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 전체 지도가 한눈에 보이는 순간

마케팅 6단 하이라키(6-Level Hierarchy)

by 다이버스담

마케팅 전체 지도가 한눈에 보이는 순간

마케팅은 점점 복잡해진다. 채널은 늘어나고, 기술은 빨라지고, 고객은 한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질문은 늘 비슷하다.


"그래서 지금 우리는 무엇을 먼저 해야 하지?"


누군가는 콘텐츠를 말하고,

누군가는 퍼포먼스를 말하고,

누군가는 브랜드 철학을 먼저 세우라고 말한다.


틀린 말이 아니다. 그렇다고 완전히 맞는 말도 아니다. 문제는 ‘조각’ 즉 전술이 너무 많다는 점이다.

전술은 넘치는데, 전체 그림은 보이지 않는다.


여러 브랜드의 전환기에서 전략과 실행을 이어온 경험 속에서, 이 조각들에는 공통된 구조가 있다는 걸 보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마케팅의 모든 퍼즐 조각이 한눈에 정렬되는 '마케팅 6단 하이라키(6-Level Hierarchy)'를 소개하려 한다. 전체를 보지 못하면 답답한 나와 같은 독자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이것은 새로운 이론이 아니다. 오히려 마케팅을 구성하는 모든 프레임워크—4P, STP, 세그멘테이션, 퍼널, 플라이휠, 브랜딩, 퍼포먼스, CRM, AI—를 하나의 거대한 지도 위에 올려놓아 전체 그림을 보게 하는 ‘해부도’와 같다.


이 지도가 머릿속에 들어오는 순간, 전략적 사고방식은 완전히 달라질 것이다. 무엇을 해야 하는지가 아니라, 왜·누구·어디·어떻게의 순서가 제대로 정렬된다.


지금부터 각 단계를 하나씩 보자.


Level 1. WHY — 전략적 축: 우리는 '왜' 하는가

마케팅6단하이라키 (1).jpg 마케팅 6단 하이라키 - LEVEL 1. 전략적 축 (WHY: 목표/전략)


출발선은 언제나 같다. "우리는 왜 마케팅을 하는가?"


너무 뻔한 질문처럼 들릴지 모른다. 하지만 놀랍게도 수많은 마케터가 이 질문을 건너뛰고, 곧장 "인스타를 할까요, 유튜브를 할까요?"로 넘어간다. 목적지가 없는데 달리기부터 시작하는 셈이다.


마케팅의 전략적 축(WHY)은 크게 세 가지 결로 나뉜다.

브랜드 마케팅: 브랜드 마케팅은 시간이 지나도 떠오르게 만드는 일이다. 신뢰가 쌓이고, 어떤 상황에서도 먼저 생각나는 브랜드가 되도록 만드는 과정 (신뢰, 회상, 선호)

퍼포먼스 마케팅: 훨씬 즉각적이다. 클릭-구매-전환하게 만드는 데 집중한다. (전환, 매출)

관계·로열티 마케팅: 연결을 길게 가져가는 일이다. 한 번 인연이 생기면, 오래 찾고 오래 머무는 고객으로 성장시키는 흐름 (재구매, LTV, 팬덤)


과거에는 이들이 각각 따로 놀았다. 하지만 이제는 인스타 릴스 하나가 브랜딩이자 구매 유도 장치가 되고, 유튜브 콘텐츠 하나가 인지도와 전환을 동시에 만든다. 그래서 더더욱 중요한 질문은 이것이다.


"지금 하려는 캠페인/프로젝트의 1순위 목표는 무엇인가?"


이 질문에 답해야 엉뚱한 잣대로 성과를 비난하는 일을 막을 수 있다. 브랜드 캠페인을 퍼포먼스 KPI로 재단하면 늘 "비효율"로 보이고, 반대로 퍼포먼스 팀을 브랜드 지표로 평가하면 방향이 뒤틀린다.


참고로, IPA의 Binet & Field 연구는 수천 개의 캠페인 데이터를 분석해 장기 브랜딩과 단기 퍼포먼스(활성화)의 평균적인 권장 비율을 60:40 정도로 제시한다. 하지만, 이 비율은 절대값이 아니다. 산업과 성장 단계에 따라 달라진다. 중요한 것은 특정 비율이 아니라, "우리 비즈니스의 WHY에 맞는 균형을 설계하고 있는가"라는 감각이다.


Level 2. WHO — 고객 맥락: 그들은 '어떤 상황'인가

마케팅6단하이라키 (2).jpg 마케팅 6단 하이라키 - LEVEL 2. 고객 맥락 (WHO: 대상 및 산업)


여기서 말하는 고객은 "서울 사는 30대 여성" 같은 인구통계학적 정의가 아니다. 고객이 처한 상황, 즉 맥락이다.


