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스와 도마씨
토마스는 유난히 죽음에 대해 많이 말한다. 아니 적극적으로 죽음을 명상하라고 권한다.
언제나 죽음을 자신의 눈앞에 두고, 매일 죽음을 준비하는 사람은 복 받은 자이다. 사람이 죽는 것을 본 적이 있는가? 그대도 똑같은 길을 갈 것이다. 아침에 일어나면 저녁을 못 보고 죽을 거라고 생각하라. 또한 저녁이 되면 다음날 아침에 살아 있으리라고 확신하지 말라. 항상 죽음을 준비하라.
1부 23장
죽음을 생각하는 사람이 복 받은 사람이라는 말이다. 죽을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이 삶을 더 풍요롭게 산다는 의미일 것이다.
실존주의 심리치료도 비슷한 이야기를 한다. 인간이 경험하는 실존적 불안의 네 가지 근원은 죽음, 자유, 소외, 무의미이다 (어빈 얄롬). 죽음을 의식하면 필연적으로 불안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회피하거나 방어기제를 사용하게 되고 오히려 다른 문제들을 일으킨다. 오히려 죽음을 통해 삶의 한계를 받아들이면 지금-여기의 삶을 더 의미 있게 살게 된다고 강조한다.
그런데 늘 “죽고 싶다”라고 생각하는 도마씨에게는 왜 이 진리가 적용되지 않을까. 도마씨는 50대 후반의 남성이다. 자녀들도 모두 잘 성장했다. 젊었을 때 어렵게 시작한 중소기업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고 자녀 중에 한 명이 일을 잘 배워가고 있다. 그런데 도마씨는 늘 죽고 싶다고 생각한다. 기억하는 한평생에 한 번도 잠을 푹 자본적이 없기 때문에 수면제를 늘 처방받는데 몇 달째 수면제를 모으고 있는 중이다. 지난주에도 차를 몰고 근처 저수지에 갔었다. ‘어떻게 죽을 수 있을까’ 도마씨는 죽음을 눈앞에 두고 산다. 밤에 수면제를 술과 함께 삼키며 다음날 아침에 살아 있으리라 확신하지 않는다. 토마스가 말한 바로 그 사람이다! 하지만 죽음을 염두에 두면 기쁨으로 충만할 것이라는 말은 틀렸다.
도마씨는 그가 사는 소도시에서 나름 유지이다. 지역 행사를 주관하기도 하고 자주 이곳저곳에 초청된다. 아무도 그가 늘 죽고 싶다고 생각한다는 것은 상상도 하지 못할 것이다. 언제부터 죽음을 생각했던가. 아주 어렸을 때부터 삶에 대해 그렇게 미련이 없었다고 한다. 가난한 가정환경과 자신에게 관심 없었던 부모님이 싫어 일찍 독립해서 닥치는 대로 일했다. 작은 사업을 시작해서 술과 담배와 함께 일했다. 단순하고 웃음 많은 아내를 만나 가정을 꾸렸다. 만성 편두통과 근육통에 에 시달리고 살아 얼굴이 늘 구겨져 있는 자신과 많이 다른 사람이 좋았다. 하지만 지금은 아내의 단순함이 무관심으로 느껴진다. 종말이 와도 나의 고통을 아내는 손톱 만치도 이해하지 못하리라. 도마씨는 외롭다.
우리는 죽음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자살 위기 개입 매뉴얼에 따라 위험도 평가도 하고 가족들에게도 솔직하게 알리는 시간을 가졌다. 도마씨는 자신이 술에 취해서 창밖으로 뛰어내리려고 하는 것을 자녀가 목격하고 심리치료를 의뢰한 것에 대해 많이 미안해했다. 자신은 고통스러워하면서도 자녀가 받았을 충격을 염려하는 좋은 아빠다.
죽고 싶다는 생각을 단순히 자살 위기로 일축해서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 안 됩니다’라는 메시지만 전달하는 것은 도마씨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그는 곧 60을 바라보고 있으며 평생 수면장애와 편두통 때문에 마치 안개에 갇혀 있는 것 같은 삶을 살고 있다. 인생은 우울하고 버겁다.
우리는 죽음의 의미에 대해서, 두려움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죽고 싶다고 생각할 때, 도마씨가 진짜로 원하는 것은 삶을 끝내는 건가요, 아니면 지금의 고통을 끝내는 건가요?”
도마씨는 어차피 죽을 건데 일찍 당기고 싶다고 말했다. 나는 삶을 도마씨는 죽음을 양쪽 끝에 잡고 줄 다리기를 하는 대화를 이어갔다.
“도마씨의 눈앞에 지금 죽음이 있지만 지금 여기 살아 계시잖아요. 도마씨에게 지금 이쪽에서 가장 가치 있는 것은 무엇인가요?”
도마씨는 자녀들이 결혼해서 또 자녀를 낳는 것을 보고 싶다고 했다. 자신 삶에 있어서 잊지 못할 경이로움이 자녀들이 태어난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죽고 싶지만 동시에 붙잡고 싶은 것들을 나누며 삶 자체가 가지고 있는 딜레마를 인식했다.
“오늘 그 가치 있는 일을 죽기 전에 실천한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아이들한테 결혼하라고 잔소리하기라고 말하고 우리는 크게 웃었다. 도마씨에게 경이로움을 경험할 만한 새로운 탐색을 시도했다. 그는 자신이 어렸을 때는 호기심도 많고 질문도 많은 아이였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제 궁금한 것이 없어졌다고. 어린 도마씨가 없어졌을 리 없다. 책임감에 짓눌려서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오래전에 멈춰버린 질문을 다시 시작했다. 하루만이라도 제대로 살아보고 싶다고. 도마씨는 말했다.
“무엇이 제대로 사는 삶일까요? 죽기 전에”
우리가 단 하루만이라도 제대로 살았다고 손꼽을 수 있으면 좋으련만! 우리가 개심한 지 오래되었다고는 하지만 삶에서 보여 줄 것은 거의 없다
자신의 영혼을 구제하는 일을 나중으로 미루지 말고, 친구들이나 이웃들에게 의존하지 말라. 사람들은 그대가 생각하는 것보다 그대를 더 빨리 잊을 것이다. 오늘 자신을 염려하지 않는다면 나중에 누가 그대를 염려하겠는가? 바로 지금이 귀중한 때요, 보라, 지금이 구원의 날이다.
1부 23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