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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명다양성재단 Apr 14. 2023

[실천생태학] 2강 가로수 생태학

최진우 박사: 물건으로 취급되는 가로수, ‘나무답게’ 자라려면

실천생태학은 환경재난과 기후위기가 일상이 되어버린 이 시대에 우리의 일상(실천)과 환경(생태)과의 관계를 배우고, 이를 통해 삶을 꾸려나가는 새로운 전제를 확립해 일상을 바꿔나가기 위한 실천적인 공부의 과정입니다. 생태학적 지식의 갖춤과 우리 삶에서의 행동 실천 두 가지를 모색하는 '지행합일(知行合一)'의 교육을 목표로 합니다.


김산하 생명다양성재단 대표님이 열어주신 지난 1강 <실천 생태학: 생태학적 관점과 소양으로 실천으로 나아가는 삶>에 이어 2강에서는 가로수시민연대 대표를 맡고 계신 최진우 박사님의 <가로수 생태학: 물건으로 취급되는 가로수, ‘나무답게’ 자라려면>이 열렸습니다.



강연은 <대멸종 시대, 숲: 도시나무 잔혹사>라는 다큐멘터리의 일부분(https://youtu.be/CUA9maEZadM)을 시청하는 것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영상 속에서 최진우 박사님은 한 오래된 아파트숲을 소개합니다. 어엿한 숲이라 할 만큼 멋진 생태계를 갖추고 있는 이런 아파트숲의 특징은 최근에 지어진 아파트와는 달리 지하가 개발되지 않아 자연지반이 확보되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재개발, 재건축의 위협이 목전에 있습니다. 재개발, 재건축이 되면 건물을 높게 짓고 지하까지 모두 개발하게 되므로 자연지반 녹지가 사라지게 됩니다. 아파트가 사라지면 아파트숲의 도심 생태계도 사라지는 것입니다. 이어서 도심 가로수의 무리한 가지치기 사례가 소개됩니다. 살아있는 생명임에도 법적으로는 도로 구역에 설치된 시설물로 분류되는 가로수. 나무의 존엄성과 나무가 가진 고유의 특성은 개발논리 앞에서 무시됩니다. 영상은 나무가 나무답게 살 권리, ‘식물권리’를 강조하며 마무리됩니다.


가로수 생태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

가로수 생태학에서는 사람이 가로수의 존재 가치를 어느 정도까지 인정하고 이해하고 수용할 것인가가 중요합니다. 앞으로 10년 좀 더 길게는 20-30년 동안 우리가 주변의 나무를 어떻게 대할 것인가에 우리 도시를 살기 좋은 생태적인 곳으로 발돋움시킬 열쇠가 있습니다. 이에, 강의는 ‘나무와의 관계를 맺어야 하는 우리 시민들에게 필요한 자세와 실천 행동은 어떤 것들이 있을지 함께 살펴보는 것’에 방점을 두고 진행되었습니다.


도시 자체를 국립공원으로 만들자는 런던의 야심찬 계획이 반영된 청사진. 도로 공간이 눈에 띄게 줄었다.


가로수와 도시숲: 사람과 나무가 공존하는 도시를 꿈꿔보자!

우리는 도시의 생태환경을 중시하며 나무가 마음껏 우거지도록 허용하고 그로 인해 발생한 불편함은 기꺼이 감수하며 공생의 비전을 키워나가야 합니다. 그 시작에 가로수가 있습니다. 도시에 사는 가로수는 많은 기능을 합니다. 대기정화, 탄소흡수, 소음감소와 같은 기능을 통해 도시환경을 개선합니다. 폭염을 완화하기도 합니다. 이는 기후위기의 여파로 점점 뜨거워지는 도시에서 도시인들의 생존과도 직결된 문제입니다. 건강한 가로수는 차단된 도시녹지의 연결축으로 작용하고 야생동물의 이동통로가 됩니다. 이로써 가로수는 마치 녹색혈관과 같이 생태녹지축의 연계망으로 작용하게 됩니다.