그들이 기업 고객(B2B)인지 개인(B2C)인지, 고관여 제품을 신중하게 고민하는지, 저관여 제품을 충동적으로 구매하는지에 따라 게임의 법칙은 완전히 바뀐다. 예를 들어, 연 단위 계약이 오가는 B2B SaaS라면 의사결정자 수, 구매 리드타임, 리스크 인식이 WHO의 핵심 변수다. 반면 일상 소비재 B2C라면 구매 빈도와 진열·노출 환경 등이 더 중요해진다.


LinkedIn B2B Institute의 '95–5 법칙'은 이 지점을 잘 보여준다. 이들은 여러 산업의 B2B 데이터를 분석해, 어느 시점에든 실제로 구매 의사가 있는 고객은 전체 시장의 약 5%에 불과하고, 나머지 95%는 미래 수요로 남아 있다고 설명한다. 당장의 5%를 잡겠다고 퍼포먼스 예산을 대부분 쏟아붓기만 하면, 정작 95%가 지갑을 열 때 당신의 브랜드는 떠오르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결국 WHO는 고정된 타깃값이 아니라, 데이터와 시장 변화를 따라 계속 업데이트해야 하는 "전략적 변수"다.


Level 3. WHERE — 채널 매체: 어디가 최적의 '전장'인가

마케팅6단하이라키 (3).jpg 마케팅 6단 하이라키 - LEVEL 3. 채널 매체 (WHERE: 실행 인프라)


누구(WHO)를 타깃 할지 정했다면, 어디서 만날지(WHERE)는 그 연장선에서 자연스럽게 나와야 한다. 전통 매체, 디지털 매체, 그리고 AI와 같은 신기술 기반 채널까지 "경쟁 장소"는 점점 넓어지고 있다.


전통 매체: TV, 신문, 라디오, 옥외 등. 직접 전환보다는 인지도·브랜드 기억에서 강하다.

디지털 매체: 검색(SEO/SEM), 디스플레이·동영상 광고, SNS, 웹사이트, 이메일 등. 측정 가능성이 강점이지만, "측정되는 것만 중요하다"라고 착각하기 쉽다.

신기술 기반 채널: AI, 자동화, AR/VR, GEO 등. 앞으로의 지형을 크게 바꿀 변수들이다. 여기서 특히 주목할 변화가 GEO다. 이전 글에서 언급한 것처럼, 생성형 검색·답변 엔진이 확산되면서, 단순히 검색 결과 상단에 노출되는 SEO에서 벗어나 "AI의 답변 안에서 우리 브랜드가 어떻게 인용·추천되는가"를 최적화하는 GEO 가 본격화되고 있다. 동시에 입찰, 예산 배분, 소재 테스트 같은 실행 영역에서 AI 기반 자동화가 확산되고 있다.


기억해야 할 점은 하나다. WHERE는 단순한 "매체 선택"이 아니라, 우리가 이길 확률이 가장 높은 전장을 고르는 전략적 선택이라는 것이다.


B2B라면 LinkedIn, 웨비나, 백서. 젊은 B2C라면 인스타, 틱톡, 숏폼. 고관여제품이라면 검색, 비교 콘텐츠, 리뷰. 저관여라면 SNS, 숏폼, 충동구매 유도 채널.


Level 4. HOW — 통합 전략: 어떻게 '연결'할 것인가

마케팅6단하이라키 (4).jpg 마케팅 6단 하이라키 - LEVEL 4. 통합 전략 모델 (HOW: 방법론)


많은 사람이 좋아하는 "그로스 해킹", "퍼널", "옴니채널", "플라이휠" 같은 말들이 바로 이 단계, HOW에 속한다. 앞서 정한 WHY, WHO, WHERE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엮어내는 설계도다.


예전에는 깔때기(Funnel)처럼 인지 → 관심 → 고려 → 구매로 고객을 "걸러내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지금은 고객이 고객을 데려오는 순환(Flywheel) 구조를 만드는 것이 핵심이 되고 있다.


만족한 고객의 후기, 추천, UGC, 커뮤니티 활동이 새로운 고객을 끌어오고, 이 새로운 고객이 다시 같은 순환을 만들어내는 구조다.


옴니채널 전략도 마찬가지다. 고객 입장에서 인스타에서 브랜드를 보고, 검색으로 정보를 더 찾고, 오프라인 매장에서 체험하고, 앱에서 리뷰를 남기는 것은 하나의 경험이다. 다만 조직 안에서 온라인팀·오프라인팀·CRM팀·브랜드팀 등이 각자 KPI에 묶여 따로 움직인다면, 고객 여정은 쉽게 끊어질 수밖에 없다.


