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밧! 쾅! 쾅! 쾅!]
섬광. 굉음. 진동.
그것들은 동시에 시작됐고, 내 시야를 찢어발겼다.
눈을 간신히 뜨고 앞을 바라봤다.
집 앞 도로에 주차돼 있던 자동차가 반쯤 허공에 매달려 있다가, 툭 떨어지며 뒤틀렸다.
전쟁인가?
아니다. 방향이 이상하다.
뒤가 아니라… 하늘이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봤다.
남자 몸통만 한 드론 2대가 떠 있었다.
좌측 드론에서 형광 빛줄기가 퍼지더니, 하늘 전체에 메시지 빔이 떠올랐다.
[반경 5km 이내 레벨 1 이하 시민은 지금 즉시 밖으로 나올 것.]
곧이어 기계음이 반복 재생됐다.
“반경 5km 이내 레벨 1 이하 시민은 지금 즉시 밖으로 나올 것.”
숨이 막혔다.
나는 오늘부터 레벨 1 이하였다.
예전에도 이런 집합 명령은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끌려간 사람들 중 다시 돌아온 사람은 없었다.
드론에는 분명히 [아시아연방공안] 마크가 찍혀 있었다.
‘도망친다’는 선택지는, 현실적이지 않았다.
조금 전 공중에 떠올랐다가 부서진 차를 보라.
그런 건 저 드론에겐 장난감이다.
도망치다 죽을 가능성.
하지만 ‘나간다’는 선택도 쉽지 않다.
끌려가서 무슨 일을 당할지 아무도 모른다.
이럴 때 퓨처스톤을 써야 한다.
나는 엄지와 검지를 모아 주머니 속 퓨쳐스톤을 감쌌다.
눈앞이 검게 물들고, 어딘가에서 꽃잎 같은 불두화의 형광 패턴이 번졌다.
[레벨 0.6. 미완. 0.6일 이후의 당신의 미래입니다.]
망막에 암전.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지난번에도 그랬다.
그런데 이번엔… 들린다.
[계속 걸으세요.]
기계음이다.
드론의 목소리와 흡사하다.
하지만 이번에는, 명령이 아니라 누군가 내 미래의 귀에 대고 말하는 것처럼 들렸다.
다시 리와인드. 0.5일로.
여전히 어둡다.
다만 이번엔 내 발 아래, 무언가를 밟고 지나가는 소리가 났다.
[레벨 1 이하로 도망가는 사람은 즉시 사살한다.]
젠장. 생각할 시간도 없다.
나는 본다.
0.6일 후에도 나는 살아 있다.
내가 걷고 있다는 증거는… 소리뿐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확실한 건,
지금 여길 나가야 산다.
나는 손을 들어 올린 채로 거리에 섰다.
[레벨 0.6 미완. 그 자리에서 대기한다.]
드론이 나를 향해 뭔가를 비췄지만, 쏘지 않았다.
주변을 둘러봤다.
하나 둘, 다른 사람들도 나오고 있었다.
다들 하늘을 보고 있다. 눈동자에 초점이 없다.
나처럼 ‘아무것도 못 보는 사람들’일까,
아니면 ‘볼 수 있는데도 공포에 붙잡힌 사람들’일까.
잠시 후, 하늘에 노란 빛이 형성됐다.
[지금 노출된 사람들은 노란 빔 아래로 집합할 것.]
나는 노란 원 안으로 걸어들어갔다.
이미 몇 명이 서 있었다.
남자 6명, 여자 8명.
나까지 합쳐서 15명이었다.
그리고 그들 사이에서—
그녀를 봤다.
키가 크고, 허리까지 내려오는 생머리.
어깨가 드러나는 헐렁한 흰 티.
그리고 질식할 듯 타이트한 청바지.
나도 안다.
이 여자가, 미션 대상이다.
아까 봤던 퓨처스톤 알림.
[키가 크고, 허리까지 머리를 기른 여성에게 말을 걸 것.]
그 구절이 지금 눈앞에 겹쳐 보인다.
그 순간, 우리 앞으로 또 다른 드론이 착륙했다.
[전원 드론에 탑승한다.]
사람들이 움직였다.
나는 여자의 움직임만 따라갔다.
마치 미래를 아는 듯, 그녀는 흐트러짐 없이 드론에 올랐다.
나는 그 뒤를 따랐다.
그리고 이 장면, 이 느낌.
이건, 단순한 체포가 아니다.
뭔가가 시작되는 장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