 

도시 가로수, 도시숲 관련 논의에 있어 경계해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도시 가로수의 수종다양화 논의에 있어 자생종이냐 외래종이냐 하는 이분화는 올바른 방향이 아닙니다. 이는 엄밀하게 생태적인 기준에 의한 것이라기보다는 민족적인 이데올로기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전통적으로 많이 식재해 온 외래종인 양버즘나무, 은행나무 등은 척박한 도시환경에서 그나마 버틸 수 있는 수종입니다. 단지 외래종이라는 이유로 멀쩡한 나무들이 수종갱신 당하는 일이 생겨서는 안 됩니다.


호주 멜버른의 도시숲 컨셉. 멜버른은 수관피복률을 2040년까지 현재 22%에서 40%까지 높이기 위한 도시숲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또한 도시 녹지를 논할 시 도시 내 공원 조성 면적이나 1인당 공원 면적이 아닌 도시를 덮고 있는 나무 그늘 면적을 기준으로 삼아야 합니다. 그래야 도시를 하나의 생태계로 보면서 도시 자체를 숲으로 만드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우리는 가로수와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할까요? 최진우 박사님은 ‘바이오필릭 시티’ 개념을 소개했습니다. 바이오필릭 시티는 자연과 생물체 모두를 강조하며 자연에 대한 사랑을 기반으로 하는 상호 간의 관계성을 중시합니다. 자연을 단순히 인프라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보다 적극적이고 열정적으로 자연을 가꾸고, 보호하고, 보살피고, 연결되어야 하는 대상으로 인식합니다. 이는 가로수와 사람과의 호혜적인 관계에도 적용할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로 브라질 꾸리찌바의 Avenida Presidente Getúlio Vargas, 브라질 포르투 알레그리의 Rua Gonçalo de Carvalho을 들 수 있습니다.



가로수와 시민들

최진우 박사님은 지난 3년 동안 가로수 가지치기를 요구하는 민원이 과도한 현상에 대응하여 사람들이 나무를 좋아하는 마음을 보다 적극적으로 표현하도록 하는데 집중하며 가로수시민연대 활동을 이어왔습니다. 가로수에 대해 사람들이 갖고 있는 오해도 설명하셨습니다. ‘위험한 가로수로 인한 안전사고’를 그 예로 들 수 있습니다. 위험한 가로수의 원인은 무엇일까요? 과도한 가지치기로 잘린 단면이 부패하기 시작하여 나무속까지 퍼졌거나, 보도블록 정비 시 손상된 뿌리가 썩어 지지 기능을 상실했기 때문입니다. 가로수가 위험한 것이 아니라 잘못된 관리로 인해 가로수가 위험에 처한 것입니다. 현재 행정은 사전예방을 위해 조금이라도 위험한 나무는 모두 베어내겠다는 방침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회복이 가능한 나무는 회복을 도와야 합니다. 방침이 바뀔 수 있도록 우리는 계속해서 목소리를 내야 합니다.

 


가로수는 도시의 얼굴입니다. 도시가 생태적으로 지속가능한지 가장 잘 드러나는 지표가 가로수입니다. 또한 건강한 가로수가 도시를 채우고 있다는 것은 생명을 존중하는 시민들이 나무를 보살피고 때에 따라서는 목소리를 내고, 그것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법제도가 있으며, 법률을 제대로 집행하는 행정이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할 수 있습니다. 오래된 나무가 있다는 것은 그 도시가 옛 것을 소중히 여길 줄 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가로수는 지자체가 관리하는 공공재로 분류되기 때문에 시민들이 꾸준히 모니터링하며 나무를 지키기 위한 요구를 한다면 생태적인 방향으로 바뀌어 가는 행정의 태도를 점진적으로나마 기대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도로변 상가나무는 사유재로서 시민들의 보호에서도 비켜나 있습니다. 도시 나무를 생명으로 대하는 인식이 정착되어야 하는 또 하나의 이유입니다.