여기에 더해 Tom Roach는 2020년 전후 여러 글에서 브랜드 마케팅과 퍼포먼스 마케팅을 인위적으로 분리하는 사고방식이 결국 가치를 훼손한다고 비판하며, 두 축을 하나의 통합 프레임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기 브랜드 투자가 시간이 지나 단기 퍼포먼스 효율을 올려 주고, 단기 퍼포먼스 데이터가 다시 장기 브랜드 전략을 정교하게 만들어 주는 "선순환 구조"를 설계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나 역시 2010년대 초중반에 브랜드 통합마케팅을 중심에 뒀고, 후반부터 그로스와 옴니채널을 병행했다. HOW는 이렇게 서로 다른 전술들을 묶어, 실제로 작동하는 설계도를 만드는 층위다.


Level 5. WHAT — 구체적 실행: 무엇을 '행동'하는가

마케팅6단하이라키 (5).jpg 마케팅 6단 하이라키 - LEVEL 5. 구체적 실행 (WHAT: 실행 전술)


WHAT은 가장 아래에 있지만, 현실에서는 가장 시끄러운 층위다.

"카드뉴스는 이렇게 만들어라", "카피는 이렇게 써야 한다", "이런 훅이 CTR을 올려준다."


SEO, PPC, SNS 운영, 광고 크리에이티브, 랜딩 페이지, CRM 캠페인, 뉴스레터, UGC, 인플루언서 협업 등 실무에서 쓰이는 수십 개 이상의 전술이 모두 여기에 들어간다.


물론 WHAT은 중요하다. 실행 없는 전략은 공상에 불과하다. 하지만 다음 네 단계(WHY–WHO–WHERE–HOW) 없이 WHAT만 열심히 하는 것은 눈 가리고 총을 쏘는 것과 같다. 소리는 요란한데, 무엇을 맞추고 있는지, 무엇을 쌓고 있는지 알 수 없는 상태. 우리가 가장 피해야 할 함정이다.


반대로 WHY–WHO–WHERE–HOW가 선명하면 WHAT은 자연스럽게 좁혀진다. 전술은 전략의 하위 개념이지, 전략을 대체하지 않는다.


Level 6. WHEN — 변화 동인: 언제 움직일 것인가

Blue Professional Extensive Mind Map Graph.jpg 마케팅 6단 하이라키 - LEVEL 6 미래 변화 동인 (WHEN: 2025년 이후)


마지막 레이어는 '시간'이다. AI 기반 검색, GEO, 데이터 프라이버시, 쿠키리스, 퍼스트파티 데이터 전쟁, 알고리즘 변동성, ESG, 한국만의 플랫폼 구조(Naver, Kakao 등). 2025년 이후 마케팅 환경을 규정할 변화 동인들이 이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WHEN을 이해하는 마케터는 변화를 두려워하기보다, 언제 어떤 변화에 올라탈 것인지 타이밍을 설계한다.

"지금은 관망할 때인지, 작은 실험을 돌릴 때인지, 아니면 본격적으로 베팅해야 할 때인지"를 판단하는 감각이 바로 이 6번째 레이어다. 참고로 이 감각은 경험할수록 확실히 좋아진다.


자! 지도는 손에 쥐었다. 이제 움직여야 한다.

WHY(전략) – WHO(대상) – WHERE(실행 인프라) – HOW(방법론) – WHAT(실행 전술) – WHEN(변화)

이 6단 하이라키는 흩어진 퍼즐 조각을 맞춰주는 전체 지도다.


4P(8P)는 WHAT, STP는 WHO, 퍼널/플라이휠은 HOW, 목표를 위한 브랜드 전략은 WHY에 속한다. 중요한 건 프레임워크들이 서로 충돌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층위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는 것이다.


6단 하이라키는 이 모든 요소가 "어디에 속하는지"를 보여주는 해부도이자 지도다.


하지만 지도는 지도일 뿐이다.

지도는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를 알려줄 뿐,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까지는 알려주지 않는다.

실제 시장은 정지해 있지 않고 살아 움직인다. 전략은 실행과 피드백을 통해 끊임없이 수정되고, 환경 변화는 설계를 다시 그리도록 강요한다.


그래서 정적인 지도 위에는, 빠르게 실험하고 학습하며 피드백을 반영하는 "동적인 운영체계"가 반드시 얹혀야 한다.


그 운영체계가 바로 MARC System™이다.


다음 글에서는 이 지도를 들고 실제 필드에서 움직이는 내비게이션, MARC System™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가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