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그래픽 디자인은 스트릿 브랜드에게 중요한걸까?
스트릿 브랜드 앞에 ‘스트릿’이라는 글자를 붙일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어떤 의류 매장이든 셔츠와 바지, 모자는 판매한다. 하지만 어떤 곳은 캐주얼 브랜드이고, 또 어떤곳은 하이 패션 브랜드다. 스트릿 브랜드의 옷은 다른 브랜드와 어떤 점이 다르길래 앞에 ‘스트릿’이 따라오는 걸까?
누군가는 브랜드 카테고리에 따라 옷의 핏과 태가 다르다고 할 것이다. 둘 다 옷을 구성하는 주요한 요소다. 하지만 모두가 이구동성으로 이야기하는 스트릿 브랜드의 핵심은 따로 있다. 바로 ‘그래픽 디자인’이다. 그래픽 디자인은 브랜드가 추구하는 가치를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직관적인 요소다. 의류 브랜드가 어떤 문화를 기반에 두고 있고, 어떤 개성을 표현하고자 하는지를 자연스럽게 드러내는 방법이기도 하다.
의류 시장에 그래픽 디자인이 처음 등장한 건 캐주얼 의류에 스트릿 컬처의 의미를 내포한 그래픽을 그려 넣으면서부터다. 소비자는 그래픽에 담긴 이미지나 메세지를 통해 남들과 다른 자신을 표현했고, 비슷한 디자인이나 브랜드의 의류를 입은 사람들과 유대감을 느꼈다. 일반 의류와는 다른 스트릿 브랜드의 특징이다. 그래픽 디자인이 등장한 이래 40년간 이어져 온 경향이다.
대표적인 사례는 스투시이다. 서핑과 스케이트보드 문화에서 출발한 스투시는 그래피티를 닮은 핸드라이팅 로고와 샤넬 패러디 로고 등을 활용해 반문화를 품고 있던 당대 스트릿 키드에게 깊은 공감을 이끌어냈다. 소비자는 스투시를 구매해 입어보며 스투시의 커뮤니티에 참여하는 듯한 소속감을 느꼈다.
그래픽 디자인은 스트릿에서 시작되었고, 스트릿 디자인의 상징으로 자리잡았다. 하이패션이, 캐주얼이 스트릿 패션과 손을 잡을 때면 어김 없이 티셔츠에 독창적인 그래픽을 넣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래픽 디자인은 그 자체로 스트릿 패션의 근본일 수밖에 없다.
이런 그래픽 디자인의 종류는 다양하다. 개성 있는 글씨로 쓴 로고, 특징적인 심볼, 이미지를 응용해 묘한 생경함을 자아내는 아트워크, 그리고 이 모든 걸 혼합해 만든 비주얼까지. 모두 그래픽 디자인의 범주에 해당한다. 브랜드의 디자이너가 의류를 도화지 삼아 그려내는 모든 이미지가 곧 스트릿 브랜드의 그래픽 디자인이 되는 것이다. 스트릿 브랜드라면 어떤 곳이든 그들만의 개성과 컬쳐를 담아낸 그래픽을 고민하고 또 고민하는 이유다.
소비자의 구매 요인에 그래픽 디자인은 큰 지분을 차지한다. 사람은 옷으로 개성을 표현한다. 그래픽 디자인에 담긴 브랜드의 가치관이 본인의 개성과 생각과 부합할 때 소비자는 일순간 브랜드의 팬으로 한 발 나아간다. 그래픽 디자인이 소비자와 브랜드 사이를 연결하고 커뮤니케이션하는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되는 셈이다.
그렇다면 우리 브랜드, 더트 DIRT의 그래픽 디자인은 어떤 의미를 담고 있을까? 더트가 생각하는 스트릿 문화의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파운데이션이다. 어떤 일이든 기초가 중요하고 스트릿 문화도 예외는 아니다.
더트가 떠올린 첫 번째 파운데이션은 스트릿 문화의 태동을 함께했던 LP판, 그리고 음악 위에서 춤을 추던 댄서이다. 음악과 댄서가 없었다면 40년 전 거리를 주름잡았던 스트릿 컬쳐는 탄생하지 못했을지 모른다. Awakening 셔츠 속 LP와 그 LP를 뚫고 나오는 캐릭터는 지금의 우리를 있게 한 과거에게 존중을 표하는 더트만의 이미지다.
Keep the floor clean도 비슷한 맥락이다. 어떤 장르의 댄서에게나 기초는 중요하다. 뿌리가 단단한 댄서는 실수해도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기포는 춤에서만 중요한 게 아니다. 다른 스트릿의 영역에서도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이러한 파운데이션의 중요성을 연습실 바닥을 청소하며 춤을 출 준비를 하는 댄서의 모습에 빗대 표현했다.
사람들은 내가 입는 옷의 의미를 궁금해하고, 이게 나에게 맞는 옷일지 고민한다고 한다. 파운데이션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스트릿 컬처의 근본에 의미를 두는 사람이라면 더트가 그래픽 디자인에 담아낸 메시지가 조금은 더 의미 있게 느껴지지 않을까.
본 글을 작성한 더트(DIRT)는 스트릿 문화에 기반을 둔 스트릿웨어 컬쳐 브랜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