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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금발까마귀 Nov 07. 2021

바람 따라 걸은 길 (2)

인도기행 소설 제2화 : 홍콩에서 24시간 

경유 스탑오버로 24시간에 가까운 시간을 홍콩에서 보내게 되었는데, 처음에는 그냥 안전하게 공항에서 시간을 때우려고 했었다. 하지만 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을 보는데 자꾸만 '나가자'는 목소리가 올라오면서, 나도 모르게 공항 밖으로 나가게 되었다. 교통카드를 사고 무작정 시내로 가는 버스를 탔다. 기왕 나온 거 여기서 하룻밤 자고 가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아서 홍콩 시내에 있는 게스트 하우스를 검색해 가보기로 하였다. 


몽콕이라는 곳에 도착했는데, 빼곡한 건물들과 네온사인, 2층 버스 그리고 바삐 움직이는 사람들로 매우 다이내믹했다. 마치 예전에 본 왕가위 영화 속에 들어와 있는 느낌이었다. 서늘한 한국 가을 날씨에 습기 때문인지 몰라도 축축한 느낌이 났다. 나는 그냥 무작정 걸어가기 시작했다. 영국과 중국이 묘하게 섞여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렇게 걷다가 '침사추이'라는 곳에 도착을 했고 바닷가가 보이기 시작했다. 

어떤 사람이 버스킹을 하고 있었는데, 그분의 달달한 목소리가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곧, 외로움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아름다운 풍경과 음악이 있는데 여기에 나 홀로 바닷가를 쳐다보고 있으니 그냥 외로웠다. 누군가와 함께 하고 싶었다. 게다가, 내 주변에는 커플들만 보여 그들에 대한 질투심까지 올라와 버렸다. 그렇게 바닷가와 안녕을 하고 나는 다시 몽콕 쪽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마침, 내가 가려고 했던 게스트하우스가 근처에 있다는 것을 알고 그곳으로 걸어갔다. 상당히 오래돼 보이는 건물 2층으로 올라갔는데 이게 웬걸, 문이 잠겨있었다. 벨이 있었는데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이제 어떡하지....? 


갈 곳도 없고 시간은 거의 자정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결국, 다시 공항으로 되돌아가기로 마음먹고, 버스정류장으로 갔다. 뭔가 이렇게 홍콩의 밤이 끝나버리는 게 아쉬웠지만, 그게 여행의 묘미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우리는 삶에서 무언가 계획을 하고 가능한 모든 것을 컨트롤하라고 배웠다. 앞으로 6개월, 1년, 5년, 10년 혹은 몇십 년의 계획을 세우면서 우리는 안전함을 느끼고 싶어 한다. 하지만, 그 안전함을 대가로 살아있음을 포기하게 되는데 배낭여행은 우리에게 이 살아있음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해주는 것 같다. 내일 무슨 일이 일어날지 잘 모르겠고, 확실하게 주어 진건 이 순간뿐이니까.

그렇게 공항에 돌아가 구석에 있는 벤치에서 잠을 자려고 했는데, 불편해서 잠이 안 왔다. 가져간 노트북으로 이것저것 검색해 보고 인도영화를 보았다. 내일이면 드디어 인도 땅을 밟겠지... 설렘과 기대를 안고 나는 다시 한번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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