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팔원숭이 과학자들의 이야기 #3
안녕하세요.
오늘은 긴팔원숭이와는 조금 다른 영장류에 대해서 얘기해 보려고 해요.
저는 긴팔원숭이와 함께 유인원에 속하는 침팬지와 오랑우탄, 그리고 보노보를 연구하는 연구자랍니다.
우리 팀 대부분의 연구원들이 야생에서 살고 있는 영장류의 행동과 생태를 연구해 왔던 것과는 다르게 저는 사육 상태에 있는 영장류를 연구하죠.
저는 우리와 가장 가까운 공통조상을 가진 동물들을 연구함으로써 인간이 가지고 있는 인지, 지각, 감정과 같은 것들이 어떻게 유사하게 또 다르게 진화해 왔는지 알아보고 싶었거든요.
사육 동물의 인지를 연구한다고 말하면 사람들은 잔인할 것이라는 생각을 많이 하는 것 같아요.
동물을 가두고 피를 뽑거나 뇌를 연구하는 장면을 흔히들 연상하거든요.
하지만 제가 말하는 인지연구는 그런 침해적인 연구가 아니에요.
특히 침팬지나 오랑우탄과 같은 대형 유인원에 있어서(물론 점차 다른 동물로 확대될 거예요.) 침해적 연구를 전면 금지하는 것이 세계적 추세이고 꼭 필요로 한다면 그 연구에 필요한 동물의 수를 최소한으로 하는 것이 필수랍니다.
그럼 인지연구를 어떻게 하냐고요?
연구주제에 따라 다양한 방법이 있겠지만 오늘 제가 소개드리고 싶은 이야기는 컴퓨터를 하는 침팬지입니다.
일본의 작은 시골마을 이누야마라는 곳에는 교토대학교 영장류연구소가 있어요.
이 연구소에는 12마리의 침팬지를 비롯해서 긴팔원숭이, 붉은 털 원숭이, 일본원숭이 등이 사육되고 있답니다.
일본은 사실 침팬지의 어머니 제인구달 박사님 이전부터 영장류에 대한 연구를 해왔지만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기 시작한 건 얼마 되지 않았어요.
그리고 그렇게 세계적 주목을 받게 된 데에는 침팬지 아이(Ai, 1976년생)의 공이 크죠. 아이라는 침팬지는 컴퓨터에 나타나는 숫자를 차례대로 나열한 최초의 침팬지예요.
테츠로 마츠자와 교수님에 의해 시작된 침팬지의 숫자 인식, 작업기억능력에 대한 연구는 네이쳐와 커런트 바이올로지 등 최고의 학술지에 조명되었지요.
사람들은 침팬지가 컴퓨터를 한다는 것에도 놀랐지만 아주 짧은 순간에 많은 정보를 기억할 수 있는 침팬지의 능력에 더욱 놀랐어요.
사람이 할 수 있는 능력을 벗어나는 것이었거든요.
그런데 생각해보면 동물들은 저마다 자신이 잘하는 것들이 많아요.
물론 그중에는 인간이 갖지 못한 능력도 있고요.
환경에 맞춰 몸의 색깔을 바꾼다거나 하늘을 나는, 혹은 물속에서도 호흡하는 능력은 인간이 갖지 못한 능력이지요.
그러니 생각해보면 그리 놀랄 일도 아니랍니다.
침팬지들이 어떻게 많은 시각적 정보를 기억할 수 있게 되었는지를 설명하는 가장 유력한 가설은 침팬지가 살고 있는 생태, 그리고 사회적 환경과 연결돼요. 침팬지들은 여러 마리가 함께 무리 지어 살면서 상황에 따라 작은 무리로 찢어지거나 뭉치는 사회구조(fission-fusion)를 유지하는데 (그림 좌,우) 침팬지의 먹이인 과일이 균등히 퍼지지 않고 작은 패치 형태로 분포하는 열대우림에서는 과일의 위치를 정확하고 빠르게 파악하여 경쟁을 피하는 게 중요하죠. 그래서 혼자서 혹은 작은 무리로 지내는 다른 영장류에 비해 단기간에 습득한 시각적 정보를 저장하는 능력이 더 발달하게 됐을 것이라 유추한답니다. 이처럼 인간을 비롯한 많은 동물들이 현재 가지고 있는 인지능력은 아주 오랜 세월에 걸쳐 그 종이 살았던 생태적 그리고 사회적 환경에 가장 잘 적응하도록 진화한 결과물이에요.
저를 비롯한 영장류 연구소의 연구자들은 컴퓨터라는 도구를 이용해서 침팬지의 작업기억능력, 사물 혹은 동물을 어떻게 바라보고 이해하는지, 혹은 감정의 이해와 구분이 가능한지 등에 대해 연구해요. 저는 현재 네덜란드에서 침팬지와 보노보, 그리고 사람의 감정 표현과 인식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데 곧 여러분께 소개할게요.
김예나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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