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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켈리류 Oct 24. 2024

[영어교육강연] 부모를 보고 자라는 자녀들

Don’t feel pity for yourself just because your dream never came true. Really poor thing is what you don’t have a dream.
- Eschen Bach 독일 시인
그대의 꿈이 한 번도 실현되지 않았다고 해서 가엽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정말 가여운 것은 꿈을 꿔 보지 않은 것이다.     


60대 만학도 대학생 엄마

딸 둘과 아들 하나를 키워내고 독립시킨 나의 엄마는 2022년 디저트 학과 대학생이 되었다. 10년간 근면 성실하게 영어와 일본어를 배운 외국어 덕분에 일본 교환 학생이 되었다. 엄마는 60대의 만학도 대학생이다. 과거 일본 문부성 장학생으로 교환 학생을 1년 다녀온 나의 대학 시절과 엄마의 60대 교환 학생 시간의 공통점이 생겼다. 일본 교환 학생 시간은 엄마에게 어떤 시간이었을까.      


오페라, 클래식, 독서. 이 모든 취미는 엄마로부터 전해 받은 것이다. 엄마의 취미는 나에게 전해져 이어간다. 내 취미가 아들의 취미가 된다면 그것만큼 기분 좋은 공통점이 또 있을까. 엄마의 늦깎이 대학 생활도 나에게 전해져 나의 강연에서 이어진다. 엄마의 일본 생활을 자세히 들을 겸 엄마를 인터뷰해 보아야겠다. 강연자를 실제로 만나는 강연이 더 와닿듯, 얼굴을 바라보며 듣는 이야기는 일본 교환 학생이었던 나의 20대와 맞물려 톱니바퀴처럼 돌아갈 것 같다. 엄마가 크고 작은 꿈들을 이뤄 나가는 모습을 보며 나는 오늘도 배운다. 부모가 해나가는 무언가를 보며 자라는 자녀. 그것이 진정한 자녀 교육이란 생각이 든다. 자녀를 부모로부터 완전히 독립시키는 것이 양육의 목적이라고들 한다. 이미 독립한 자녀 역시 부모를 보며 인생을 계속 배운다. 부모는 자녀 인생의 가장 가까운 선배이자 꿈꾸는 미래의 모습일 것이다. 실제로 나의 부모님은 인생의 지표이자 내가 꿈꾸는 미래다.     


내가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엄마와 한층 더 가까워졌다. 매일 독서하는 엄마가 나의 글에 대해 말해줄 때만큼 즐거울 시간이 없다. 엄마는 내 글이 덜 다듬어진 박완서의 글 같다고 했다. 박완서는 엄마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이다. 그러한 극찬을 들을 자격은 없지만, 그래도 엄마가 딸에게 해주는 응원이니 마냥 기쁘다. ‘담백하게 기교를 줄이고 적어보아야지.’ 엄마 덕분에 글을 적을 때 늘 생각한다. 영어 강의나 강연하면서 힘을 빼고 말하기, 공부하는 학생들이 지루하지 않게 웃게 해주며 담백한 강의를 하려 노력해 왔다. 그날 강의에서 무엇을 배웠는지 명확하게 보이는 강의가 좋은 강의, 강연 같다. 기교가 과하게 들어간 음악이 길게 듣기 어렵듯, 말하듯이 읽히는 수수한 글을 쓰고 싶어 오늘도 조용히 노트북 앞에 앉는다.     


엄마를 보고 자란 딸

영어 교육 강연자로 동기부여 강연을 하고, 영어 배우는 자녀를 둔 부모님을 위한 강연도 하고 있다. 내가 가진 ‘영어 강의’라는 특기로 영어 교육 분야에서 도움을 드릴 수 있는 일을 제2의 직업으로 선택했다. 나의 가장 아픈 부분을 내보이며 극복해 나갈 때 영어라는 외국어가 나에게 선물한 세상을 강연에서 내보인다. 나만의 효과적인 외국어 공부 방법과 영어 슬럼프가 왔을 때 부모님으로부터 도움을 받은 내용을 소개하고 있다. 나의 부모님이 대단하다며 자랑하는 것이 아니다. 내가 잘 자란 어른이라는 점을 말하고자 하는 강연도 아니다. 남들과 조금 다른 10대를 보낸 나에게, 부모님의 큰 지지와 믿음으로 오늘날 사회 구성원이 되어 살아가고 있는 어른이 됨을 감사하며, 영어를 배울 때 도움받은 이야기, 영어를 가르치며 알려드리고픈 이야기들을 나누고 싶다.      


학교 다니는 학생들과 떨어져 걸어간 6년의 세월이 부모님의 굳은 의지와 믿음 없이 가능했을까. 외국어 공부는 긴 시간의 성실함, 자신과의 싸움에 연속이다. 영어는 언어이기에 영어권 국가의 사고와 문화를 모두 담고 있다. 단순히 공부하는 교과목으로 보기엔 상당히 다른 성질의 학문이라고 생각한다. 영어를 배우는 방법은 여러 가지이며, 자기 생각을 전달하는 언어의 역할도 잊지 않아야 하는 다소 복잡한 학문이다. 부모님이 나를 믿어 주셨듯 자녀를 조금 더 믿어 주시라는 말을 하고 싶다. 남의 아이와 나를 비교하는 것, 레벨을 나누는 것, 점수를 따지는 것, 완벽한 문장을 기대하는 것 모두, 현재 영어를 배우는 자녀에게 도움 주지 못한다. 한국의 과열된 영어 교육 속에서 길을 잃고 자녀와의 심리적 거리를 멀게 만든다. 한국에서 영어를 배웠으며 학교 밖에서 강의하는 영어 전문 교육자의 따듯한 고백이라고 보시면 좋겠다. 영어를 바라보시는 분들께 다른 시각을 선물하고 싶다.     


믿음과 감사함

나의 부모님 아래 태어나 나는 정말 운이 좋다고 생각한다. 심한 왕따로 학교 다니기 힘들다는 십 대의 나를 절대로 그만둘 수 없다고 하셨더라면. 막다른 골목에서 10대의 나는 어떻게 되었을까. 가끔 아찔하다. 한때는 어리고 유약했던 나에게 왜 그런 일들이 왜 생겼을까에 대한 숱한 고민과 마르지 않는 눈물을 흘리곤 했다. 개인적인 아픔을 내보이면서 그 속에서 나에게 힘이 되어준 영어를 강연으로 알리는 이유다. 고난과 역경 속에서 좌절하는 시간을 쏟지 않고 나를 위해서 살아갔던 행복한 영어 공부를 학생들과 부모님들께 알려드리고 싶다.  

   

강산이 바뀐다는 수십 년의 영어 강의에서 배운 것이 많다. 영어를 배우는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 인생의 중반이 되어 새로운 직업을 생각해 낸 나 자신은, 부모님의 일궈준 밭에서 뿌리를 내리고 확장해 나간 선순환의 결과물 같다. 감사함과 함께, 영어 교육 강연자로서 살아가는 나의 영어 노트를 계속 써 내려 가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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