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lorious World> 갤러리충무
[전시 후기] 갤러리 충무, 충무 아트센터 <The Glorious World> 더 글로리어스 월드
마음이 아파서 눈물이 났다. 내일 쓸까, 고민도 했다. 늦은 밤이 되어서야 아이를 재우고 뒤척이다 일어났다. 중요한 건 누군가가 알아야 하는 것이고 전시를 보고 생기는 나의 책임감에서 비롯된 작은 움직임이다. 플라스틱에 대한 경고는 나의 몸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월경통이 심했던 나는 그 이유를 플라스틱 사용에서 찾았다. 내 살림을 시작하고 나서 모든 제품을 유리나 스테인리스로 모두 바꾸었다. 물론 최근에 유리 반찬통에서 나온 유리 조각으로 손이 깊게 베인 뒤부터는 유리 반찬통도 모두 처분해서 스테인리스로 된 제품만 사용하고 있다. 몇 년이 지나도 변함없는 스테인리스 제품을 신뢰한다. 316 Ti, 316 STS, 304 STS를 비롯한 스테인리스에 관련된 내용을 열심히 공부했다. 내 것으로 만들고 나면 편리함이 생기고 제품을 알아보는 눈이 생긴다.
2025년 7월을 며칠 앞둔 6월 말 오늘. 남편이 전시를 보러 가자고 했다. 몇 주 전 전시 초대를 받았고 7월 5일까지 기간이었기에 신경을 쓰고 있던 터였다. 사실 몸이 조금 좋지 않아 다음 주로 미룰지 생각도 했다. 미루는 걸 좋아하지 않는 성실한 남편이 재촉해서 부랴부랴 마음먹고 준비해 나갔다. 날씨가 맑고 더운 여름이다. 숨까지 턱턱 막히는 여름은 아니라서 걱정되지 않는 마음으로 출발했다. 도착하고 늦은 점심을 먹었다. 충무아트센터 맞은편에 있는 작은 가게. 부산 스타일의 국밥집이었다. 줄 서 있는 동안 두 가지 시켰다. 밀면과 국밥 그리고 수육이 들어간 ‘수육 정식’이다. 맛집이라 그런지 사람이 붐볐다. 테이블과 복도 사이가 제법 좁았다. 그 복도에 소시지 엮인 듯 비좁게 서 있기가 조금 불편했다. 다행히 차례가 빨리 와서 6살 아들과 함께 안쪽으로 앉았다.
고기를 구우면 잘 먹지 않는 아들이 웬일인지 수육은 그렇게나 즐긴다. 밥을 잘 먹는 아들이 늘 대견하다. 가끔 반찬 투정을 하는 아들이라 음식이 나오면 어느새 아들 눈치를 살핀다. 먹지 않으면 혼내지만 입맛에 잘 맞는다 하면 그렇게 예뻐 보일 수가 없다. 내 새끼 입에 들어가는 음식만큼 기쁜 것이 없다.
Chris Jordan(크리스 조던)의 1시간 38분 영상이 우리 모자를 울렸다. 미드웨이섬에서 수천 마리의 알바트로스가 산다. 고개를 위아래로 움직이며 노래를 부르는 한 쌍이 보이는 영상을 시작으로 아주 오랜 시간 앉아서 영상을 보았다. 아이가 아빠 손을 잡고 먼저 걸어갔고 나는 천천히 관람하는 편이라 뒤늦게 도착했다. 흰색 정육면체에 앉아 영상을 감상하는 아이 모습을 잠시 뿌듯해하며 사진을 찍었다. 3년째 나를 따라 미술관을 다니는 6세 아이는 어느새 조용하고 매너 좋은 관람자로 성장해 있었다. 정육면체 작은 의자에 앉은 아이 옆 직육면체 의자에 나도 앉았다.
새끼 알바트로스에게 먹이를 토해주는 어미 알바트로스. 좀 전에 수육을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며 마음이 풍성해지는 어미가 된 내가 그렇게나 울었던 장면은 여기서 나온다. 먹이를 토해주는 어미의 입에서 내 눈물이 눈에서 토해내 왔다. 새끼를 배불리 먹이기 위해서 배에 가득 담아온 음식에는 플라스틱이 있었다. 그 장면을 영상이 멈추고 다음 장면은 죽어가는 새끼들의 모습이었다. 사진작가 크리스 조던은 죽은 아기 알바트로스의 배를 가르고 그 속에서 많은 플라스틱을 발견해서 사진 찍는다. 그리고 나도 울고 영상에서의 남자도 새끼 알바트로스 사체를 들고 흐느낀다. 그의 어깨가 눈물로 들썩인다. 나는 소리 없이 엉엉 울었고, “엄마, 울어? 너무 슬프면 보지 말고 나가자.” 하던 아이는 이내 얼굴을 내 어깨에 파묻고 울었다.
미드웨이섬에서 수천 마리의 어린 알바트로스가 플라스틱을 삼킨 채 죽어 있는 모습을 기록하며, 인간의 대량 소비가 자연에 끼치는 영향을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프로젝트는 죽음뿐 아니라 생명의 아름다움과 감동으로 확장되었습니다.
4년간 8번의 방문을 통해 우리는 살아 있는 알바트로스들의 춤과 노래, 번식과 양육의 섬세한 순간들을 가까이에서 담을 수 있었습니다. 이 작업은 시나리오 없이 오직 새들의 흐름에 따라 촬영된 열린 창작 여정이었습니다.
미드웨이는 단순한 섬이 아닌, 인류와 자연의 관계를 돌아보게 하는 상징적 공간이자, 치유와 변화의 메시지를 전하는 장소로 다가왔습니다. 이 다큐멘터리는 그 깊은 울림을 담아내고자 했습니다. _ Chris Jordan (2008-2018, 1h 38m)
갤러리 충무에서의 전시는 여러 번 챙겨본다. 운 좋게도 초대해 주셔서 보기도 했다. 환경에 관심이 많아하는 사진 좋아하는 친구가 추천해 줘서 함께 보러 가기도 했다. 환경을 생각하는 전시가 세상에 많이 생기길 희망한다.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기로 했다. 전시를 보고 글을 남기고 이 좋은 전시를 세상에 추천하는 일. 내가 할 수 있는 이 작은 움직임과 시간을 들이는 것이 값져지기를. 전시가 넘쳐나는 세상에서 마음 아파 흘린 눈물로 움직이는 나의 밤과 기회를 준 이곳에 작게나마 기여하고 싶은 마음. 순수한 마음을 지나 아픔에 공감하는 우리의 미래인 아이. 아이들이 계속 그 아이들의 아이들을 키워나가며 환경을 보존하고 보호하는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기를 바란다.
갤러리 충무, 충무아트센터 <The Glorious World> 더 글로리어스 월드
Chris Jordan
Marco Gaiotti
Nick Hannes
Ragnar Axelson
2025.04.22.-2025.08.24.
전시는 8월 24일까지 충무아트센터 1층에 있는 갤러리 충무에서 전시한다.
주차는 입장권 큐알코드로 사전 정산할 수 있다. 2시간 2,000원이며 추가 요금은 별도이다.