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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ispectum Sep 18. 2021

2021.09.18

 근래 몇 년간은 명절이 여유로우면서도 공허했다. 모종의 이유로 가족들과의 사이가 크게 틀어졌던 까닭에 난 명절에 시골이든 집이든 어디도 가지 않고 나의 시간을 보냈었다. 가족이 싫었던 것 같다. 매일 아빠를 욕하고 화로 가득 차 있으면서 나에게 모진 말들을 하는 엄마가 싫었고 무뚝뚝하게 있다가 화를 폭발시키는 아빠가 싫었다. 그 사이에 같이 무기력해지는 누나가 싫었다. 마음에 들지 않았다. 가족은 내가 선택할 수 없다지만 그런 가족들과 어떻게 지낼지에 대해서는 내가 선택할 수 있으니까, 나는 내 가족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들을 해결하려고 애썼고 잘 되지 않았다. 나는 독립하게 되면서 그들과 척을 지는 선택을 했다. 과거에 가족들 때문에 웃었던 기억들보다 그렇지 못한 기억들이 압도적으로 많았고 그게 날 가족에게서 붙잡아두는 모양새가 너무 싫었다. 그렇게 나는 연락을 끊었었고 가족들도 처음에는 '넌 왜 그러냐?'는 말과 함께 나무라는 연락들을 쉴 새 없이 던져댔었지만 서서히 잦아들었었다. 

 그러다가 문득, 가족들과 사이가 다시 좋아졌다. 어떤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건 아니다. 그냥 시간을 두고 서로의 거리를 두다 보니 내가 그렇게 고쳐보려고 애써본 것들이 사라지거나 아무렇지도 않게 되면서 다시 연락이 닿았다. 그냥 전화 한 통이, 사막에서 아무런 까닭도 없이 싹을 트듯이 돋아났다. 


'잘 지내냐?'

'네, 잘 지내요.'

'잘 지내면 되었다.'


 그렇게 나는, 가족은 다시 우리가 되었다. 서로가 각자로 될 수 있어야만 우리가 되어도 상처 받지 않을 수 있다는 걸 우리 가족은 어떻게 된 영문인지 모르게도 알게 되었다. 



 그렇게 된 이후 맞이한 첫 명절이다. 엄마는 눈물이 날 것 같다는 말을 자주 하신다. 몇 년 만에 친누나의 강아지와도 다시 만난다. 나를 기억하고 꼬리를 흔들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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