빵 터뜨려서 대박이 나는 시대는 지났다. 기업은 이제 제품 준비 단계부터 소비자와 함께 고민하고, 실패와 갈등의 상황도 가감없이 소비자와 공유한다. 소비자에게 투명하게 공개할수록 소비자는 기업을 '인물' 삼아 함께 공감하고, 함께 성장해나간다. 개인도 어렵게 얻은 지식이나 경험을 공짜로 공유하는 시대이다. 그 배경은 고객의 니즈가 시시각각 변하고,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급변하는 시대이기 때문이라는 점과 소셜 미디어로 인해 진입 장벽이 낮아졌기 때문이라는 점이 한 몫한다. 산업화 시대에는 천편일률적인 제품을 생산해낸다고 해도 소비자는 선택의 옵션 없이 그 제품을 사야만 했다. 그렇기에 제품력만 좋다면 승부할 수 있는 시대였다. 이제는 누구나 의견을 낼 수 있고, 본인의 브랜드를 만들 수 있으며, 팬덤을 만들 수 있는 시대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개인뿐만 아니라 기업들에게서도 나타난다. 보다 더 친근한 이미지로 고객과 소통하길 원하고, 팬덤을 만들길 원한다.
'새로운 문명을 탐구한다'는 모토로 시작한 문명특급 채널은 연반인 재재가 기획과 진행을 동시에 맡으며 컴눈명 시리즈로 90년대생들의 추억을 끄집어내며 큰 돌풍을 일으켰다. 무엇보다 그녀는 인터뷰에 앞서 인터뷰어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바탕으로 인터뷰어 뿐만 아니라 그들의 팬을 감동시킬만큼 진정성 있는 인터뷰로 굉장히 유명해졌다. 그러나 컴눈명 시리즈 이후로 채널의 정체성 및 콘텐츠에 대한 정체가 있었는지, 이러한 고민을 솔직하게 나누는 문명특급 팀의 회의를 15분동안 보여주는 영상을 업로드 했다. 해당 영상에서 재재팀은 구독자들이 느끼는 부정적인 피드백도 함께 나누고, 앞으로 어떤 방향성을 가지고 나아갈 것인지 고민하는 모습을 가감없이 드러낸다. 그리고 댓글에는 이러한 고민에 대해 진심어린 조언을 건네는 팬들이 있다. 채널의 약점을 드러낸다는 것에 대해 많이 고민했겠지만 문명특급이 이런 영상을 올린데에는 분명 이런 고민을 하고 있다는 점을 구독자와 나누고, 공감하고, 그들의 의견을 듣고 수렴하는 것이 더욱 큰 가치가 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최근 MZ 세대가 주목하는, 마케터들 사이에서 꽤나 유명해진 '모베러웍스'도 마찬가지다. 이 브랜드의 창업자인 모춘과 소호는 브랜드를 구축하겠다는 출사표를 먼저 던지고, 브랜드의 탄생부터 실제 제품 제작까지 그 모든 과정을 구독자와 나눈다. 그리고 브랜드를 만들어나가는 데 있어, 새로운 팀원이 합류하고, 회의를 하고, 심지어는 갈등이 생기거나, 어려움이 생기는 모든 것들을 솔직하게 공개한다. 이는 꽤나 큰 용기가 필요하다. 출사표를 던지고 시작했으나 크게 실패할 수도 있는 이 과정을 모두에게 공개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가만히 있었으면 듣지 않았을 비난과 무시가 있을 수도 있다. 이 모든 것을 감수하고 공개했기에 더 큰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팬들을 끌어모을 수 있었다. 지금은 대략 5만명의 구독자와 다양한 기업들과의 협업을 통해서 계속 그 과정을 공개하고 있으며, 팬들의 의견을 적극 수렴하여 제품을 만들어나간다.
우리가 영상 콘텐츠에 있어 완성도나 시각적인 부분보다 중요하게 생각한 건 '과정의 솔직함'이었다. 아무짝에도 쓸모없이 보였던 오만가지 실패들 중에 무엇이 언제 어떻게 바뀌어서 튀어나올지. 뭐가 됐든 전혀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 어이없는 모양새일 것이다. <프리워커스> 중
지금은 158만명의 구독자를 거느린 신사임당도, 초반에 친구와 함께 네이버 스마트 스토어를 개설하고 사업을 시작하는 모든 과정을 담은 창업다마고치 콘텐츠로 크게 떴다. 사업 아이템 선정부터, 첫 판매를 이룬 순간까지 솔직하게 보여주며 똑같이 창업을 시작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큰 공감을 사고, 도움을 줬다.
심리학자인 Brene Brown은 자존감이 높고 창조적인 사람들의 특징은 "Dare to be vulnerable"이라고 한다. 과감히 본인을 드러내고 무대에 서는 이 사람들은 본인이 욕을 먹을 것도, 무시를 당할 것도, 실패할 것도 모두 감수한다. 누구나 그것을 두려워하지만, 과감히 드러내라고 독려한다.
Without vulnerability, you cannot create. So what I think you're asked to do on a daily basis is get to the top of the stairs and get naked. Get really real. Put yourself out there and walk out there. So people can see you and see what you've made and see what you're doing.
물론 기업에게 있어서는 민감한 사내 정보 때문에 모든 것을 공유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어디까지 보여주고, 어디까지 드러낼 것인가 고민해야하겠지만, 그것이 보여주고 싶은 모습만 보여주게 된다면 공감을 얻지 못할 것이다. 모든 일을 완벽하게 해내는 것 같고, 본인의 장점만 나열하는 완벽주의자와는 친구가 되고 싶지 않은 것처럼, 본인의 약점과 Vulnerability를 보여줄 때, 오히려 더 많은 친구가 생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