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문 숲에 찾아 온 새 생명

긴팔원숭이 과학자들의 이야기 #2

by 생명다양성재단

우리 연구팀이 따라다니는 A 그룹 긴팔원숭이 부부인 아유(Ayu)와 아리스(Aris)는 2013년 아완(Awan)을 낳은 것을 마지막으로 5년 동안 아이가 없었습니다. 긴팔원숭이가 보통 2-3년 마다 새끼를 낳는걸 생각하면, 해가 지날수록 아완이 이 부부의 마지막 아이인 것이 거의 확실했지요.


아유와 아리스는 사실 금슬이 그렇게 좋은 부부는 아니긴 했습니다. 보통 긴팔원숭이 그룹은 부부 한 쌍과 이 부부가 낳은 아이들로 이루어져있어 하루 종일 같이 다니며 먹이를 먹고 털 고르기를 하는 등 일상생활을 함께 하는데 아유와 아리스는 그렇지 않았거든요. 모든 부부의 사이가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건 사람과도 비슷한 것 같습니다. 아유와 아리스는 하도 떨어져 다녀서 심지어 하루 종일 서로를 거의 안 본 날도 있었답니다. 사이가 그닥 좋지 않은 엄마와 아빠 때문일까요, 두 살이 넘어 젖을 뗀 아완이 세 살 위의 형인 아모레와 단 둘이 돌아다니는 걸 보기도 했습니다. 다른 그룹에서는 한 번도 관찰된 적 없던 일들이었죠. 사실 B 그룹의 께띠(Keti)와 꾸미스(Kumis), S 그룹의 수르띠(Surti)와 Sahri(싸리) 부부는 2017년 겨울에 이미 끈당(kendang)과 스띠아(Setia)라는 아기를 낳아서 사이 좋게 키우고 있던 중이었습니다.

사진 8. 그룹 A의 아빠 아리스(오른쪽)가 아들인 아모레(왼쪽)의 뒷통수 털을 골라주고 있다. (1).jpg 그룹 A의 아빠 아리스(오른쪽)가 아들인 아모레(왼쪽)의 뒷통수 털을 골라주고 있다.


그런데 2018년 10월 31일, 우리 연구팀은 A 그룹을 찾던 중 놀랍게도 아유의 배에 작은 생명체가 달려 있는걸 발견 했습니다! 때때로 사이가 좋지 않더라도 아직 부부는 부부인가봅니다. 물론 아빠가 꼭 아리스라는 보장은 아직 없지만요(!). 곧 유전자 분석을 통해 우리가 연구하는 긴팔원숭이 아기들의 아빠가 누구인지 알아볼 계획입니다. 이렇게 태어난 아기는, 우리 나라말로 ‘기적’이라는 뜻의 아자입(Ajaib)이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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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3.png 처음으로 아자입의 탄생을 확인한 날. 엄마 배에 꼭 달려 있는 아자입

아자입은 우리 연구팀이 12년동안 연구를 하며 여덟 번째로 목격한 아기 긴팔원숭이의 탄생입니다. 우리는 항상 그래왔듯이, 아기를 낳느라 고생했을 아유를 위해서 일정 기간 동안 A 그룹을 따라다니지 않기로 했습니다. 우리 팀 현지 코디네이터인 아유(긴팔원숭이 아유와 이름이 같은 사람 아유입니다)는 아기 긴팔원숭이의 탄생을 처음 보는 것도 아닌데 아자입을 발견한 순간 눈물을 참을 수가 없었다고 합니다. 생명은 항상 경이롭기 때문이겠지요. 이 새로 태어난 아기를 위해, 긴팔원숭이 가족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그들의 소중한 보금자리인 이 숲을 있는 힘을 다해 지켜주는 것. 그리고 이러한 노력을 많은 사람들과 나누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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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정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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