 

가로수를 우리와 공생하는 생명으로 인식하고 있는 시민들이 펼쳐온 활동도 소개되었습니다. 광주에서 재개발 도로정비를 위해 은행나무와 메타세쿼이아 가로수 118그루가 갑자기 베어져 시민들이 가로수 정책 개선을 촉구한 사례, 성남에서 5성급 호텔 진입로 확보를 위해 30년생 메타세쿼이아 70여 그루 가로수를 모두 베어내는 것을 승인해 준 분당구청에 대해 시민들이 성남시 조례에 대해 생태학살법이라고 비난한 사례, 도로확장으로 제거되는 마을 가로수를 지키기 위한 제주의 시민행동 사례 등입니다.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

가로수를 지키고 도시숲을 관리하기 위해 우리가 당장 할 수 있는 일은 구체적으로 무엇이 있을까요? 바로 ‘나무조사, DB 구축’입니다.

이 과정을 통해 시민들은 도시숲의 소중함과 문제점을 인식할 수 있고 데이터 기반의 과학적이고 효율적인 도시숲 관리에 기여할 수 있습니다.

최진우 박사님은 그 모델로서 미국 뉴욕의 트리맵(NYC’s Street Trees)을 소개했습니다. 2,500여 명의 자원봉사자들이 70만 그루에 가까운 뉴욕의 나무를 조사하여 기록해 둔 플랫폼입니다. 나무의 위치, 고유 ID, 수종, 흉고직경, 수목관리 활동 내역, 건강상태, 생태계 서비스 가치 등의 정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트리맵 제작을 통해 바이오매스* 총량 및 수관피복률을 관리할 수 있습니다. 이로써 도시숲을 통한 탄소저감**과 생태계 서비스 수준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도시 전체 공간의 수목 바이오매스 총량을 산정하고 수관피복률 기준선을 확립하여 순손실 방지 및 순증대 방향으로 도시숲의 목표를 세우고 이행계획을 수립해야 합니다.


* 바이오매스: 식물이 광합성 과정을 통해 태양에너지를 이용해 합성한 유기체의 총 현존량으로 잎, 가지, 줄기, 뿌리 등을 모두 합한 것
** 탄소 흡수가 아닌 탄소 저감인 이유: 가로수의 탄소흡수 보다 에너지 저감의 편익이 훨씬 높으므로 가로수 바이오매스, 수관 증대에 따른 주변 지역의 온실가스 배출 감소 효과를 반영한 것


정책적인 보완도 필수적입니다. 사유지라 할지라도 공공기능이 강한 공동주택, 공개공지, 대학교 캠퍼스의 녹지·수목을 공공관리가 가능하도록 도시숲 조례를 개정(생활숲으로 적용)하여 규제를 강화하고 지원협력 정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재건축·재개발 시에도 바이오매스총량제 적용을 통해 기존 수목을 최대한 활용하고 손실에 따른 대체복구를 위한 방안을 유도해야 합니다. 기후위기 피해를 많이 받는 어린이, 노약자, 소외계층의 불평등 해소를 위한 가로녹지 확충 및 관리에도 중점을 두어야 합니다.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지속가능한 도시 바이오필릭 시티(Biophilic City)는 동네 주변 가로수를 아끼고 보살피려는 시민의 마음과 행동에서부터 시작됩니다. 나무는 생명입니다. 필요에 의해 심어놓고 최소한의 존중도 없이 나무를 죽이는 우리 사회를 바꾸기 위해 함께 행동합시다.


이상으로 실천생태학 2강 ‘가로수 생태학’의 내용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3강은 수분매개자의 중요성을 다루는 이흥식 박사님의 ‘야생벌 생태학’입니다.


강연 온/오프라인 참가 신청과 관련 문의는 생명다양성재단 SNS채널을 통해 연락 바랍니다.



강연|  

최진우 박사(가로수시민연대 대표)

기록|  

박지연 생명다양성재단 연구원


생명다양성재단|

생명다양성재단은 생물과 환경에 대한 연구를 지원하고, 과학을 바탕으로 자연 및 환경 문제를 올바로 이해하고 해결하고자 2013년 설립된 공익 재단법인입니다. 환경 전문성을 바탕으로 과학적, 사회적, 문화적인 접근 방식을 통해 누구나 환경 문제를 나의 문제로 인식하고 삶 속에서 변화를 꾀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펼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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